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을 결정하는 어깨와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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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원의 미학으로 본 패션(56)

2010-01-11 오전 11:28:57

사람의 인상은 얼굴에서 모두 결정될 것 같지만, 사실은 신체의 각 부위들이 모두 참여하여 만들어진다. 그중에서도 어깨와 목 부분은 얼굴과 더불어서 사람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얼굴처럼 직접적이기 보다는 간접적으로 참여한다. 예컨대 넓은 어깨와 좁은 어깨. 부드러운 목선과 각진 목선 등은 사람의 이미지를 전혀 다르게 만들지만 그 방식은 은근하고 간접적이다. 하지만 상체에서 목선과 어깨의 모양은 사람의 이미지와 품격을 자아내는 씨줄과 날줄이라고 할 수 있다. 어깨, 어떻게 보일까 90년 대 초까지만 해도 어깨가 잔뜩 강조된 재킷들이 유행했었다. 재킷이 가지고 있는 기능을 생각하면 당연한 현상이지만, 요즘의 눈에는 과장된 어깨가 적지 않은 부담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꽤 오랫동안 패션 계에서는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와서는 서서히 어깨가 강조된 옷들이 유행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으며, 더불어 어깨에 많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깨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패션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일까? 왜 강조된 어깨는 부담감을 주는 것이며, 또 지금은 그런 것이 부담이 아니라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변모하는 것일까? 어깨는 상체와 팔이 결합되어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얼굴에 가까이 있기 때문에 우리 몸의 인상을 결정하는 데에 큰 기여를 한다. 예컨대 떡 벌어진 어깨는 사람의 인상을 매우 강하게 만들며, 좁은 어깨는 사람의 인상을 아주 부드럽게 만든다. 이렇게 어깨의 넓이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은 궁극적으로 남녀의 신체적 차이에서 온 것이다. 여자의 경우에는 갈비뼈의 폭과 쇄골의 폭이 좁은 편이고, 남자의 경우에는 갈비뼈의 폭과 쇄골의 폭이 넓다. 그래서 남자의 어깨는 대체로 여자의 어깨 보다 넓으며, 이 어깨에 붙어 있는 팔의 근육도 단단하고 굵다. 뼈의 구조는 남녀가 다르지 않으나 넓이와 굵기의 차이는 목에서부터 어깨로 이어지는 선과 어깨 끝부분의 형태를 각각 다르게 만들게 된다. 예를 들어 남자의 경우처럼 어깨의 폭이 넓어지게 되면 목에서부터 내려오는 선의 각도가 수평에 가까워지면서 완만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여자의 경우처럼 어깨의 폭이 좁아지게 되면 목에서부터 내려오는 선의 각도는 거의 45도 이상으로 세워지며, 곡선의 길이도 짧아져서 선의 곡률이 남자의 경우보다 두드러진다. 그래서 남자의 어깨는 단단하고 안정되어 보이며, 여자의 어깨는 부드럽고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다. 단지 어깨의 폭이 달라졌을 뿐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천지차이가 된다. 목선과 어깨의 이런 남녀 차이는 오랜 세월을 내려오는 동안 남성성과 여성성의 상징으로 인간의 기억에 안착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넓은 어깨를 보면 남성성을 느끼게 되고, 좁은 어깨를 보면 여성성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패션의 다양한 트릭들은 이런 조건반사적 심리변화들을 최대한 활용한 결과들이다. 예컨대 셔츠나 재킷의 어깨부분을 좀 더 넓게 해주고, 목에서 어깨로 내려오는 선을 거의 평평해 보이도록 해주면 단단하고 강한 남성성이 돋보이게 된다. 이렇게 하면 부드러운 초식남도 마초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 문제는 여자의 경우에 옷을 이렇게 처리를 해주면 아마존에서 어제 온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어머니나 언니, 누나의 상을 뒤로하고, 남성과 대등한 독립적인 여성성을 드러내려고 한다면, 다시 말해 만만해 보이지 않으려면 이렇게 남성의 어깨를 빌려 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래서 1980년 대에 유행했던 강조된 어깨는 당대의 여성들을 전사로 만들어 주었다. 당시 여성상위시대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던 것을 기억해보면 패션이 단지 패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덕분에 여성들의 기세에 눌려 세계의 많은 남성들이 목소리를 낮추기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아무튼 패션도 곧이 곧대로 하는 것은 재미없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을 대비시켰을 때 나타나는 의외의 효과는 모든 예술에서 창조적 활기를 북돋운다. 전형적인 여성복은 당연히 좁은 어깨에 부드럽고 우아한 곡선미가 흐르는 어깨선을 가진다. 이런 옷을 입으면 전형적인 여성미를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특징을 가진 선을 남성복에 적용했을 때는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진다. 남성복의 상의를 일부러 어깨선을 직선적이지 않고 곡선적으로 만들고, 어깨를 흐르는 선 위로 웨이브가 형성되게 해주면, 희한하게도 부드럽고 우아한 여성적인 느낌이 만들어진다. 이런 특징을 가장 잘 포착한 디자이너가 바로 조지오 아르마니이다.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렸지만, 조지오 아르마니는 수 백 년 동안 내려오던 재킷 안에 들어있던, 일명 ‘뽕’이라 불리는 심지를 빼버렸다. 그의 세계적인 명성과 성공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이런 시도가 그렇게 특별하고 가치가 있었던 것은, 그가 아무도 하지 않은 시도를 처음 했기 때문이 아니라 남성복에서 남성적인 전투성을 줄이고 여성적인 우아함을 가능케 했기 때문이다. 아르마니가 이런 시도를 한 의도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조지오 아르마니는 현대사회가 진행될수록 여성의 입지가 높아지고 남성의 권위가 전혀 다른 스타일로 바뀔 거라고 예상하였던 것 같다. 그리고 남자들에게도 마초같은 캐릭터 보다는 우아한 캐릭터가 남녀 평등이라는 상식 위에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말하자면 그는 남녀가 평등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전제로 깔고, 남자의 재킷에서 뽕(?)을 뽑은 것이었다. 그런 순수한 의도가 있었으니, 그 후로 아르마니는 변태가 아니라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로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가 이런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의사출신답게 사람의 몸에 대한 이해가 깊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목으로부터 어깨로 이어지는 하나의 선을 두고도 이처럼 남성성과 여성성이 교차하고 있으며, 그러한 것들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패션의 변주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단지 목의 높이와 어깨의 넓이 차이에서 시작했지만 그러한 신체구조의 특징은 패션의 미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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