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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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의 브랜드에세이 (43)

2009-03-04 오전 9:00:51


“불황기의 특별한 마케팅 전략은 무엇입니까?” 요사이 제가 패션 전문지 기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질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적 위기의 시대에 당연히 나올법한 질문이지만 저로선 참으로 난감합니다.

마치 “시험이 낼모렌데 단기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비법은 무언가요?”라는 질문을 받은 느낌입니다. 좋은 마케팅전략은 불황기와 호황기를 가리지 않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영원한 불황은 없고, 불황이 끝나 회복기가 올 때, 불황기를 잘 보낸 기업과 브랜드들은 단연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마케팅 학자들이 이야기하듯 위기가 기회가 될 확률이 높은 시기입니다.

불황기에는 기업들이 본능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삭감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를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99년 PIMS(Product Impact of Marketing Strategy)가 영국 183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불황기에 광고비 지출을 늘린 기업은 불황 당시 이익은 적었지만, 경기 회복 시기에는 빠른 수익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불황기에 광고비를 줄인 기업은 회복기에 0.8% 이익을 냈지만, 광고비를 늘린 기업은 4.3% 이익을 냈다고 합니다.

마케팅 투자 측면에서 보면 불황기에는 마케팅 비용을 확대하거나 유지하거나 축소하는 세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 자체가 전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위기극복과 적합한 방향설정을 위해 점검할 여러 변수들은 획일적일 수 없고, 브랜드마다 각기 다릅니다.

이미 기본기를 단단하게 구축하고 있으며 차별화된 강점이 있는 브랜드들에겐 시장점유를 넓힐 수 있는 공격적 마케팅의 호기이겠지만, 어설프게 겉으로 보이는 남의 마케팅 룰만을 따라하는 브랜드는 오히려 제 생명을 단축할 것입니다.

우리 브랜드가 가진 가치, 우리 브랜드의 전문성, 우리 브랜드가 구축한 고객, 우리 직원들이 가진 마인드, 우리 대표이사의 경영철학이 남의 떡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 속에서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구입해야만 하는 당위성’이 추출됩니다. 그것을 우리는 전문용어로 ‘브랜드 가치’라 합니다.

불황기의 고객들은 ‘당위성(=브랜드 가치)’에 민감해 지기에, 우리는 먼저 스스로를 제대로 알고 고객의 니즈를 찾아내야 합니다. 불황기에 흔히 떠올리기 쉬운 ‘저가 마케팅’은 브랜드 가치가 아닙니다. 저렴한 것을 사는가, 비싼 것을 사는가 하는 것은 고객 성향의 문제이고, 더 비싸더라도 흔쾌히 지불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브랜드 가치’입니다.

최근엔 내노라하는 큰 기업에서도 ‘생존’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불황을 견뎌내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허둥대며 주변의 눈치를 살피기 보단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때 입니다.

두 사람이 산에 갔다가 갑자기 코 앞에서 다가오는 호랑이와 마주쳤습니다. 놀란 한 친구는 ‘우린 이제 죽은 목숨이네’ 하며 허둥지둥 하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 친구는 조용히 신발끈 만을 고쳐 묶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허둥대던 친구가 “자네 미쳤는가, 지금 그러고 있을 땐가, 저 호랑이는 엄청 빨라서 도망쳐봤자 금방 잡히고 말걸세”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친구가 침착하게 말했습니다.

“여보게 난 호랑이가 아니라, 자네보다만 빨리 뛰면 된다네.”

김유진 루이까또즈 마케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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