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노가 되어 떠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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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5 오후 2:23:26

어느 지인의 소개로 원대연 건축가가 지은 예술촌을 찾아나섰다. 대전을 거쳐 진천 톨게이트를 거쳐 이월면에 자리잡은 그의 미술관. 빈 겨울 마당에는 인적이 없었다. 높낮음이 있는 작은 건물이 촘촘히 박혀 있고 편안함과 안락함이 숨쉬고 있었다. 길목을 끼고 숨어 있는 듯 수줍게 낮춰 있지만 거대한 왕국이다. 커피숍이 입구로 통하듯 눈길을 주는가 하면 모퉁이 돌아 수줍은 듯 숨어 있는 미술관 상촌갤러리는 웅장했다. 미술관 입구에서 만난 주인장의 첫인상은 거인을 만난 듯했다. 구리구리한 헤어스타일에 악수를 청하는 그의 손은 장군의 큰 손이다. 따뜻하며 자연 속에 귀화된 눈빛이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건축입니다.” “지금은 건물은 있지만 건축은 없다”는 절규에 나의 가슴은 미어졌다. 옷은 옷이되 패션이 죽은 것과 무엇이 다르랴. 작가 의식보다 트렌드를 쫓아 미처 사는 소 왈 ‘전문인’들의 배반적 모순들에 공감했다. 농촌건축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지반이 떠 있는 환경건축을 발견한 듯하다. “창틀은 최고 품질을 사용하라.” “소품은 가장 대중적이며 사고를 대비해야 한다”고 충고해 준다. 버려진 농촌건축 속에 피폐해진 환경들…. 공해가 된 전원주택 버전들…. 국적 없는 호화 주말주택들…. 나는 많은 지인들과 농촌 주택 문제에 이의를 제기해왔다.나는 그가 농촌을 구해줄 구세주인 듯 했다. 그가 세우려는 농촌의 친환경 ‘달동네 버전’은 천국이다. 30여 채를 옹기종기 모아 사람 냄새 나는 공동체를 이루는 청사진에 내가 신나는 이유가 뭘까. 도시 집중현상은 경쟁력 소모가 춤추나 자연 속으로의 귀화는 삶과 자연의 본질 속에 세상의 근본을 발견한다. 그의 건축을 들여다보면 햇빛촌이다. 자연채광을 중시하고 삶의 동선과 자연을 섬기는 신앙이 박혀 있다. 집 속에 자연을 끌어 들이지 않고 자연 속에 집을 올려놓은 하늘사랑인 것 같다. 곳곳에 미로를 만들고 그 미로들이 대화와 사건이 되는 소설 같은 ‘책 건축’이다. “인간이 심은 꽃들이 자연 속에 자리잡는 7년이란 세월 속에 이룬 건축이다”라고 했다.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 들어간 원대연 건축가의 철학에 나는 미칠 듯 동화되고 만다. 그가 설계한 야외 집회장을 보며 그의 야심을 읽는다. 텅 빈 공간이지만 승리한 투우사에게? 수많은 인파가 그를 응원하는 듯 용솟음치고 있었다. 흙먼지 하나 묻어 나지 않게 한 조경에 미스터리를 단다. 나는 밤 늦도록 그의 달동네 왕국에 동참하려 했지만 꿈속에서 쫓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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