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제품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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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화의 재미있는 무역이야기 ⑥

2009-05-04 오전 9:14:43


한국은 첨단 신제품의 실험실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IT쪽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섬유·패션 분야에서도 과히 틀리는 말은 아닌 듯하다.

요즘 한국 섬유산업의 갈 길을 기능성 섬유의 개발에서 찾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그리고 그 결과 투습방수, 자외선(UV) 차단, 전자파 차단, 소취기능, 방취기능, 항균방취기능…. 새로운 기능성 섬유가 하루가 멀다 하고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아직 우리의 제품들이 coolmax, Gore-tex의 브랜드 인지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필자도 요즘은 쿨맥스 양말대신 국내에서 생산되는 보다 강력한 기능을 가진 다른 실로 대체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바이어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능은 훨씬 더 좋고 가격도 더 저렴하다. 게다가 쿨맥스 태그를 받기 위하여 거쳐야 하는 브랜드 관리 회사의 번거로운 관료적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답답하지만, 아직 듀폰이나 쿨맥스의 브랜드 인지도를 생각하면 유럽 시장에서 제품의 소재를 섣불리 바꾸기에는 망설여지는 것은 당연하다.

참숯실, 은나노 실, 대나무실, 황토실, 마실, 콩실… 모두 다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다. 하지만 이런 기능성 제품을 실제로 수출 제품화하기에는 어려움이 무척 많다. 황토실을 예로 들어보자.

우선 외국인들에게 황토의 기능을 어떻게 설명할까?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 우리의 문화를 알지 못하는 미국이나 유럽인들에게 황토가 어떻게 생겼는 지를 설명하기란 만만치 않다.

게다가 황토에서 나오는 원적외선 효과라든가, 흡습기능은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 보면 사실 그리 큰 차이도 없다. 이 실들이 모두 주장하는 것은 항균기능이다.

가끔은 보면 자기 제품이 자기가 취해서 객관성을 상실하는 회사들을 볼 수 있다. 자기의 제품은 너무나 뛰어나서 감히 대적할 만한 경쟁자가 없다는 지나친 자만감을 갖고 수출에 임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스럽다.

필자도 숯양말과 은나노 양말을 수출하기 시작한 지 벌써 4-5년은 된다. 그런데 사실 매출이 오르기 시작한 것은 고작해야 2-3년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이전에는 양말보다는 실에 대한 설명이 더 오랜 기간 필요했다. 은나노 실의 특성이야 그렇다 치고라도, 참숯실의 특성을 설명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우선 바이어가 이해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이를 현지에서 실제로 임상실험하는 사람들을 이해시키는 데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갔다. 내수용만으로 기능성 실을 만들기에는 우리 시장의 규모가 너무 작다.

스티븐 잡스가 IPOD을 만들 때 콘텐츠까지 생각했듯이, 기능성 실을 만들 때도 입을 사람의 감성까지 감안해서 만들어, 우리의 기능성 실로 제품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 외국인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덜 걸리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글 홍재화 드미트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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