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의 마술이 피어나는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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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원의 미학으로 본 패션 (31) ━ 옷과 색 ②

2009-05-29 오후 11:03:33


같은 옷을 입더라도 어떤 사람은 아주 훌륭해 보이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그 반대로 보이는 경우가 있다. 옷을 갖추어 입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어울림이다. 그런데 이 어울림 속에는 색에 대한 문제가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옷을 잘 입는 사람은 대개 색을 잘 골라 입는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색의 옷을 입더라도 좋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색은 그 자체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색들이 어떻게 어울리는가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몰라서 그런 것이다. 옷은 언제나 하나 이상의 색들로 이루어져 있다. 여성이 재킷과 치마를 입는다는 것은 재킷의 색과 치마의 색을 맞추어서 입는다는 말로 바꿀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옷을 입을 때 하나의 색이 아니라 여러 개의 색을 동시에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같은 옷을 입어도 어떤 사람의 옷은 색이 아주 아름다운데, 왜 어떤 사람의 옷은 그렇지 않아 보이는 것일까? 왜 유행하는 색, 튀는 색을 입었는데도 멋 있다는 소리보다 촌스럽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일까.





색의 상대성


옷이나 색은 단독으로는 의미가 없다. 누구도 셔츠 하나, 바지 하나만 입고 거리로 나갈 수 없듯이 옷을 입을 때 색도 두 가지 이상 색이 항상 붙어 있게 된다. 하다못해 아무리 단벌 정장이라도 그 옷을 구성하는 단추나 액세서리, 구두, 백과의 관계를 봐도 그렇다.

아무튼 한껏 옷을 챙겨 입고 밖을 나갔다고 치자.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이 어떻게 입고 나갔는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예컨대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초록색 하의를 입고 나가면 사람들의 반응이 열광적이다. 젊어 보인다고도 말하고, 아주 건강해졌다고 하는 말도 듣게 된다. 새로운 사람을 소개받았는데, 첫 인상이 발랄하고 명랑해 보인다는 말도 듣는다. 하지만 원래 성격은 차분하고 때론 우울하기까지 하다.

그런데도 이런 말들을 듣는 것은 순전히 색 때문이다. 빨간색과 초록색은 보색이기 때문에 이 두 색을 매치해 입게 되면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그림 1>을 보면 얼핏 봐도 튀어 보인다. 보색이라서 그렇다. 보색은 색상환에서 마주 보고 있는 색으로 서로 공통되는 점이 없기 때문에 성격상 가장 대비가 심한 색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빨간색을 입고도 무난해 보이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있다. 다음의 그림을 살펴보자. 초록색 바지를 입었을 때와 달리 부드럽고 따스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강렬한 같은 빨강이라도 은은한 느낌이 드는 것은 인접 색의 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즉, 같은 색상 계열의 옷을 입으면 아무리 튀는 원색이라도 그 개성을 조금 낮춰줄 수 있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런 색의 변화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살펴보아야 할 것인가? 학생시절 미술시간에 배웠던 색상환을 떠올려 보자. 빨, 주, 노, 초, 파, 보의 6개 색이 원을 이루고 있는 것이 색상환<그림 3>이다. 이것은 빨강, 노랑, 파랑을 삼각형의 각 꼭지점에 놓고 그 중간 색을 사이사이에 집어넣은 것이다.

즉, 빨강, 노랑, 파랑의 삼원색으로 나머지 주황, 초록, 보라색인 중간 색을 만들어 낸다. 이 색상환에서 빨강과 초록, 빨강과 보라색의 관계를 살펴보자 빨강과 초록은 서로 반대편에서 마주보고 있는 색이고 빨강과 보라는 옆에 있는 색이다. 즉, 빨강과 초록은 보색 관계이고 빨강과 보라는 인접 색이다.

초록색은 노랑과 파랑이 섞인 색인데 이는 빨강색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색이다. 따라서 빨강과 거리가 가장 멀며 아무런 관련도 없는 색이 되는 것이라 색이 튀어 보이는 것이다. 즉 색상 대비도가 가장 크기 때문에 튀어 보이고 싶을 때 색상 대비를 활용하면 좋다.

반면에 보라색은 빨강과 파랑이 섞인 색이다. 그렇기 때문에 빨강이라는 공통 분모가 생겨 비슷해 보이면서도 약간의 변화를 주고 싶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배색이다. 원색은 대부분 옷에 직접 사용되었을 때 너무 현란하거나 촌스러워 보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큰데 이럴 때 인접 색을 같이 입어주면 그 본래 색의 범위를 확장해 중화시켜 주는 역할을 해준다.


인접 색 대비. 무난하거나 화려하거나

사실 보색의 색상 대비는 어려운 게 아니다. 오히려 쉽게 튀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오히려 인접 색으로 멋 있어 보이는 것이 어렵다. 까딱하면 촌스러워지기 십상이다. 그런 경우는 어떻게 색을 사용해야 할까?

이때도 대비를 활용하면 된다. 같은 인접 색이라도 멀리 떨어진 인접 색을 사용하면 훨씬 색이 다채로워 보인다. <그림 5>는 색상환에서 보면 빨강을 중심으로 각각 왼쪽과 오른쪽에 위치한 주홍과 보라색을 사용했을 뿐인데 아주 화려해 보인다.

<그림 7>은 어떨까? 보라와 빨강이면 <그림 4>와 같이 가까운 인접 색인데도 훨씬 색감이 풍부하다. 왜 그럴까? 그 비밀은 연보라색에 있다. 다음 호에는 이러한 효과를 줄 수 있는 명도 대비에 대해 알아보자.

<다음 호에 계속>



글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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