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을 잘 고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색을 잘 고르는 정해진 방법은 없다. 다만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것은 색상환을 통해서 드러나는 색의 기본 성격들이다. 색상환을 통해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색의 특징은 색들의 인접색과 보색이다.

색의 속성과 무지개색
색을 대할 때 가장 먼저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빨강, 파랑, 노랑과 같은 색상들이다. 색상은 색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한데 이러한 색상들은 각자 독특한 개성을 가지기도 하지만 그러한 개성 덕택에 각각의 색상들은 서로 친하기도 하고 부딪히기도 하면서 전체적으로 어떤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관계들을 조직화시키게 되면 수많은 색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 따라서 색상은 색을 체계화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기준 역할을 한다. 일단 수많은 색상들이 정리되기만 한다면 디자이너들은 색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다룰 수가 있으니 색을 공부하기 시작하는 디자이너라면 가장 먼저 색상, 나아가 색상들의 관계체계를 공부하는 것이 좋다.
‘일곱 빛깔 무지개’. 우리는 세상의 수많은 색들을 압축하여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 색깔로 말하곤 한다. 말하자면 이 일곱 개의 색들을 그물코로 해서 수많은 색들을 하나의 그물에 단단히 담을 수 있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다.
우선 이렇게 지역 유지들의 연합처럼 대표로 선출된 색들은 서로 평등하게 된다. 빨간색과 보라색, 노란색과 녹색은 그저 겹치지 않는 하나의 색으로서 서로 동등하게 취급되고 있다. 평등하다는 것은 서로 관계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식으로 색들이 그저 빨간색, 그저 파란색으로 대접받게 되면 색상간의 내적 조직화가 어려워진다. 내적 이유가 빈약한 대표성이란 투표에 따라 바뀌는 국회의원처럼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어서 색상의 체계를 갖추어야 하는 디자이너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 일곱이라는 숫자부터가 색의 내면적 특성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다. 무지개색은 문학적으로는 모르겠으나 색채원리에 입각하자면 문제점이 많다. 가장 문제가 ‘파남보’에서 파란색과 남색이다. ‘청출어람’이라는 말도 있지만 청색과 남색은 같은 계통에 속하는 색이다. 다른 다섯개의 색들이 계통적으로 겹치지 않는 점을 볼 때 남색은 짜투리(?)의 혐의가 짙다. 이렇게 남색을 파란색 옆에 억지로 끼워넣은 것은 7이라는 숫자 때문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가 있다. 서양에서 7이라는 숫자가 가지는 이상성은 달리 말할 필요가 없다. 이상이 현실을 좌지우지했던 중세를 지나온 서양 문화에서는 이렇게 이념성이 현실을 압도하는 경우가 종종 목격된다. 음악에서의 7음계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음악에서는 이러한 이상성이 현실 음악을 비추는 빛의 역할을 단단히 했던 것에 비해 색에 있어서는 억지춘향이 되어버렸다.
원색
현대 색채논리는 대개 색의 내재적 성질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모든 논리의 목적을 색의 조직적 체계화에 맞추고 있기 때문에 모든 색을 평등하게 다루지 않고 서열화한다. 이 서열화의 맨앞에 있는 것이 원색이다. 원색은 다른 색이 섞이지 않은 색이다. 이것은 마치 물리학에서의 원소와 같다. 원소는 순수하나 이렇게 순수한 원소들이 섞여서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물질을 이룬다. 이 세상의 모든 색들도 순수한 원색들이 섞여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대 색채원리의 가장 근본적인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색들은 원색과 섞인 색들로 구분될 수가 있으며, 섞인 색들도 원색에 입각하여 개개의 족보들을 확립할 수 있어서 색을 체계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골격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색의 논리에서는 빨강, 파랑, 노랑의 세 개의 원색에서부터 모든 논의를 시작한다.
최경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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