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만든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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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8 오후 4:11:03

아기 예수의 탄생은 세상을 행복으로 덮을 듯 하다.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트리가 곳곳에 세워지고 캐롤이 지나는 행인들의 마음을 흔든다. 이날이 오면 선물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참 많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사랑하는 연인들 사이의 선물이 가장 마음 설레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몇 해 전 네덜란드에 간 적이 있었다. 특산물이나 문화를 소개하는 곳을 관광하면서 참으로 인상적인 것을 발견했다. 한 곳에 가니 나무로 신을 만들어 진열도 하고 만드는 과정도 소개하고 있었다. 바다보다 낮은 나라이니 진 땅이 많았을 것이고 그런 곳에서 나무 신은 유용한 생활 필수품이 되었을 것이다. 나무를 깎아 신발의 재료로 한 역사는 동ㆍ서양을 막론하고 길다. 일찍이 중국의 진(晋)나라 때 문공(文公)이 개지추(介之推, 介子推)가 나무를 껴안고 죽자 애통하여 그 나무를 베어 신을 만들고 망인이 그리울 때마다 머리 숙여 그 신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찍이 나무 신이 있었다. 한국 복식사의 거두 유희경 박사는 “임진란 전에는 일본의 게타(げた, 下駄) 같은 나무 신을 신었던 듯한데, 임란 후 일본에 대한 적개심 때문이었는지 나막신으로 바뀐 것을 볼 수 있다“고 하였다. 나무를 신발 재료로 썼던 것은 서양도 같다. 르네상스 시대에 ‘쇼핀느’라는 굽이 높은 신발이 그것이다. 물론 그때도 키를 크게 하고자 하여 여인들이 땅에 끌리는 긴 스커트 밑에 이것을 신었다. 얼마나 높았던지 이것을 신고서는 누군가 부축을 해야만 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중국에서도 매우 유사한 신을 신었다. 나무로 된 높은 굽 위에 발등을 비단으로 덮고 그 위에 보석으로 치장한 모습이 매우 유사하다. 이는 인간의 지혜가 비슷하여 생각해 내는 능력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바다보다 낮은 땅, 네덜란드에서 나무 신이 특산품이 된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유난히 아름답고 정교하게 조각을 한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신이라기보다는 예술품 같았다. 내가 그 신발에 대단한 관심을 보이니 안내인이 설명을 한다. 진 땅에서나 신을 신발이 왜 그렇게 예쁘게 만들어졌는가 궁금했는데, 옛날 그 곳에서는 여자에게 구애를 할 때 자기가 만든 나무 신을 가지고 갔다는 것이다. 몇 날 며칠이고 사랑하는 여인을 생각하며 정성스럽게 나무를 파서 신을 만들었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고 대단해 보였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이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어 우리 손에 전달되는 지금, 밤낮으로 사랑하는 이를 위해 나무를 파던 젊은이들의 간절한 심정들이 더없이 고귀하고 소중해 보였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같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다른 때보다도 성탄절에는 그런 진심이 더 담긴 선물들이 오갔으면 좋겠다.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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