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이거 한방이면 돼!” 무역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흔히 하는 말이 있다. “크고 똑똑한 바이어 한 명이면 돼!” 하지만 그 한 방, 한 명을 바라보다가 세월보내고, 돈버리는 일이 허다하다.
도박에서 한방은 거의 기대할 수 없는 확률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은 뒤에도 수백만 명 중에 한 명이 겨우 차지할 수 있는 행운이다. 무역에서 똑똑한 바이어는 그보다도 확률이 낮다.
바이어는 무작위로 던져지는 주사위가 아니다. 내가 똑똑하거나 규모가 크지 않으면 그런 바이어를 기대할 수 없다. 바이어와 셀러는 대체로 비슷한 수준에서 만나게 된다. 그래야 서로 부담이 없다. 너무 한쪽에 치우치면 걱정해야 할 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큰 바이어는 큰 셀러를 찾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무역하는 사람들은 자기의 규모나 실력을 무시하고 상대방이 커서 자기를 키워주기를 기대한다.
미국의 전시회에 나가면 처음 나오는 사람들이 가장 실망하는 것이 방문객들의 수준이 너무 작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의 전시회는 전혀 국제적이지 못하다. 그야말로 구멍가게 사장들이 구경와서 10장, 50장 사가는 규모이다. 거기에서 관세율이 어떻고, 운송비가 어떻고 하는 것은 전혀 상황에 맞는 말이 아니다. 그래서 실망하고 나중에는 아예 흥미를 잃어버리는 회사들을 많이 보아왔다. 그야말로 큰 바이어 한 명을 찾기 위하여 태평양을 건너 왔는데, 겨우 구멍가게 사장이라니…
하지만 이런 구멍가게 사장들이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자기 가게를 서너개 정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의 가게에 맞는 자기만의 상품구색을 찾아 다닌다.
처음에 10장 정도로 시작한 구매가 자기 가게의 성격과 제품의 디자인이 맞으면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요즘은 인터넷 거래가 활성화되고 UPS, DHL, EMS와 같은 국제적인 택배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이들의 소량 거래 요구에 얼마든지 대응해 줄 수 있다. 필자도 같은 거래선들과 벌써 10년이 넘도록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는 운명 공동체와 같은 관계가 되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래를 꿈꾸며 서로를 격려하며 살아간다.
그 10년이라는 세월 동안에 우리는 우리만의 특성을 가지게 되었다. 말로는 표현하기는 쉽지 않지만, 남들도 알아주는 그 특징이 우리를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되고 있다. 좋은 날도 있고, 힘든 날도 있지만 그렇게 우리는 같이 커가고 있다. 한번에 나를 키워줄 수 있는 바이어는 한번에 거래를 끊을 수도 있다. 그보다는 나와 함께 커갈 수 있는 바이어가 더 바람직하다.
홍재화 드미트리 대표이사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