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설명 ①셔츠 위 부분의 단추를 채우지 않았을 때 ②아름다운 목의 선을 따라 선을 그어 보면 칼라의 형태가 만들어 진다 ③목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다양한 동세와 복잡한 구조 ④셔츠의 단추를 모두 채웠을 때의 조형적 인상과 구조 ⑤목근육과 쇄골이 이루는 그릇 모양의 오목한 부분과 칼라의 모양
셔츠의 칼라는 생각보다 복잡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앞쪽으로 나올수록 넓어지고, 뒤로 갈수록 좁아진다. 그래서 셔츠의 맨 윗 단추를 채우면 칼라는 목 아래로 뾰족한 삼각형의 모양이 만들어진다. 둥근 얼굴 모양과 셔츠의 이 기하학적인 모양들은 서로 강하게 대비를 이루며, 셔츠의 아름다운 선의 미학을 돋보이게 만든다. 지구상의 어떤 뛰어난 디자이너가 이런 아름다운 모양을 만들었을까? 아름다운 칼라를 만든 아름다운 목 옷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높이는 바로 목이다. 아무리 긴 옷이라도 얼굴을 덮는 경우는 없다. 모두 목 언저리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셔츠를 보면 그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에 칼라가 자리 잡고 있다.
동양 산수화의 여백과 같이 넓은 면을 가진 셔츠의 몸통에 비한다면 칼라의 형태는 작지만 눈에 띈다. 셔츠는 얼굴 바로 아래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형태로부터 시작한다. 시작부터 강하게 자기 존재감을 어필하고 그 아래 부분을 커버하는 것이다. 터틀넥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목은 흡사 원기둥처럼 생겼을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같은 목을 감싸더라도 셔츠의 칼라를 보면 뭔가 심상치가 않다. 우선 칼라의 모양이 단순 원기둥을 감싸는 형태가 아니라 좀 더 복잡하게 생겼다.
목을 감싸면서 목 앞으로 나오는 칼라의 모양은 직선적이고 삼각형에 가깝다. 그리고 목 앞으로 나올수록 넓어진다. 왜 칼라의 모양은 앞으로 나갈수록 넓어지는 것일까? 우선 사람의 목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얼굴에서부터 아래로 흘러 내려오는 목의 곡선은 그 어떤 곡선보다도 섬세하고 유려하다. 그 끝자락은 흔히 말하는 쇄골의 아름다움에 닿아있다. 하지만 어깨에 원기둥 모양으로 단순하게 얼굴로 올라가는 형태는 아니다. 목의 라인과 구조는 생각과는 달리 간단치 않게 생겼고, 미세하지만 여러 가지 동세들이 겹쳐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칼라는 이렇게 미묘하게 생긴 목과 쇄골의 중간 그 어디 쯤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목의 형태에 선을 그어보면, 칼라의 아름다운 모양과 선이 목의 형태와 쇄골의 형태를 따르며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칼라의 형태를 만든 것은 칼라가 덮여지는 부분 목의 형태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목은 하느님이 만들어주신 형태이니 칼라를 디자인한 장본인은 하느님이라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목은 그냥 목이 아니라 생각보다 꾀나 복잡하게 생겼다. 셔츠의 칼라 뿐 아니라 목 주변에 걸쳐지는 옷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에 대한 구조나 형태적 특징들을 잘 파악해야 하는 데, 이 부분의 동세를 보면 단순히 목이 위, 아래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목과 쇄골, 어깨 근육 등이 모여 상당히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목의 모양새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하다.
