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해방의 전주곡, 18세기 페미닌 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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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6 오후 5:09:23



1970년대에 태동한 패미니즘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오늘날의 여성은 당당하고 자유롭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18세기의 여성들은 단순히 남성을 위해 존재하고, 자신의 존재 의미를 남성에게서 찾았다. 오늘날까지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전기를 영화화한 <비커밍 제인>에서는 동시대를 살았던 여성들과는 달리, 기존의 삶의 굴레를 벗고 펜을 선택한 ‘제인 오스틴’이 있었다. 시대를 앞서 여성 해방의 전주곡을 연주한 그녀의 몸짓은 색다른 페미닌 룩으로 녹아있다.  <편집자주>



영화 <비커밍 제인>은 2003년 전기작가 존 스펜스가 쓴 전기소설 <제인 오스틴 되기>를 바탕으로 제인 오스틴의 인생과 작품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랑 이야기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10대 초반부터 창작활동을 해온 제인 오스틴(앤 해서웨이 분)은 결혼 적령기를 맞은 20살의 여인이다. 가난한 목사 집안의 둘째 딸인 그녀에게 어머니(줄리 윌터스 분)의 잔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젊은 시절 당신 역시 시를 집필했던 어머니는, 글로써 여자가 생계를 유지하기란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결혼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이 쓴 소설로 경제적인 독립을 하고자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어머니는 그녀를 부유한 레이디 그레샴(매기 스미스 분) 의 조카 미스터 위슬리와 혼인시켜려 하지만 제인은 이를 거부한다.
어느 해 연말, 그녀의 집에 방문한 친척 톰 리프로이(제임스 맥어보이 분)를 만나게 된다. 가난한 아앨린드 가정 출신인 그는 부유한 법조계 삼촌에게 신세를 지며 법학을 공부하던 처지였다. 시간이 나면 맨손 권투나 과음 등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리프로이. 거칠고 무례한 그는 제인과 자주 충돌하며 서로를 밀어낸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결혼을 재촉 받는 제인은 솔직하고 동등하게 자신을 대해주는 리프로이에게 점차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제인 오스틴’이란 인물을 떠올리면 꼼꼼하고 예의 바르며, 소설과 결혼한 ‘홀로 외로이 글만 쓰는 촌스러운 여자’로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 속에 비쳐진 그는 여성다움과 총명함이 교차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사회적 의무에 구속되거나 여성이라는 굴레에 제한 받지 않고 ‘펜’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투영했다. 또 이루지 못한 사랑 앞에 무릎 꿇기 보다 작품 속 여주인공에게 행복을 허락해 그의 쓰라림을 곧 양분으로 삼았다.
영화는 제인 오스틴의 실제 인생으로부터 허구의 작품 세계까지 아우르며 그녀의 추억과 갈망을 전달하는 동시에 강인하고 지적이며 신분을 넘어서는 신여성으로 18세기의 페미닌 룩으로 캐릭터를 그려냈다.



컬러와 소재로 달라지는 신분
이 영화의 의상을 담당한 에이미 니 마올돔나흐(Eimer Ni Mhaoldmohnaigh)는 “1790년대 영국의 낭만적인 패션을 표현하기 위해 박물관과 아트 갤러리, 특히 제인 오스틴의 편지와 소설 속에 묘사된 의상 설명을 참조했다”며 “정형화된 스타일 보다 당대 모습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최근에 개봉했던 오스틴 작품의 각색 영화는 멀리했다”고 밝혔다.
제인 오스틴이 거주했던 햄프셔란 곳은 시골이었기 때문에 패션의 변화를 받아들이는데도 뒤쳐져 있다. 1790년대 초반 스타일과 로마 그리스 문명의 영향을 받은 엠파이어 라인을 기본으로 하는 1790년대 중반 패션이 공존한다.
특히 그레샴 부인이 연 무도회 장면과 사교장에서의 시골 무도회 등에서는 색상과 직물의 차이를 통해 신분과 계급의 차이를 구분했다.
상류층 모인 무도회에서는 엷은 색의 실크와 벨벳 등의 비싼 소재가 눈에 띄었고, 사교장에서는 녹색, 갈색 등의 땅과 관련된 색상의 면직물로 서민적인 분위기를 묘사했다.
이 때 제인 오스틴은 무도회 장의 여성들이 많이 입은 스토머커를 댄 버슬 스타일의 드레스 보다 퍼프 소매의 엠파이어 드레스로 사랑스런 이미지를 연출했다.



대립되는 두 세계를 포착한 촬영과 조명
제인 오스틴이 거주하고 있는 평온하고 권태로운 전원의 햄프셔와 에너지 넘치고 무질서한 런던. 두 세계는 대비를 이루며 사회적 신분이 모든 것을 결정했던 당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 그레샴 부인이 드러내는 오만함과 제인이 가진 혈기왕성한 영혼의 인물 대립은, 대조적인 촬영 기법으로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함민정 기자
hmj@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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