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반열에 오른 브랜드들의 공통점을 하나만 꼽으라면 브랜드네임 앞에 항상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는 점입니다. 언뜻 식상해 보이기도 하지만 ‘역사’라는 단어가 앞에 놓인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며, ‘전통’이라는 단어는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그 브랜드만의 독특한 무언가가 있다는 뜻입니다.
예술의 도시 파리를 상징하는 에펠탑은 1889년,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하는 만국박람회에 선보이기 위해 교량기술자 ‘구스타프 에펠’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설계단계 부터 고풍스런 파리의 이미지를 철골구조물이 망쳐놓을 것이라는 엄청난 반대에 부딪쳐 20년 후에는 철거하겠다는 조건이 붙었고, 건설 후에도 화가 드가는 철거를 강력히 주장했으며 모파상은 에펠탑이 보기 싫어 파리에서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유일한 곳인 에펠탑 밑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다행히 1910년이 되자 해체 반대운동이 일어나 철거위기를 넘겼고, 1918년엔 라디오 송신탑으로 활용되었으며, 1931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세워지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국가의 자존심을 세워주었습니다.
1981년 미국을 방문해 ‘내셔널 갤러리 오브 워싱턴’의 위용과 장엄함에 감탄한 미테랑 대통령은 루브르박물관의 불편한 관람 동선과 부족한 전시공간을 개선하기 위한 국책사업을 추진했고, 1983년 위의 갤러리를 설계했던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이오 밍 페이’에게 그 프로젝트를 맡깁니다. 그는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영감을 얻어 루브르 한복판의 지상과 지하를 활용한 ‘유리피라미드’를 설계하고, 프랑스혁명 200주년을 기념하는 1989년에 완공하였습니다.
문화적 자존심이 높은 프랑스의 대통령이 자국의 수많은 건축가들을 제쳐두고 미국인이면서 동양인인 그를 택한 혜안이 돋보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건축물은 에펠탑과 마찬가지로 초기엔 심한 반대에 부딪히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속까지 투명한 유리를 활용하여 고풍스럽고 육중한 루브르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을 창출하였습니다. 전통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늘 새로운 변화와 도전으로 성숙해 갑니다.
필자는 수년전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프린스턴’대학의 연설문 중에서 ‘전통’의 참 의미를 이해하는데 좋은 지침이 되는 문구를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의 브랜딩을 고민할 때마다 마음속에 떠올리며 되새깁니다. 그 글귀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통은 흐르는 강과 같다. 강은 항상 같은자리에서 흐르는 듯 보이지만, 강물은 늘 새롭게 변한다. 전통이 새롭게 발전해 가지 못하면 곧 짐이 되어버린다”
<김유진 루이까또즈 마케팅팀장 / 호서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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