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평가의 함정에 빠지다.
CE전자에서 성과 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최용건 과장, 안득준 대리, 김성진 사원은 사내 식당에서 점심을 마치고 용산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김성진 씨가 아까 말한 컨설팅 있잖아. 사실 나도 그걸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아, 그거요? 제가 CE에 들어오기 전에 컨설팅 회사에서 섬머인턴을 했거든요.” “그런데”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어떤 점이?” “단기간에 집중해서 고민하고 객관적인 답을 내리는 모습이었거든요.” “그래도 그들이 우리보다 이 조직에 대해 더 잘 알겠어?” “잘 안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으셨나요?” “왜지?” “그 업무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이죠.”
일행은 각자 컨설팅에 대한 자신의 의견과 새로 올 부장의 업무 스타일을 주제로 수다를 떨다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같은 시간 성과 평가를 담당하다가 수출본부로 자리를 옮기는 조수홍 부장과 박병준 부장의 수다도 계속되고 있었다. 지난 일 주일간 박병준 부장은 업무 인수인계와 귀국 준비를 위해 출장형태로 서울에서 지냈다.
“서아프리카 다카르 지사의 PDP와 LCD 제품 판매비중이 우리 지역에서 제일 높더군요.” 박병준 부장이 성과 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다카르 지사의 사례를 들었다. “매출이 커야 좋은 것 아닌가요?” “물론 매출이 중요하지요. 하지만 TV는 FPD(평판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미래 매출을 좌우하는데, 그런 점에서 다카르 지사는 좋은 성과를 올린 셈이죠.” “성과 평가가 좋았나요?” “제가 그렇게 본사에 올렸는데 이상하게 가장 낮은 등급을 받았더군요.” “왜 그렇죠?” “매출과 이익이 높은 곳을 중심으로 평가가 이루어졌더군요.” “그게 맞는 것 아닙니까?”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FPD 매출비중이 높아야 잘하는 거죠. 열심히 FPD를 판매하라고 해놓고 성과에는 반영하지 않았더군요. 작년에 그것 때문에 본사 관리팀하고 문제가 있었어요. 성과 관리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해서 내가 현실도 모르는 지침 따위는 집어치우라고 했죠.” 조수홍 부장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말없이 앉아 있었다.
허우적대는 절대적 성과 관리
두바이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로 돌아온 박병준 부장이 기획팀 소속으로 처음 참석하는 공식 행사는 2월 둘째 주 화요일 열리는 해외 지사장 회의였다. 다카르 지사 서영호 차장은 박병준 부장과 인사를 나누고 뒤쪽에 마련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옆 자리에는 암만 지사장이 앉아 있었다. 서영호 차장이 입을 열었다.
“올해 자리가 어떻게 배치되었는지 눈치 챘나? 우리가 같이 있는 걸 보니 혹시 지사 성과 평가 등급에 따라 나눠진 것 아닌가? 당신 지사도 D 등급을 받은 거지.” “그렇죠. 다카르 지사도 D 등급이죠?” “맞아 우리가 지역본부에서는 그래도 고생한다고 대접을 받았는데 본사에서는 이런 대접을 하는군. 어떤 자식들이 이런 생각을 한 거야.” “저도 그래요. 사실 작년에 주문이 많았잖아요. LCD, PDP TV 비중 확대라든가, 시장의 가격 유지 정책 등, 주문할 때는 당장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처럼 난리를 치더니 지금 와서 그런 노력을 하나도 인정하지 않고 있잖아요.” “나도 마찬가지야. 본사 영업 전략에 따라 충실히 일했는데 이런 대접은 뭐란 말이야.”
서영호 차장과 암만 지사장은 본부장의 개회사와 CEO의 격려사로 시작되는 해외 지사장 회의 내용에 관심을 잃었다. 그날 만찬 시간에 서영호 차장은 결국 관리팀의 조수홍 부장과 이야기하면서 좌석 배치에 대해 말을 꺼냈다. 괄괄한 성격의 서 차장은 사람 무시한다고 감정적으로 이야기했고 조수홍 부장은 성과 평가 결과에 따라 동기부여를 하는 차원이라고 변명하면서 자신에게는 문제가 없다고 대응했다. 그리고 조수홍 부장은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까지 하고 말았다. “그 정도 결과라면 그 지사 없어도 되는 것 아니오? 대단한 성과도 없으면서 자리 좀 옮겨 놓았다고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건지….”
헛돌지 않는 지표, 조직의 변화를 이끈다.
CE전자 최성규 사장은 바쁜 와중에도 FM(Frontier Member: 본부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핵심 과장으로 구성된 멤버들)을 통해 들어오는 소식은 꼭 챙겨 읽는다. FM의 소식을 읽던 최 사장은 비서실 민 실장을 불렀다. “지난 주 FM들이 올린 소식 가운데 해외 지사장 회의에 관한 것이 있었지?” “예, 저도 보았습니다.” “소란의 발단이 뭐라고 생각하나?” “해외 영업 관리팀에서 행사 진행을 매끄럽게 못한 것 아닙니까?” “그것은 일차적인 이유이고 그걸 뒤집어 보면 결국 성과 관리 시스템을 빨리 개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거야. 경영지원본부에 연락해서 BSC 도입현황과 현재의 문제점 그리고 올해 성과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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