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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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5 오전 9:28:42


얼마 전 집으로 라면 박스 보다 약간 커 보이는 초라한 소포상자 하나가 배달되어 왔습니다. 거기엔 주홍빛의 단감이 상자 가득 담겨있었습니다. 그리곤 손 글씨로 적혀있는 쪽지하나,

“시골이라 별로 보낼 건 없 고, 집 앞 감나무에서 딴 거란다. 윗쪽에 단감은 그대로 깎아 먹으면 달달하니 맛이 좋을 거고, 아랫쪽에 뾰족한 감은 더 놔두면 연시가 되니 좀 참았다가 드시게”

지방에 사는 사촌 누님이 홍시를 유난히 좋아하던 제 모습을 잊지 않고 선물을 보내온 것입니다. 팍팍한 세상살이에 묻혀 지내다가 잊었던 가을의 정취와 훈훈한 정까지 느끼게 해준 그것은 진열장에 멋들어지게 얹힌 과일보다 훨씬 값진 것이었습니다.

북한강 줄기를 따라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를 오르다 보면, 서종면 문호리에 깊은숲 샘물 같은 <사각하늘>이란 작은 식 당이 나타납니다. 건축 일을 하는 일본인 바깥 분은 일본식과 한옥의 장점만을 조합한 운치있는 건물을 지으셨고, 한국인 안주인이 멋진 음식과 다도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이곳은, 제가 맛 본 음식 중에서도 최고의 맛, 향, 분위기로 기억됩니다.

음식은 보는 멋과, 정성, 건 강, 맛을 모두 포함하여야 한다 는 주인 내외의 철학이 곳곳에 배어 있어서, 손수 기른 유기농 재료만을 고집하며 한 명 한 명 천천히 주인께서 직접 수발해 만들어 주시는 음식은, 빠르게 사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에 게 한 템포 느리게 사는 것의 아름다움과 여유를 생각하게 하고, 지친 몸과 마음에 고요와 편안함을 제공합니다.

2001년부터 이곳에 발걸음 을 했으니 벌써 8년째 단골인데 제가 이곳을 즐겨 찾는 것은 위의 모든 장점보다도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주인아주머니께서 먼저 저를 알아봐 주시기 때문입니다. 제 입맛은 물론이고 아내와 아이의 입맛까지도 기억하곤 챙겨주십니다.

덕분에 저도 제 아들과 동갑인 그 집 아이와 친 해져서 가끔씩 학용품값을 쥐 어주고 오기도 합니다. 저는 식당이 아닌 이모님 댁 에 놀러간 것 같은 즐거운 기분 에 맛있는 음식까지 먹고 오니 그 곳에 다녀온 후에는 한동안 즐거운 여운이 남아있습니다.

‘고객이 가장 기분이 좋을 때는 매장 직원이 자기의 이름을 알아봐 줄 때’라는 조사를 본적이 있는데 같은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기업들이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 관계 관리)이란 용어를 써가며 복잡한 시스템 구축에 힘쓰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단골’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것이고, 단골은 ‘관심과 정’으로 만들어 집니다.

국어사전에 보면 단골이란 ‘늘 정하여 놓고 거래를 하는 곳’이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처럼 경기 불황으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단골손님을 많이 가진 브랜드는 얼마나 행복할까요? 크리스마스가 20여일 남았 습니다.

우리 회사의 우수고객을 30명만이라도 뽑아서 하루에 한 분씩 친필로 카드를 적어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보낼 수 있는 CEO가 있다면, 그 직원들은 정말 행복할 것입니다.

<루이까또즈 마케팅 팀장 / 호서대학교 겸임교수>

글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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