1960년대에 어느 기숙사에서의 일이다. 검은 개 한 마리를 길렀는데 여학생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꼬리치며 좋아했다. 그런데 체육 수업이 있어서 바지를 입고 나갔다 돌아오면 사정없이 짖었다. 남학생으로 착각했기 때문일까. 당시 바지란 남자들의 옷이었고, 여성에게는 운동할 때에나 입는 옷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1970년대에 들어 입생로랭 등 세계적 디자이너들이 여성 정장으로 바지를 발표하면서 여성들의 바지 차림이 늘어갔다. 점차 바지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세계인들이 가장 즐겨 입는 옷이 된 것이다.
이 바지가 당연히 서양 옷이라고들 생각하지만 인간이 자연에 적응하면서 그 편리함 때문에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옷이다. 서양에서는 북쪽의 게르만족들이 일찍이(1~3세기경 유물이 있음) 바지를 입었고, 몽고 고원에도 AD 1세기경의 유물이 있으며, 우리 조상들도 바지를 입었던 기마 민족이었다. 특히 게르만족의 바지는 그 형태가 오늘의 바지와 매우 같았고, 오히려 발 부분이 붙어있어 놀라운 봉재술을 보게 된다.
바지가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11~12세기경이다. 이때는 헐렁한 바지를 상의 밑에 입었는데, 남성복에서 유행의 관심이 상의 길이가 짧아지는 쪽으로 진행하면서 지금까지 입던 바지는 내의화하여 오늘날 속 팬티의 시작이 되고 그 위에 쇼스(불/chausse, 영·독/Hose)라는 것을 입는다.
이 쇼스는 무릎 길이였으나 상의의 길이가 짧아지는 유행과 더불어 그 길이가 점점 길어져 14세기 중반에는 허리까지 올라오게 된다. 길이는 길어졌지만 안쪽은 샅에서 걸리게 되고 바깥쪽은 허리까지 올려 흘러내리지 않도록 끈을 달아 허리 벨트에 묶거나 상의 안쪽에 고리를 만들어 고정하기도 했다. 이것들의 길이가 허리까지 길어졌지만 두 짝이 오늘날 타이즈처럼 붙어있는 것이 아니고 따로 나눠져 있어서 아직은 바지의 형태를 갖춘 것은 아니었다. 15~16세기를 거치며 이 긴 쇼스는 무릎 위와 아래로 나뉘었다.
무릎 아래는 양말의 기능을 갖게 되고 그 위는 반바지처럼 되었지만 지금처럼 두 쪽이 붙은 바지 형태는 아니었다. 한 번 생각해보라. 허리까지 입혀지기는 해도 뒷 쪽은 힙의 골 부분이, 앞은 성기 부분이 그대로 노출되는 형태인 것을. 물론 속바지를 입은 상태이긴 하다. 이 쇼스 위에 입은 상의의 길이는 더욱 짧아져 여며지지 않은 이 부위가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등장한 것이 코드피스(codpeice)라는 역삼각형의 천이다. 이것을 가운데 대어 양쪽을 연결시키고 앞을 가렸다.
이 재미있는 과정을 거쳐 두 쪽이 하나로 연결된 것은 17세기 중반이다. 이 바지가 무릎 위의 길이로 남성의 기본 하의임과 동시에 유행의 한 요소가 되었는데 귀족과 부자들은 살이 터져 나올 듯 몸에 꽉 붙는 형으로 만들어 입고 멋을 뽐내었다. 이 유행은 18세기 프랑스 혁명까지 이어졌다. 혁명군들이 반바지 차림의 귀족층을 배격하는 의미로 긴 바지를 입음으로써 서민층에서부터 서서히 오늘날과 같은 긴 바지 착용이 늘었다.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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