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패션 회사의 대표이사나 간부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VMD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상품을 하나하나 보면 좋은데 막상 매장을 둘러볼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과 답답한 마음이 앞선다고 한다.
필자가 1987년 미국 FIT에서 VMD 연수를 받을 때만 해도 우리 패션업계에서는 VMD를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라이선스 브랜드 가운데 해외 본사에서 브랜드 관리를 잘하는 업체에서나 그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정도였다.
또 그 무렵 우리 패션 시장은 성장 단계에 들어서기 시작함에 따라 지금처럼 브랜드가 세분화되고 많은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상품력’만 갖춰지면 손쉽게 팔 수 있어 상품기획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브랜드의 콘셉트와 상품 이미지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가능한 많은 상품을 걸어놓는 창고형 매장에서, 상품을 찾기 쉽도록 걸어놓는 진열형 매장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VMD는 필요에 따라 발전했고, 그 변화의 속도는 2000년대에 들어서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이는 매장을 어떤 위치에 어떻게 설치하고, 상품을 어떻게 진열하며, 매장환경을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만들어진 상품의 판매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같은 상품 VMD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판매의 차이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는 사회의 변화와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했기 때문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한 행어 진열 방법만을 보더라도 우리나라 기성복이 시작된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1990년대까지는 품목별·스타일별 진열이었다. 이는 지금은 상설 할인매장에서나 볼 수 있는 방법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 품목별 컬러 그룹 진열을 하기 시작했다. 최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방법으로서 컬러 코디네이션 착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현재 가장 앞서가는 브랜드들은 토털 코디네이션 기법의 행어 진열, 즉 전 품목을 섞어 코디네이션시켜 진열함으로써 소비자들이 한눈에 알아보고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진열 방법이 있지만 각 브랜드의 콘셉트와 이미지가 고려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매장을 관리하는 점주와 판매를 맡고 있는 숍 매니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매장을 관리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1980년대 형의 매장이 있는가 하면 2000년대의 가장 앞서가는 매장도 있어 매장 형태는 천차만별인데, 그 차이만큼이나 브랜드의 매장 환경도 차이가 난다. 매장의 VMD만 바꿨는데 판매가 30%나 신장했다는 이야기는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대단한 이슈라는 것은 분명하다.
임상민(De&Co 대표 )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