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회 아카데미 어워드 지상중계

황금분할’을 가장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압도적인 승리. 바로 77회째를 맞은 2005 아카데미 시상식의 성적표다. 5:4라는 수치가 말해주듯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5개 부문을 수상한 <에비에이터>가 4개 부문을 수상한 <밀리언달러 베이비>를 앞섰고, 단순 제작비만 비교해 봐도 <에비에이터>가 압도적으로 우세였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주요 부분 4개를 휩쓴 <밀리언달러 베이비>의 확실한 승리였다. 특히 배우로 영화 인생을 시작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1993년 <용서받지 못한 자>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수상이라는 사실은 5번이나 노미네이트되고도 노메달에 그친 <에비에이터>의 감독 마틴 스콜세지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지난 2월 28일 오전 미국 로스앤젤리스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비록 노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배려해 ‘황금분할’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냉정하게 작은 영화 <밀리언달러 베이비>의 큰 영화 <에비에이터>에 대한 승리로 끝났다. 더불어 오스카 회원들이 감동적인 휴먼 스토리를 좋아한다는 것이 또 한번 입증됐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시작될 때만 해도 하워드 휴즈의 이야기인 <에비에이터>가 강세를 보였다. 촬영상 수상으로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5번째 트로피를 받자 지난해 11개 부문을 수상해 싹쓰리를 한 <반지의제왕>처럼 <에비에이터>가 상을 휩쓸지도 모른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시상식 전 미국의 한 사이트가 37명의 영화 기자와 평론가를 대상으로 한 투표 결과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여주주연상, 남우조연상 4개 부문의 1위로 <밀리언달러 베이비>를 뽑았기 때문에 관객들은 <밀리언달러 베이비>의 후반 선전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이미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모건 프리만이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상태였다.
드디어 여우주연상 시상 순간이 돌아왔다. 강력한 후보였던 아네티 배닝을 누르고 힐러리 스웽크가 31세의 나이로 생애 두 번째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대세는 급격하게 <밀리언달러 베이비> 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나마 남우주연상도 <에비에이터>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아닌 <레이>의 제이미 폭스에게 돌아간 상태에서 감독상과 작품상이 차례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가슴에 안기면서 역전 우승의 묘미를 보여주었다.
지난해 12월 언론에 공개된 <밀리언달러 베이비>는 ‘영혼을 뒤흔드는 위대한 감동’이라는 영화 관계자들의 찬사를 받으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의 감독상과 여우주연상 수상을 비롯해 이미 각종 평론가로부터 올 최고의 작품상으로 주목 받았다. <밀리언달러 베이비>는 강렬한 화면과 전개가 장점으로 굳은 결심으로 권투에 인생의 전부를 건 열정적인 여자 힐러러 스웽크(매기 피츠제랄드 역)와 회복될 수 없을 만큼 소원해진 딸과의 관계 때문에 세상과의 소통을 피하는 트레이너 클린트 이스트우드(프랭키 던 역)가 극적인 사건을 겪으며 서로 교감해 간다는 할리우드식 휴먼 스토리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블랙 파워가 뚜렷했다. 제이미 폭스가 <레이>로 남우주연상을, 그리고 모건 프리만이 <밀리언달러 베이비>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는데, 두 흑인 배우가 주·조연상을 받기는 오스카 사상 초유의 기록이다. 먼저 수상한 모건 프리만은 흑인 배우 강세에 관한 질문에 대해, “그것은 할리우드가 계속해 역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레이 찰스의 맹인 연기를 실감나게 보여준 제이미 폭스는 감정에 겨운 목소리로 부모의 이혼 후 조부모 손에 자란 그는 배우가 되도록 자기를 지도해 준 ‘내 최초의 연기자’라며 작고한 할머니에게 감사를 드렸다. “이제는 꿈에 나타나시는 할머니, 오늘밤에 너무 할 말이 많아 잠들 때까지 기다리질 못하겠어요. 사랑해요.” 라는 멘트에서는 감정에 겨워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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