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골든 에이지>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은빛 갑옷을 입었다. 16세기 복식사의 주요한 아이콘으로 꼽히는 엘리자베스 여왕. 그의 은빛 갑옷은 강인함으로 무장한 용기 있는 여왕으로 만들었고, 16세기 복식의 특징을 토대로 고증한 드레스는 세기의 지혜를 입은 듯 냉철한 판단력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을 완성시켰다. <편집자주>
영화 <골든 에이지>는 16세기 말 엘리자베스 여왕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는 1998년 <엘리자베스>의 감독 세카르 카푸르(Shekhar Kapur)가 메가폰을 잡고 웅장한 스케일로 다시 돌아온 속편인 셈이다. 전편과 속편의 가장 큰 차이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위상을 더욱 견고히 했다는 점이다. 16세기 의상 고증뿐 아니라 은빛 갑옷을 입고 돌아온 엘리자베스는 어둠과 빛을 한꺼번에 전시했다.
신교도와 구교도의 대립으로 대륙간의 전쟁이 난무하던 시대에 영국은 엘리자베스 1세(케이트 브란쳇 분)가 통치하고 있다. 영국 점령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는 스페인은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메리 스튜어트(사만사 모튼 분)를 이용해 엘리자베스의 암살 음모를 계획한다.
국가 간의 동맹을 목적으로 여왕의 구혼자들이 줄을 잇는 사이, 엘리자베스는 자유로운 탐험가 윌터 라일리(클리이브 오웬 분) 경에게 빠져들지만 ‘여왕’의 위치 때문에 애써 마음을 숨긴다.
여자로서 삶과, 여왕으로서 권위에서 갈등하던 엘리자베스는 메리 스튜어트의 음모를 발각한다. 스페인은 사형에 처해진 메리 스튜어트의 죽음을 빌미로 영국과의 거대 전쟁을 선포한다.
이 영화의 의상을 담당한 알렉산드라 번(Alexandra Byrne)은 16세기의 엘리자베스 여왕의 스타일과 현대적인 감각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의상을 선보였다.
16세기 영국 최고의 전성기인 ‘황금 시대’를 이끈 엘리자베스 여왕의 의상은 지위와 권위의 상징이었다. 실크, 벨벳, 겹겹의 레이스를 바탕으로 금실, 은실 등의 색실로 장미 무늬를 섬세하게 수 놓은 드레스는 영화 <골든 에이지>만의 화려한 볼거리로 꼽히고 있다.
이를 위해 1500여개의 소품이 동원됐고, 300여벌의 드레스, 16개의 가발이 제작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엘리자베스 여왕이 되기 위해 케이트 블란쳇은 6시간 이상 분장과 의상에 공을 들였다.
보디스로 완성한 원추형 실루엣
엘리자베스 여왕 드레스의 기본적인 실루엣은 원추형이다. 이 원추형의 실루엣을 위해 코르셋이나 파딩게일을 사용했다. 허리는 더욱 축소되고 허리 아래로 퍼지는 스커트는 확대된 형태로 완성한 것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드레스는 정교한 자수와 금 레이스, 보석이 달린 벨벳 보디스(bodies)와 스커트 앙상블 등으로 고증했다. 보디스는 허리선 아래로 길게 내려와 중심이 뾰족하게 예각을 이루는 형태였다.
이는 각각의 패브릭의 색을 다르게 해 대비를 이루게 하거나 소매와 조화되는 패브릭과 색을 사용한다는 고증과 달리 심플하고 통일감 있게 표현해 현대적인 해석이 돋보였다.
대부분의 드레스는 로브(격식을 갖춘 특수 분야의 직무 수행시 입는 예복이나 긴 옷)와 함께 갖춰 입었다. 이는 여왕으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거리 행진을 할 때 찾아볼 수 있었다.
다양한 형태로 선보인 러프 칼라
1560년 이후에는 러프 칼라가 압도적으로 유행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드레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러프 칼라는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고 있다.
그녀가 사용한 러프 칼라는 원형, 하트형, 나비형, 부채살형 등 매우 다양했다.
영화 초반부의 배를 타고 강을 지날 때에는 레드 드레스에 원형 러프를 둘렀고, 기도를 드리는 장면에서는 화이트 드레스에 하트형의 러프가 인상적이다.
특히 원형 러프는 여러 겹의 섬세한 레이스의 주름과 러프를 받쳐 주는 거대한 받침 장식이 러프 칼라의 극치를 이루는 장면이었고, 엘리자베스의 위상을 극명하게 표현하는 도구로 활용됐다.
또 러프 칼라는 천으로만 된 것뿐 아니라 천의 가장자리에 레이스를 댄 것, 레이스만으로 된 것, 한 겹으로 된 것, 러프에 금 은사를 수 놓은 것 등 다양하게 선보였다.
은빛 갑옷에 투지와 강인함 투영
스페인과의 전쟁을 앞두고 두려움에 떨며 자신감을 잃어가는 엘리자베스 여왕. 그녀는 화려한 드레스와 장신구를 내려놓고 은빛의 갑옷
함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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