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로는 완벽하지 않음에서 오는 느슨함이 가슴에 남기도 한다. 최근 개봉한 일본 영화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는 바로 이런 경우다. 이 영화는 결코 완벽하지 않다. 국내에서 일본 영화가 대단히 잘 팔리는 것도 아니고, 이름값만으로 관객몰이 하는 대스타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스토리도 무언가 허술하고 배우들의 연기, 연출도 멋지다고 말하기에는 2%쯤 부족하다. 그러나 소녀의 ‘사랑’과 이를 통한 지독한(?) 성장통을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잔잔한 화면 밖으로 무언가 아련한 느낌을 가져온다. ‘사랑’을 하면 죽는 소녀 시즈루(미야자키 아오이 분)가 평범하기 짝이 없는 마코토(타마키 히로시 분)를 만나고 좋아하고, 그래서 죽었다는 영화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영화는 사진작가인 마코토가 대학 시절 친구인 시즈루의 개인 사진전을 보기 위해 뉴욕을 찾으면서 시작한다. 마코토의 기억 속에 시즈루는 종종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태연하게 하는 녀석이다. 2년 만에 만나는 시즈루에게 둘이 함께 사진 찍으러 다니던 숲이 그대로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하는 마코토.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에 대한 설레임과 기대를 담은 마코토의 모습을 뒤로 한 채, 마코토와 시즈루 두 사람의 만남과 연애 과정이 펼쳐진다.
개구쟁이 소녀의 모습 그대로 마코토와 시즈루의 만남은 대학 입학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신의 몸에서 약 냄새가 난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을 피해다니는 마코토는 입학식 날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하고 있는 시즈루를 만난다. 부스스한 단발 머리, 뿔테 안경, 무릎 아래로 어정쩡하게 내려오는 바지와 아무렇게나 겹쳐입은 레이어드 룩 차림으로 가방을 둘러매고 있는 시즈루는 아직 덜 자란 아이 같은 느낌이다. 한 손을 든 채 차들이 멈춰서 주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즈루에게 마코토는 다른 건널목을 알려주는 친절(?)을 베푼다.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시즈루의 사진을 찍는다. 마코토에게 셔터를 누르는 행동은 사진찍기라는 취미 생활에 불과했지만 시즈루에게 그가 보인 행동은 관심과 사랑의 시작이었다.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 두 사람은 출입금지 팻말이 붙은 숲을 아지트로 사진이라는 취미 생활을 공유하게 된다. 우유부단하고 사람을 잘 믿는 마코토와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과 친해져서라도 그와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시즈루는 미묘한 동거에까지 이른다. 대학 시절의 시즈루는 중학생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유전병 때문에 성장을 억제하고 있다는 그녀는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개구쟁이 소녀의 모습을 표현한다. 빗질조차 하지 않은 듯한 단발 머리, 빨간 뿔테 안경, 항상 무릎과 발목 사이의 어정쩡한 길이에서 떨어지는 헐렁한 바지와 갈색 부츠는 옷차림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인상이다. 헐렁한 셔츠에 원피스를 겹쳐 입은 상의도 몸매를 완벽하게 가린다. 주황색, 하늘색, 때로는 빨강색에 꽃무늬가 프린트된 셔츠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튄다. 여기에 푸른색, 카키색, 회색의 박시한 원피스를 겹쳐 입어 아이 같은 이미지를 연출했다. 원피스에 장식된 커다란 단추와 초등학생 시절 뽑기에서 딴 것과 같은 롱 목걸이, 커다란 반지는 시즈루의 과장된 행동과 어우러져 나이를 알 수 없게 한다. 사랑 받고 싶어서 간직하고 있는 자수정 팔찌만이 20대로 접어드는 시즈루의 나이를 알려준다. 이러한 시즈루가 출입금지 팻말이 붙은 학교 근처의 숲에서만은 빛이 난다. 마코토와 같이 사진을 찍고, 낮잠을 자고, 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숲은 시즈루에게 두 사람만의 공간이자 영화의 영어 제목 그대로 <헤븐리 포레스트(Heavenly Forest)>다. 시즈루는 사진대회 출품을 명목으로 숲에서 마코토와 첫 키스를 한 후 홀연히 그의 곁을 떠난다.
청순함에 대한 동경 영화 속의 또 다른 여성 미유키는 마코토에게는 첫 사랑의 대상이자 시즈루에게는 동경의 대상이다. 성숙한 몸매, 까무잡잡한 피부, 커다란 눈을 가진 미유키는 또래 남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그녀는 늘 웨딩 잡지를 뒤적이며 행복한 결혼을 꿈꾸지만 동시에 자신의 앞날을 개척하는 현명함도 갖고 있다. 미유키는 옷 차림에서도 자신의 매력을 최대한 살린다. 그녀의 옷 차림은 기본적으로 청순하다. 주로 무릎 길이의 스커트나 원피스에 니트를 즐겨 입으며 장소에 따라서 재킷으로 마무리한다. 동급생들이 퍼머 머리에 끈 나시로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할 때도 미유키는 니트 카디건을 어깨에 걸쳐 과한 노출을 피한다. 헤어 스타일도 헤어핀으로 앞머리만 고정시키는 정도로 긴 생머리를 유지한다. 컬러 선택도 여성스럽다.
신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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