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유진
<루이까또즈 마케팅 팀장 / 호서대학교 겸임교수>
지난 연말 파리 출장을 갔다가 프랑스인 친구와 함께 샹젤리제 거리 ‘루이비통’ 매장 건물 7층 복합 문화공간 ‘에스파스 루이비통’에 들렀습니다.
마침 그곳에선 서도호, 김범, 함진, 정수진 등 10명의 한국 신진 작가가 루이비통의 후원을 받아 ‘한국의 변화와 변신(Metamorphoses)’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가 한국을 주목했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먼 이국땅에서 모국 작가의 뛰어난 작품을 만나는 것도 뜻밖의 재미였지만 작품을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더욱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전시장은 1층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게 되어있었는데 직원으로부터 “문이 닫히고 캄캄할 텐데 무섭지 않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약간 의아해하며 괜찮다고 대답하니 문이 닫혔는데 엘리베이터 안은 빛이 한 점도 없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세상으로 변하였습니다.
상하좌우 모든 공간의 빛과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한 것입니다. 순간 엘리베이터 안은 정적이 흐릅니다. 주변의 사물과 사람들은 사라지고 나 혼자만 남았습니다. 위로 올라가고 있다는 느낌만 살짝 들며 긴장된 마음이 생길 때쯤 짜~잔하고 문이 열리며 빛이 환하게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드디어 7층에 위치한 갤러리에 도착하고 작품들이 바로 눈앞에 펼쳐집니다. 간단한 아이디어였지만 충격이었습니다. 전시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방금 전까지 어지러운 일상의 기억들을 머릿속에서 깨끗이 지우고 오로지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입니다.
다음날 베르사이유 궁전을 방문했을 때에도 다시한번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프랑스의 예술적 자존심이기도한 루이14세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궁전 안에서는 놀랍게도 미국의 대표적 현대미술가인 ‘제프 쿤스(Jeff Koons)’의 작품들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금속으로 만든 거대한 ‘풍선 강아지(Balloon Dog)’는 핑크 빛으로 반짝거리며 전통적인 기품과 명화로 둘러싸인 궁전의 실내와 묘한 조화를 이루었고, 도자기로 만든 ‘마이클잭슨과 원숭이’의 모습은 웃음과 함께 많은 생각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제프 쿤스’는 300억원에 낙찰된 작품이 있을 정도로 현존하는 예술가 중 가장 높은 경매가를 자랑하는 상업적인 아티스트이기도합니다. 자존심 강한 프랑스 사람들이 자랑하는 최고의 유적 한 가운데에 미국의 상업미술이 놓이게 된 것이 신기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실제 일부 프랑스예술가들이 모여 데모를 할 정도로 이 전시에 대한 반대가 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시는 대 성공이었고 개인적으로도 그 전시를 성사시킨 큐레이터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로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 기묘한 조화와 전율을 전해주었습니다. 현재와 같은 극심한 불황은 기초체력이 부실한 브랜드들에겐 작은 마케팅 활동조차 엄두를 못 낼 정도의 위기상황이지만, 기본기가 탄탄한 브랜드들에겐 오히려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고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신선함이 단지 한 번의 이슈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소포모어징크스(sophomore jinx)’는 성공적인 첫 활동이나 작품에 비해 그에 이은 활동이나 작품이 부진한 경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예를 들면 프로야구에서 데뷔 첫 해에 뛰어난 활약을 보였던 선수가 2년차 때 엄청난 슬럼프에 쉽게 빠지곤 하는데, 보통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하나는 한 번의 성공으로 스스로의 기량을 과대평가하여 자만에 빠지는 것이요, 또 하나는 그동안 익숙하지 않았던 첫 모습 때문에 당했던 상대방이 철저한 연구를 통해 공략할 수 있는 방법과 약점을 찾아냈기 때문입니다.
브랜드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불황일수록 고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해야 하고, 한번 성공했다하더라도 자만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지속적으로 담금질 해 발전적 변화를 추구해야합니다.
끝모를 불황의 긴 터널에선 가장 최후에 밝은 빛을 보는 자가 진정한 승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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