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밍(Naming) 有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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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6 오전 10:21:55

모든 일에 자신감이 넘치는 편은 아니지만, 솔직히 한 두달이면 뚝딱 해낼 것 같은 이유 없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지난 서너 달 동안 제 온 신경을 집중했던 새로운 회사명 개발 프로젝트 이야기입니다. 윗분들께 미래지향적 방향으로의 회사명 개편 당위성을 이해시켜 드리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기에 실제 실무 진행은 쉽게 결론날 줄 알았는데, 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대행사에서 개발해온 여러 후보 안(案)과 직원들이 제안한 안들을 합쳐 네 차례가 넘게 보고를 할 때까지도, 최종 회사명은 좁혀지질 않았고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독특하고 차별화된 이름은 발음하기 어렵고, 발음하기 좋은 것은 너무 평범한 느낌입니다. 회사가 가진 브랜드의 특성이 잘 녹아있는 이름은 글자 수가 너무 길었고, 재미있는 것은 이미 등록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구관이 명관이라고 당분간 기존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며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회사명을 개발 하는 걸로 중지를 모았습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우리네 어머니들은 누구누구의 엄마로만 불렸지 정작 본인의 이름은 평생 몇 차례도 불리지 못했던 시절도 있었고, 한 해 동안 법원에 개명신청을 하는 인구는 2008년을 기준으로 14만 6773건에 달한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놀림을 받는 당사자들의 고통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합니다. 누구나 학창시절 반에서 특이한 이름을 가진 급우를 별명으로 놀렸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국민의 정부 시절 이른바 ‘옷 로비 사건’으로 떠들썩한 청문회의 해프닝을 거치며 밝혀낸 건 결국 앙드레김이란 유명 디자이너의 본명이 ‘김봉남’이란 사실뿐이었는데, 아마도 그것이 대다수 사람들의 머릿속에 지금까지 남아있는 그 사건에 대한 유일한 기억일 겁니다. 이렇듯 이름이 주는 이미지는 아주 강력합니다. 이름의 이미지와 네이밍이 아주 잘 어울릴 때는 당연히 긍정적인 이미지가 생기지만, 반대로 아주 안 어울릴 경우에도 독특함으로 각인이 됩니다. 단, 그럴 경우 부정적 이미지일 확률이 높습니다. 가끔씩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제가 신문에 글을 쓰는걸 아는 지인들이 “당신이 글을 좀 쓰는 것 같으니 이번에 자그마한 개인 회사를 만드는데 회사명이나 브랜드명을 하나만 지어 달라”는 말을 가볍게 부탁할 경우입니다. 하지만 ‘나는 네이밍의 전문가도 아닐뿐더러 네이밍은 회사와 브랜드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것이니 투자를 좀 하시더라도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라고 에둘러 고사합니다. 네이밍은 브랜딩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정답은 없지만 그건 다른 일보다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얼마 전 텔레비전을 보다 문득 아들 녀석에게 살짝 미안한 일이 생겼습니다. 십여 년 전 태어날 아이의 이름을 짓는 중책이 제게 떨어졌습니다. 별 생각 없이 당시 제가 좋아했던 유명한 아나운서의 이름을 그대로 따와 지었는데, 최근 뉴스에서 욕을 먹는 국회의원 중 한분이 그분이니 아빠의 선견지명이 부족할 따름입니다. 태진인터내셔날 마케팅부문장 / 호서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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