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정장 구성을 늘였으면 좋겠다. 울 실크 정장을 우리 브랜드에서 팔면 어떻게 되겠노?”
“사장님, 캐주얼은 싼 옷을 사 입지만 정장은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좋은 상품을 사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40대 아줌마들은 정장을 자주 사 입지 안습니다.”
“그래? 그럼 좀 더 젊은 감각의 디자인을 추가하고 가격대도 중가와 저가로 나눠서 기획을 해보면 어떨까? 현재 판매되고 있는 울 실크 정장을 반값으로 팔 수 있으면 대박일텐데… 울 실크 느낌이 나면서 저렴한 대체 소재가 없을까?”
R&D팀 김형미 차장은 ‘9만9000 원짜리 실키 정장’을 보면 지난 2006년 2월 어느 날 길고 길었던 도상현 사장과 디자이너들 간의 토론이 떠오른다. 밤 9시면 끝날 줄 알았던 이날 회의는 ‘실키 정장’으로 인해 자정이 가까워서야 끝났다. 또 외관이 반짝거림이 올 실크와 같은 소재를 만들 수 있는 업체를 찾고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한 달여의 시간을 투자하게 했다.
이러한 산고 덕분일까 ‘실키 정장’은 후발 「지센」을 여성 시장에 진입시켰고, 시즌당 1만5000~2만장이 팔려나가면서 80~90% 가까운 판매율로 「지센」의 대표적인 품목이 됐다.
김형미 차장은 피로가 밀려들 때면 ‘실키 정장’을 생각한다. 좋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만들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였고 브랜드의 매출과 이익에도 공헌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소재 디자이너로서의 한없는 자부심이 솟아오르기 때문이다.
“기능성 소재 옷을 한 번 입어보면 면 티셔츠를 다시 입지 않습니다. 기능성 티셔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여성복에 스포츠나 골프 브랜드에서나 판매하는 기능성 제품이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외선을 차단하는 기능도 좋지만 여름이 길고 더워 땀냄새를 억제하는 티셔츠가 좋을 것 같습니다.”
위비스에는 토론이 잦다. 회의실이 아니더라도 미리 정해진 주제가 없더라도 즉석에서 토론이 이루어진다. 예정된 시간을 넘겨도 토론의 결론이 모아져야 회의가 끝난다. 품평회 역시 그렇다. 위비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는 ‘왜’다.
지루하고 소모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독특한 토론문화는 상품개발의 가설과 검증의 장치가 되어 일천한 여성복 사업경험의 리스크를 줄여주고 히트상품을 만들어내는 제조기다. 또 토론 과정을 통해 개인과 부서간의 이견이 조율되고 통합되어 자연히 한 방향을 바라보게 한다.
은나노 티셔츠를 기획한 홍세의 대리는 “디자이너와 MD, 경영자와의 수평적이고 수시로 진행되는 회의문화는 단계를 거친 보고나 부서간 업무협조로 아이디어가 사장되거나 의사소통이 지연되는 것을 막아줘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내 의견이 상품으로 만들어 지고 서비스가 된다는 생각이 동기를 부여하고, 상품과 서비스로 완성된 자신의 의견이 본인의 존재감과 자부심으로 승화돼 회사를 향한 열정이 되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
황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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