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하는 여인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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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5 오후 2:28:41

이런 조사를 해 보면 어떨까? “집에서 단추를 달거나 바지나 치마 단을 고친다거나 뜯어지거나 떨어진 곳을 깁기 위해 바늘을 잡아본 적이 있는가?” 정확한 데이터는 제시할 수 없지만 그 ‘별난 노동’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간단한 수선도 세탁소에 맡기면 싼 값에 보다 예쁘게 해준다는 편리함 때문에 굳이 바쁜 시간을 쪼개어 수고 할 필요가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과거 바늘에 실렸던 우리 어머니들의 가족 사랑과 정성을 생각할 때 바느질 하는 여인의 모습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다가온다. ‘조침문’이라는 옛 여인의 글을 들추지 않아도 바늘은 여인들이 애용하던 매우 유용한 물건이었을 뿐만 아니라 여인들의 손끝에서 예술품을 만들어내는 도구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뿐 아니라 서양 여성들에게서도 마찬가지였다. 바늘로 정교한 솜씨를 발휘하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중산층과 상류 계층의 부인들은 하인들이 집안의 잡스러운 일들을 대신해 충분한 여가를 갖게 되면서 바느질은 품위 있는 여성들의 시간을 채우는 인기 있는 오락이 되었고, 더 나아가 그들 사이의 중요한 교양의 덕목이 된 것이다. 1846년 Elias Howe라는 미국인이 재봉틀을 발명하고 재봉틀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는 싱거(Isaac Merrit Singer)가 편리하게 개량하여 널리 보급하기 전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상당히 오랫동안 바늘은 세계 여인들의 삶 속에서 중요한 일부가 되었지만 이제는 그 바늘에 관심을 갖는 사람조차 거의 없다. 오늘날의 쇠붙이 바늘이 생겨난 것은 물론 인간이 철로 무엇인가를 만들어 쓰면서부터였을 것이다. 세계 어디에서 이 철로 된 바늘이 처음 만들어졌나 하는 것은 확실치 않은 것 같다. T. Wilcox에 의하면 그 시작이 중국이었을 것이라 하고, 서방에 이 금속 바늘을 전달한 사람들은 8세기경 사라센의 무어인들이었다고 한다. 또 다른 자료(Eleanor Johnson, Needlework and Embroidery Tool)에 의하면 로마 시대에 바느질 도구들이 있었다 하여 사라센보다 먼저 바늘이 있을 수도 있어 보인다. 아마도 생선의 가시나, 동물의 뼈를 이용하여 바느질을 하던 고대인들이 청동이나 철을 발견하고부터는 이런 금속으로 바늘을 만들어 사용하였을 것이다. 바늘 제조업이 1370년 Nuremberg에서 시작되었지만, Elizabeth I세의 통치 기간까지 소규모의 가게에서 행해졌고, 그 이후 영국과 독일에서 중요한 산업으로 발전되었으며 19세기 들어 오늘날과 같이 공업적으로 발전하여 질 좋은 바늘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제 바느질을 하다 바늘이 부러지는 일도 거의 없다. 이처럼 바늘의 질은 좋아졌건만 바느질 하는 사람은 더욱 귀해졌다. 다행인 것은 규방 공예가 새삼 현대인들의 관심 안에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젊은이도 있어 그 맥을 이을 뿐만 아니라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또 다른 기대를 갖는다. 다소곳이 앉아서 골무를 끼고 바느질 하던 어머니, 할머니들의 기품 있는 모습이 그립다. 그런 여인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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