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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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의 브랜드에세이 (29)

2007-11-30 오후 5:04:40

등교시간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는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학교 어머니회에서 돌아가며 깃발을 들고 교통안전 도우미를 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출근시간에 횡단보도에서 색다른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모 브랜드의 큼직한 심볼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여러 명의 사람들이 그 곳에서 봉사하고 있었습니다. 속으로 “기업에서 모처럼 좋은 일도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찰라, 자세히 보니 대부분의 얼굴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표정이 역력했고, 심지어 어떤 이는 한손을 주머니에 꽂은 채 건성으로 서서 땅만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아마 기업 입장에서는 사회 봉사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고, 판촉효과를 높이려는 아이디어에서 그런 활동을 벌였을 듯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눈에 보이는 태도들 때문에 그 기업과 브랜드에 대해 순식간에 좋지 않은 이미지가 생겼습니다. 그 분들이 직원이었든 아르바이트였든 간에 기업이 목표로 하는 좋은 이미지가치 전달에 실패한 것은 서로의 생각에 큰 차이가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람을 생각했고, 직원은 시간을 때우기 위한 수단으로 주어진 일을 생각했습니다. 브랜드와 소비자가 소통하는데 있어 제품, 마케팅, 아이디어,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들을 실현시키는 ‘사람’입니다. 기업이 광고를 통해서는 고객을 사랑하겠다고 외치면서도 정작 고객에게 사랑을 전달하는 직원은 사랑하지 않거나, 직원들 스스로도 회사와 브랜드를 사랑하지 않으며 그저 말로만 고객에게 사랑을 외쳐대고 있다면, 결코 좋은 브랜딩을 할 수 없습니다. ‘사람’의 출발점은 최고 경영자입니다. 오래전 모 기업의 총수가 국회 청문회장에서 종업원을 ‘머슴’으로 표현해 물의를 일으킨 사례도 있듯이, 최고경영자가 바로서지 못한 기업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리더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비전과 이익을 공유하며, 직원을 신뢰해야 합니다. ‘믿지 못하면 뽑지를 말고 뽑았으면 믿고 맡기라’는 말도 있습니다. 저는 십 수년간 회사생활을 하면서 겉으로는 아무 표를 내지 않으면서 사석에서는 자기가 다니는 회사와 경영자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런 사람들 중 절반은 정말로 경영자에 문제가 있었고, 절반은 어느 회사를 가건 불만족할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조합이 좋은 브랜드, 좋은 결과를 낳을 리는 만무합니다. 직원을 신뢰하는 경영자와, 경영자를 존경하는 기업은 회사의 기업문화부터 남다릅니다. 그들은 하나의 명확한 목표를 향해 같이 뛰는 동반자이며, 회사와 브랜드에 자부심과 애정을 가지고 일합니다. 한마디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합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고객에게도 그 사랑이 전달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해와 바람’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세상의 어떠한 것도 날려버릴 수 있다고 장담하던 바람이 나그네를 향해 세차게 바람을 내뿜었지만 그럴수록 나그네는 외투를 단단히 여밉니다. 하지만 햇님이 살그머니 구름속에서 얼굴을 내밀자 나그네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외투를 벗고 말지요.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믿지 못하고 어떻게든 규칙과 법규를 만들어 직원들을 통제하려는 조직은 더 많은 규칙을 필요로 할 뿐, 복지부동하기 쉽습니다. 직원들을 믿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기업의 성공사례가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펀(Fun)경영’이라는 말도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일보다 사람중심’의 사고가 필요합니다. <김유진 루이까또즈 마케팅팀장 / 호서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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