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민망하긴 하지만 설날을 보내면서 느낀 두 가지 유익한 일은 신정에 깜박하고 잊은 분들께 어색하지 않게 새해 인사를 건넬 수 있는 것과 새해 들어 새롭게 마음먹었다가 어느덧 작심삼일이 되어버린 계획들을 은근슬쩍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설에, 생각할수록 기특한 제자 한 명의 안부 인사를 받곤 올해의 결심을 다시 점검하는 데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지난 학기 홍익대 미술대학에서 패션마케팅을 강의했던 때의 일입니다. 패션디자인학과 학생들의 전공과목인데다 정원이 모두 차서 더 이상 수강신청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독문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이 청강으로라도 꼭 듣고 싶다고 애원했습니다. 다른 학생들에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열심히 듣겠다는 간청에 비공식으로 강의 참석을 허락했습니다. 오랜 강의 경험을 통해 볼 때 몇 주를 못 넘기고 슬그머니 교실에서 사라져버린 경우가 100%였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는 놀랍게도 강의실이건 현장수업이건 빠지지 않고 참석했고, 조별 발표 프로젝트에도 일원으로 기여하며 종강시간까지 열정적으로 강의에 참석했습니다. 공식적으로 수강한 강의였다면 당연히 A+였을 것입니다.
현재는 하고 싶은 일과 멀리 있지만, 패션 MD가 되겠다는 확고한 비전을 꿈꾸며 한 걸음 한 걸음 최선을 다하는 열정을 반년 동안 제 눈앞에 직접 보여주며 약속을 지킨 것입니다. 저는 이 친구가 언젠가는 대한민국 패션계에서 큰 몫을 해낼 것이라는 데 한 표를 던집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 친구는 벌써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마구 솟아오르는 아군을 한 명 얻었으니, 그 열정과 성실을 계속 이어간다면 패션계에 좋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성장해 가는 모습은 쉽게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진행된 성인 발달 연구를 맡아온 미국의 정신과 전문의 ‘조지 베일런트’(George E. Vaillant, M. D.)가 저술한 <행복의 조건>이라는 책이 요즘 화제입니다.
하버드대학교 연구팀은 1930년대 말에 하버드에 입학한 2학년생 268명의 삶과 서민 남성 456명, 그리고 여성 천재 90명을 72년간 추적하며 ‘행복한 삶에도 법칙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왔습니다. 그 결과 행복의 조건을 규정하는 중요한 키워드의 하나로 ‘따뜻한 인간관계’가 도출됩니다.
즉, 47세 이전에 형성된 인간관계가 그 이후의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이지요. 행복도 오랜 기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가 봅니다. 인간의 한 평생에 걸친 전향적 연구로서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하버드대학교 성인 발달연구'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과학적 분석을 뛰어넘는 가슴 깊은 깨달음을 전해줍니다.
이 책은 100년 이상 존속할 행복한 장수 브랜드를 꿈꾸는 마케터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스피드 스케이팅 500㎡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모태범 선수의 미니홈피 대문 글은 다음과 같다지요. “성공이라는 못을 박으려면 끈질김이라는 망치가 필요하다” 우리 선조들의 ‘수적천석’(水滴穿石: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뜻으로, 작은 노력이라도 끈기 있게 계속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과도 같은 정신을 제 나이의 절반밖에 되지 않은 친구가 먼저 깨달았다니 부끄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 설날에 세운 올 해 계획 실천에도 실패하신 분 들! 저와 같이 3월부터 시작하는 3차 시기에 마음을 다잡아보심이 어떤가요.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장 빠른 때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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