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은 대표적인 차가운 색이다. 나머지 삼원색인 빨간색과 노란색이 따뜻한 색임에 반해 파란색만 홀로 차가운 색이다. 차가운 색은 따뜻한 색에 비해서 주목성이 덜하고 후퇴하는 색이다. 패션 디자인같이 여성적이면서도 시각적인 효과가 중요한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쓰인다. 하지만 파란색은 파란색 특유의 특징이 있으니, 그 특징들이 디자인에 있어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밝고 어두운 파란색들

파란색은 시원하다. 하늘과 바다를 연상시키는 이 파란색은 맑고 깨끗하고, 무엇보다 청량음료가 목구멍을 넘어가면서 자아내는 톡 쏘는 시원함을 시각적으로 재생산해 낸다. 빨간색, 노란색 등 각종의 따뜻한 색들이 백가쟁명하는 패션 디자인 세계 속에서 파란색은 이처럼 따뜻한 색이 주지 못하는 나름대로의 느낌을 주면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그림 1>은 파란색만으로 디자인된 옷이다. 옷 전체를 흐르는 청량함은 파란색이 아니면 구사할 수 없는 느낌이다. 파란색은 오렌지나 빨간색 등 난색들이 확보하고 있는 색의 범위 보다는 좁은 영역을 가지고 있다. 삼원색의 나머지 노란색과 빨간색이 난색이니 색의 영역이 상대적으로 좁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파란색이 가지는 색의 인상이 간단하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림 2>를 보자.
<그림 2-1>은 파란색에 명도를 높인 색으로 디자인된 것이다. 이렇게 파란색이 명도가 높아지면 소위 말하는 하늘색이 된다. 순 파란색보다는 청량함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대신에 차가운 색임에도 따뜻한 느낌이 감돌게 된다.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구현하고자 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색이다.
<그림 2-2>는 <그림 2-1>과는 반대로 명도를 낮춘 파란색으로 디자인된 경우다. ‘청출어람 청어람’이라는 속담에서 ‘람’, 즉 남색이 바로 이 색이다. 깊은 바다의 색과 비슷하기 때문에 평면에 쓰더라도 입체감을 주는 색이다. 단지 눈을 차갑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이의 마음 저 깊은 곳까지 차갑게 만드는 색이다. 특유의 우러나오는 깊은 차가운 맛 때문에 분위기를 차분하게 하거나 색을 좀 미묘하고 신비스럽게 쓸 필요가 있을 때 주로 사용하는 색이다.
이처럼 파란색에 밝기만 달리 해도 색의 인상이 많이 달라진다. 이러한 차이점만 잘 이용해도 아주 풍부한 표현을 이루어낼 수가 있다. <그림 3>을 보면 밝기가 다른 파란색만으로도 풍부한 표현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3-1>은 밝은 파란색, 파란색, 어두운 파란색이 옷 전체에 고루 어울려 있는 경우이다. 전체적인 통일감이 굳건한 가운데에 밝고 어두운 대비가 변화를 이루고 있는 디자인이다.
<그림 3-2>는 명도가 다른 파란색이 각각의 면을 가지고 대비를 이루고 있다. <그림 3-1>보다 색의 명도대비가 뚜렷해 보인다. 치마에 노란색이 간간이 들어가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이렇게 분명한 자신의 면을 가지고 명도대비가 이루어지면 마치 다른 색으로 된 것처럼 강한 대비감을 줄 수 있다.
이처럼 같은 색이라도 밝기와 어둡기를 어떻게 해주는가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연출할 수 있고, 그만큼 디자인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그림 4>를 보면 또다른 파란색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맑기에 따른 파란색의 변주

<그림 4>의 패션 디자인은 둘 다 파란색으로만 디자인된 것인데, 자세히 보면 앞의 것들과는 또 다른 파란색의 느낌을 주고 있다. 밝기가 조금씩 다른 파란색들로 구성된 디자인인 것 같기도 하지만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약간 특이한 파란색들이 보인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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