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것은 당연히 앞모습이다. 얼굴과 목과 가슴 부분의 상체를 지나 밑으로 쭉 뻗은 다리를 잠깐 훑는 것만으로 상대방을 인식하고 판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등이란 신체 부위는 주류에서 소외된 듯 보인다. 하지만 여배우들이 시상식장의 포토라인에서 뒤태를 보이면서 고개만 살짝 돌리는 포즈를 취하는 이유는 분명 있다. 오히려 등은 앞모습과 다른 모습으로 상대방을 유혹하기 좋은 매력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반전의 효과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인나는 노래방에서 이 선생을 유혹할 때 검정색 미니 원피스를 입었다. 평범한 블랙 미니 원피스였는데 뒤를 돈 순간 온전히 등을 다 내보인 원피스였던 것이다. 남자들이라면 혹! 할 만 하지 않았을까.
몇 년 전 한 영화제 시상식에서 배우 임수정이 입고 나온 드레스도 좋은 예이다. 앞모습은 큰 귀고리만 했을 뿐 전신이 검은색으로 뒤덮인 드레스였다. 포인트를 준 부분이라고는 큼지막한 귀고리와 반지, 살짝 드러난 스트랩 샌들 뿐이었다. 정숙하고 차분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뒤를 돌자 수많은 카메라 세례가 쏟아졌다. 새까만 앞모습과 대조적으로 뽀 얀 등이 훤히 나타났기 때문이다.
얼굴과 손, 발조차 검은 옷으로 꽁꽁 싸여 있는 앞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옷을 거의 입지 않은 듯한 뒷모습은 대단히 자극적으로 다가온다. 단지 노출만의 문제 때문일까? 여기에는 노출이라는 단편적인 문제 말고도 명도의 대비라든가 의외성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다이나믹(?)한 가슴의 모습과는 달리 밋밋하게 생긴 등은 그렇게 눈에 띄는 편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 노출하기 힘든 부위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시상식이나 특별한 날 드레스를 입은 여배우들의 노출된 등은 반전의 열광을 이끌어내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밋밋한 등의 모습에 묘한 섹시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좀 갸웃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는 굴곡이 심하고 대비가 심한 모습에만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은은하게 흐르는 곡면을 가진 등은 앞모습이 가지지 못하는 독특한 조형적 아름다움을 가진다.
완만한 아름다움을 가진 등
등은 인체에서 가장 큰 면을 형성한다. 그래서 등 부분을 두드러지게 보이는 방법은 앞에서와 같이 옷의 등 부분을 많이 파서 노출로 시선을 끌거나, 옷의 넓은 등판부분에 일러스트레이션을 넣어서 그래픽적인 강조를 하는 방식이 있다. 후자의 경우는 등 부분을 일종의 캔버스로 활용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여성의 앞면은 가슴으로 인해 생기는 곡면으로 티셔츠에 들어간 그림에 왜곡이 생긴다. 뼈의 구조가 복잡하고 근육도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등은 목에서 어깨, 허리까지 넓은 근육이 한 번에 덮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굴곡이 심하지 않고 완만한 편이다.
특별히 눈에 띄는 뼈라고는 일명 날개뼈라 불리는 견갑골뿐이다. 하지만 이 뼈는 등의 평평한 면에 거의 튀지 않을 정도로 납작하게 붙어있기 때문에 별로 두드러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등은 넓고 완만한 곡면을 이룬다.
그래서 티의 앞면보다는 등판에 여러 이미지나 일러스트를 넣는다면 마치 그림판처럼 활용할 수 있다. 아무튼 위의 두 방법이 평면적인 방법이라면 입체적으로, 즉 덩어리를 넣어 반전을 꾀하는 방법도 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치마허리에 리본을 묶어 뒷모습을 강조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러한 관습이 남아서 원피스나 코트의 뒷부분에 리본 장식을 덧붙이기도 한다.
이렇듯 앞모습과 다른 반전의 효과를 톡톡히 보는 곳이 등이다. 하지만 한때 반전영화가 유행을 하다가 금방 식상해졌듯이 튀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뒷모습은 화려한 앞모습과는 다른 조용한 아름다움을 발산할 때 빛을 발하게 된다.
조화와 기능성
등은 생각보다 기능적인 면이 더 많이 고려되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이기 때문에 등에 과도한 장식을 넣게 되면 의자의 등받이와 등이 편하게 만날 수 없게 되며, 옷이 구겨지거나 상하게 되기 쉽다. 이렇듯 기능적인 이유로 옷의 뒷부분은 앞에서 썼던 장식이 생략되기도 한다. 원가절감의 이유도 한 몫 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옷의 뒷면은 주장강한 앞면에 보조를 맞춰주는 역할로 만족하는 것이 슬기롭다.
그런데 때로 앞의 화려한 장식에 비해 너무 간소화된 뒷모습은 초라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무조건적으로 장식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앞에서 뒤로 넘어가는 옆모습까지 신경을 써 하나의 조화로운 디자인이 되도록 고려해야 한다.
등은 왜 매혹적인가?
몸에 딱 달라붙는 옷을 입을 때 살며시 드러나는 등 본연의 곡선의 아름다움은 어떤 장식보다도 매혹적이 될 수 있다. 여성성의 상징인 가슴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강조되면 보는 상대방도, 그 시선을 받는 나도 불편해지기 쉽다. 아직은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남성의 신체와 다른 여성의 신체는 침입자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슴은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 터부시 된다. 그에 비해 등은 가슴이나 엉덩이처럼 직접적이지 않기 때문에 성적인 코드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오히려 간접적이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형태로서도 등은 아름다울 조건을 갖추고 있다.
등은 완만한 곡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이 완만한 곡면은 마치 한옥의 지붕이나 백자의 곡면이 주는 그런 부드럽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목 뒤에서 어깨, 바로 밑의 견갑골, 그리고 허리 아래로 흐르는 곡면의 완만하지만 우아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은 어느 예술작품, 어느 디자인 못지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아한 면이 드러나는 등을 아름답게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등을 깊게 노출하는 것은 단지 노출을 위한 시선끌기로 볼 것이 아니라 인체가 가진 곡면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행위로 볼 필요가 있다.
우아하게 흐르는 등의 아름다움은 어쩌면 여성이나 남성의 내면적 인격의 외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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