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영국 일본 등지에 출장을 다니다 보면 큰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적인 풍경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차이나 타운. 길게는 100년이 넘은 중국인들의 이민 역사는 이미 많은 나라에 그들의 영역을 확보함으로써 그 세월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꼭 만날 수 있는 건 그들의 음식과 건축 양식들입니다.
한국인의 코리아 타운에는 어디에도 한국 고유의 건물 양식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중국인들은 그들의 영역을 그렇게 그들의 방식으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상하이에는 예원(豫園)이라는 중국 근대의 멋진 정원이 있습니다. 예원을 중심으로 중국 명·청 시대의 건축물들로 이루어진 상가들이 들어서 있는데 여기에 ‘스타벅스(星巴克)’가 들어서 있습니다. 과연 미국의 자존심 ‘스타벅스’는 어떤 모습으로 여기에 들어와 있을까?
하지만 이런 의문은 ‘스타벅스’ 매장을 보는 순간 싹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중국 근대의 건물에 어우러진 ‘스타벅스’ 간판이 꼭 명·청 시대의 차방(茶房) 같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의아할 정도로 그들은 멋지게 그 곳에 서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도 중국에 오면 꼼짝없이 명함을 바꿔야 합니다. ‘高盛(까오셩)’이라고 불리는데 번창하고 운수대통 한다는 정도의 뜻입니다. 시티은행도 거액을 들여‘花旗銀行(화치인항)’이라고 이름을 바꾼 후에야 중국 땅에 제대로 발을 디딜 수 있었습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한 교수가 네이밍한 코카콜라의 중국어 표기는 전무후무한 최고의 걸작으로 꼽힙니다. 브랜드 가치만 1조 달러에 가까운 코카콜라도 이 곳에 오면 ‘可口可樂(커코우커러)’ 라는 우스꽝스런 이름으로 다시 불려야만 합니다. 이런 중국식 네이밍은 외래어를 그대로 표기할 수 없는 중국어 고유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렇게만 설명하기에는 그들의 숨은 의도를 다 표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도 어마어마한 중국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그들의 새로운 이름을 내놓았습니다. ‘耐克(나이커)’와 ‘阿迪达斯(아디따스)’는 그들이 준비한 중국식 이름입니다. 아마도 중국 사람들은 나이키와 아디다스로 불리는 그들의 애용품 보다는 입에서 쉽게 불릴 수 있는 또 다른 이름을 부르면서 더욱 친근감을 느끼고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윤대희 중국 디더블류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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