우선 목 주변의 뼈대 구조를 살펴보면, 목은 목뼈와 여러 가지 근육, 쇄골, 날개 뼈 등이 어울려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목을 구성하는 요소들부터가 목의 범위를 벗어나 간단치 않다. 게다가 목의 구조에서 가장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목뼈를 살펴보면 생각과는 달리 상체에서 수직으로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가운데에 있는 목뼈가 바로 서있지 않기 때문에 목을 구성하는 다른 요소들 역시 여러 가지 각도로 복잡하게 구성된다. 근육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피부 아래로 얼마나 다양한 구조들이 숨어있는지 알 수 있다. 목의 양쪽으로는 길다란 근육이 연결되어 있어서 사람이 고개를 좌우로 돌릴 수 있게 한다. 쇄골은 의외로 근육이 많이 붙어있지 않다.
끝부분에만 중요한 근육이 붙어있고, 가운데 부분은 얇은 근육들이 마치 막처럼 어깨근육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쇄골은 뼈의 딱딱한 부분을 쉽게 만질 수 있으며, 근육이 두툼하게 감싸지 않기 때문에 또한 쉽게 부러진다. 그런데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부분은 쇄골의 바로 위 부분이다. 이 부분은 얇은 근육으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마치 그릇처럼 오목하게 들어가 있다. 쇄골이 많이 들어간 사람은 여기에 물을 부으면 그릇처럼 물이 담긴다. 앞쪽으로는 목을 가로지르는 근육이 이어져 있어서 삼각형의 오목한 그릇 모양이 만들어지고 있다. 칼라는 바로 이 그릇에 맞추어져 있다.
칼라는 정확하게 턱에서 시작하여, 목을 지나 쇄골에 붙어있는 근육과 쇄골이 이루는 삼각형의 오목한 부분에 딱 들어맞게 디자인되어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위로는 둥근 목을 감싸고 둥글게 돌아가는 둥근 궤적, 아래로는 쇄골의 수평적인 선에 의해 칼라의 형태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부분은 단순한 평면이 아니라 3차원 곡면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평면인 천으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셔츠의 칼라에는 특별히 안에 심지를 넣어서 3차원의 곡면을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셔츠에서 칼라는 셔츠의 질감과는 다른, 좀 딱딱한 질감으로 보인다.
칼라의 모양에 관련해서 우리가 살펴보아야 할 중요한 조형적 특징 중에 하나는 셔츠의 단추를 모두 채웠을 때와 맨 윗부분을 채우지 않았을 때 목 형태와의 어울림이나 조형적 이미지에 있어서 차이가 많이 난다. 셔츠의 단추를 모두 채우면 칼라의 맨 앞쪽은 목을 완전히 둥글게 감싸며 원통 형태를 이룬다. 칼라의 맨 앞 부분이 왜 넓었는지를 이때 확인할 수 있다.
목의 길이는 좌우 양쪽의 쇄골이 만나는 가슴의 가장 한가운데가 가장 길다. 셔츠의 단추를 모두 채우면 칼라의 양쪽 깃이 목 한가운데, 목이 가장 긴 부분에서 만나기 때문에 이 부분의 세로 길이가 길어야 목을 완전히 감쌀 수 있다. 셔츠의 위 부분의 단추를 채우지 않으면 목 앞쪽까지 칼라가 덮지 않고, 양쪽의 칼라는 수직으로 반듯하게 세워져서 정면을 향하게 된다. 칼라 끝부분이 넓은 덕을 이럴 때에도 톡톡히 본다. 칼라의 긴 끝 부분이 비스듬하게 아래로 떨어져서 가슴의 경사와 조화를 이루면서 세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거양득이란 말이 있듯이, 칼라의 이런 모양은 단추를 모두 채우고 있을 때나 채우지 않고 있을 때 모두 유리한 형태이다.
이상에서 살펴 본 것처럼 셔츠에서 칼라는 몸통에 비해서 크지는 않지만 몸과 가장 밀착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셔츠의 윗부분을 몸에 단단히 고정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조형적으로 본다면 칼라는 넓은 몸통과 대비를 이루면서 홀로 두드러지고, 그러면서도 옷을 입은 사람들의 얼굴을 돋보이게도 하는 조형적 포인트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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