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01년부터 현재까지 대학에서 광고디자인과 브랜딩 강의를 해오고 있습니다. 보통 3,4학년 두 과목을 맡았고, 학기당 평균 60명 가량을 지도했으니 한 해에 120명씩, 8년이 지났으니 누계로는 1000명 가까운 제자들을 가르친 셈입니다. 처음 강의를 시작할 때는 모든 제자들을 한 명 한 명 기억하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들이 서로 구분이 안 되고, 이미 졸업한 친구들과 헛갈릴뿐더러 길에서 우연히 제자들을 만났을 때는 이름이 얼른 기억나지 않아서 난감했던 적이 많습니다.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제자들의 위력에 기억력이 한계에 다다른 듯 말입니다.
지난주에 친구의 연락을 받곤 고등학교 2학년 시절 담임 선생님의 자제분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환갑을 넘겨 교장선생님이 되신 은사님을 20여년 만에 다시 뵈니 감회가 남달랐는데, 그 시절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어느 날 야간 자율학습 감독으로 들어오신 선생님께서 책에 밑줄을 치던 제게 “유진이는 지난주에 보던 곳에서 진도가 많이 못 나갔네” 하며 어깨를 두드려주시던 일이었습니다. 정말 입이 딱 벌어질 만큼 깜짝 놀랐었는데, 다른 모든 친구들 사이에도 이처럼 세세한 것을 기억하시고 제자들에게 자상한 말씀을 건네주시던 선생님의 놀라운 기억력은 늘 이슈거리였습니다. 결혼식장에선 그 당시 같은 반이었던 급우들 6명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20여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우리를 기억하실지가 최대의 관심사였습니다.
기억력의 위력에 세월은 숫자에 불과한 것일까요. 선생님께서는 찾아간 제자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러주시고, 예전의 일들을 또렷이 되새겨 내시는 것이었습니다. 40년 가까운 시간동안 길러내신 제자는 수를 헤아리기도 힘드실 텐데, 선생님의 놀라운 기억력에 아니, 선생님의 놀라운 사랑에 우리는 오랜만에 행복한 수다로 가슴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판매현장에서 직접 고객을 마주하는 직원들의 중요성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습니다. 고객들은 ‘내가 인정받고 있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낍니다. 동네 가게를 가더라도 자신을 알아주는 곳은 한번이라도 발걸음을 더하게 됩니다.
고객은 자신이 기억하는 브랜드보다 자신을 기억해주는 브랜드를 더욱 오랫동안 사랑합니다. 고객관리가 브랜딩의 핵심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도 최신의 CRM 방법들이 속속 개발되어 고객관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인지, 얼마나 더 많은 고객을 만들어낼지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효율과 효과에 집착하며 달려오다 정작 중요한 본질을 놓치고 있진 않은지 스스로 반성하게 됩니다. ‘나는 과연 우리 브랜드의 고객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기억하고 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김유진 「루이까또즈」마케팅팀장/ 호서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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