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접색을 조화시키는 것은 가장 안정되고 무난한 배색 방법이다. 무난하다는 것은 오래도록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진다. 옷처럼 짧지 않은 시간을 두고 보아야 하는 디자인의 경우에는 오래도록 질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패션에서는 인접색을 많이들 쓴다. 하지만 특징 없이 무난하기만 하면 매력이 약할 수가 있다. 패션 디자인에서 외형의 매력도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문제인지 모른다. 두드러지지 않으면서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 이것이 인접색을 구현할 때 맞닥뜨리게 되는 큰 숙제이다.
빨간색과 인접색
빨간색은 삼원색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색이다. 색의 상징도 정열, 섹시함 등 다소 기질이 센 것이 많다. 하지만 따뜻한 색의 느낌과 가장 여성적인 느낌과 눈에 잘 띈다는 특징 때문에 패션 디자인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색이기도 하다. 빨간색은 그 자체로 강하기 때문에 빨간색만으로 디자인된 패션 디자인도 많이 볼 수가 있다. <그림 1>처럼 일체 장식이 없는 디자인이더라도 빨간색 하나만 들어가면 충분히 눈에 띈다.

하지만 빨간색 계통의 여러 가지 색들이 어울려서 만들어내는 다양한 이미지 또한 외면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색상환에서 보면 빨간색에 바로 이웃하고 있는 색에는 오렌지색이나 분홍색 등이 있다. 좀더 확대하자면 주홍색이나 마젠타색으로까지 포함될 수도 있다. <그림 2>에서처럼 이런 색들은 빨간색을 기준으로 좌우에 포진하여 빨간색의 역영을 넓히고 있다.
이렇게 인접색의 범위를 어느 정도 구분하게 되면 빨간색은 외롭지 않게, 그리고 빨간색의 기운이 유지되는 한도내에서 보다 풍부한 표현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림 3-1> <그림 3-2>는 빨간색의 인접색으로만 배색이 된 디자인의 예들이다.
위의 패션 디자인에서의 색은 분명 빨간색의 인접색들로 배색된 디자인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느낌은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붉은 기운이 느껴지는 것은 똑같으나 <그림 3-1>과 <그림 3-2>의 전체적인 색감은 많이 달라 보인다. <그림 2>의 인접색 구성을 참고로 <그림 3-1>을 살펴보면 빨간색을 기준으로 오른쪽의 마젠타 계열 색만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그림 3-2>를 보면 반대로 왼쪽, 그러니까 오렌지 계열의 색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인접색으로만 배색을 하게 되면 크게 눈에 들어오는 배색을 하기는 힘들지만 인접색의 성격들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잘 이용한다면 이렇게 작은 범위 안에서도 변화를 꾀할 수 있다. <그림 3-1>과 <그림 3-2>는 중심색인 빨간색을 포함하고, 오른쪽의 색들을 쓰는가 왼쪽의 색을 쓰는 가에 따라 변화를 꾀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빨간색의 강렬함을 유지하면서 좀 얌전한 표현을 할 때는 이런 접근이 무난하다. 그런데 아무래도 색의 다양함에서 보자면 이런 정도의 배색은 좀 단조로울 수있다. 여기서 조금 더 색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꾀한다고 하면, 빨간색을 기준으로 오른쪽·왼쪽으로 뻗어나간 인접색들을 동시에 사용할 수가 있다. <그림 2>에서 빨간색의 양쪽 끝에 있는 색들은 오렌지색과 마젠타색이다.
이 둘은 같은 빨간색의 인접색이긴 하지만 각각의 색을 동시에 대비시키면 차이점이 적지 않다. 이런 차이를 잘 이용하여 배색한다면 인접색이라는 강력한 유사성을 바탕으로 대단히 많은 변화를 꾀할 수 있다. 이 원리만 잘 숙지하고 있으면 풀 컬러로 온갖 색 대비를 다 쓴 디자인보다 더 효과적으로 눈에 띄게 할 수가 있다. <그림 4>는 그런 디자인의 좋은 예를 보여준다.
<그림 4>의 디자인을 보면 도저히 인접색으로만 된 디자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하고 풍부해 보인다. 자세히 보면 이러한 풍부한 색감은 빨간색 좌우에 있는 색들의 대비감에서 온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마젠타 계통의 분홍색과 오렌지 계통의 색들이 서로 대비되면서 조화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안정된 색감과 부분적으로 대비되는 색들의 개성들이 복잡하게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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