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회사 일을 하며 일주일에 하루씩 나가는 대학 강의를 7년째 병행하고 있습니다.
젊은 친구들에게서 전달받는 뜨거운 열정과 참신한 아이디어가 업무에 활력소가 됩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마케팅 활동을 전해 듣는 것이 특별한 경험이 되리란 생각입니다. 이렇게 장점과 보람을 가진 강의지만 준비하는데 시간 투자도 많이 해야 하고 생각보다 진행이 녹녹치 않습니다.
지금은 정작 가장 힘든 일은 학기가 끝나고 성적을 내야하는 순간입니다. 수많은 시험지를 고민하지 않고 빨리 평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선풍기에 놓고 날려서 멀리 날아간 시험지는 B, 가까이 떨어진 것은 A이다. 많이 쓴 사람의 것은 잉크의 무게만큼 무겁기 때문이다’라는 고전적 유머를 실제 활용하고 싶을 만큼 성적 산출은 스트레스 받는 작업입니다.
특히 제가 강의하는 디자인 관련 과목은 실기평가를 해야 하기때문에 객관적으로 수치화를 통해 우열을 가리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경험컨대 성적평가는 두 가지 경우에 따라 결정적 요인들이 작용합니다.
첫째, 결과물의 실력 차이가 크지 않을 때 성적이 나뉘는 중요한 요인은 ‘출석률’과 ‘평소 점수’입니다. 이 항목은 100점 만점에 각 20점씩 총 40점을 차지하는데, 지각과 결석을 한 횟수, 약속한 시간에 정해진 분량의 과제 제출 횟수 등을 체킹해 마이너스 점수가 부여됩니다. 당연히 마이너스를 덜 받은 학생이 점수가 좋습니다. 몇 년전 까지만 해도 대학의 낭만을 핑계로 수업을 빼먹고 과제를 늦게 제출하는 학생들이 적잖이 있었기에 교수 입장에서는 비교적 쉽게 상대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둘째, 결과물의 실력차가 크지 않고 출석률과 평소 점수까지도 차이가 없을 때 교수 입장에선 가장 평가가 힘듭니다. 그야말로 교수의 역량과 안목이 요구됩니다. 이때는 온 신경을 곤두세워 직관과 경험을 총 동원하고, 미묘한 차이까지도 찾아내 평가하려 노력합니다.
최근엔 이런 평가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언젠가는 성적 공지가 끝난 후 “교수님, 저는 결석도 한 번도 안 했고 과제물도 꼬박 꼬박 제출했는데 점수가 너무 낮게 나왔어요”라는 제자의 전화를 받곤 ‘네 과제물의 퀄리티와 감도가 다른 학생들보다 미묘하게 낮았단다’라며 난감했던 적도 있습니다.
감성적 평가는 평가자의 주관이 어느 정도는 작용하기에 관점에 따라 답이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 최근엔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과 공동평가를 하는 방법도 적용하고 있는데, 최대한 객관화된 보편타당한 미적 기준으로 공정한 평가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제 브랜드에 있어 제품의 품질이나 서비스는 학생들의 ‘출석률’과 ‘평소 점수’처럼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필수 요건이 됐습니다.
일류를 지향하는 브랜드들에 있어서 이 요인은 거의 격차가 없습니다. 고객에게 경쟁사 대비 좋은 상대평가를 받기가 더욱 힘들어진 것입니다. 게다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느냐’보단 ‘얼만큼 고객에게 사랑받고 있느냐’하는 부분이 더욱 중요해져서 매출규모는 작지만 강한 충성도를 보이는 마니아 브랜드도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아울러 브랜드를 평가하는 고객의 안목은 계속 높아져 ‘그 브랜드만의 미묘한 퀄리티와 감도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이 차별적 경쟁 요소가 됐습니다.
<김유진 루이까또즈 마케팅팀장 / 호서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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