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疏通)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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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의 브랜드에세이 (25)

2007-09-14 오후 5:30:49

고등학교 시절 미술부 활동을 했던 필자는 회식을 많이 했습니다. 회식을 하면 ‘자장면 통일’이 당연한줄 알았습니다. 고참 선배가 자장면을 시키면 감히 군만두나 탕수육을 시킬 수는 없고, 기껏해야 자장면이나 짬뽕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참 희한한 것이 자장면을 시키면 짬뽕이 먹고 싶고, 짬뽕을 시키면 꼭 자장면을 먹고 싶은 것입니다. 시대가 흘러 오늘날 중국집 사장님들은 소비자들과 소통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다양하고 복잡한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짬짜면’이란 신종 메뉴를 만들어냈습니다. 한 그릇에 자장면과 짬뽕이 절반씩 들어있는 이 음식은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극복하고 식사하는 동안 두 번의 만족을 선사합니다. 이후에 중국집 메뉴는 더욱 진화하여 짜탕밥(자장면, 탕수육, 볶음밥), 짜깐밥(짜장, 깐풍기, 볶음밥) 등 수많은 응용편들을 생산해냅니다. 처음 짬짜면을 생각해낸 분은 중국집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소비자들과 진정한 소통을 이룬 이 시대의 훌륭한 마케터라 생각됩니다. 소통(疏通)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1.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2.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입니다. 서로 통해야 할 대상이 ‘브랜드’와 ‘소비자’라고 치면 이보다 더 중요한 단어는 없는 듯 싶습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에 있어선 더더욱 어려운 것이 소통입니다. ‘What Women Want’라는 영화를 보면 주인공인 멜 깁슨이 우연한 사고로 여자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초능력이 생기게 된다는 기발한 상상이 등장합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힘’은 마케터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꿈의 능력일 것입니다. 현재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는 “누가 고객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핵심 역량이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저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바쁜 일과로 늦게 들어와 잠든 얼굴만 들여다 보기가 일쑤인 아빠였기에 근 일년 동안 아이와 얘기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지난주엔 모처럼 같이 목욕을 다녀오다 아들 녀석이 학교 문방구앞 미니 오락기의 공룡 게임을 좋아한다는 아내의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마침 바지주머니에 오백 원짜리 동전이 있길래 “공룡 게임 한판 하고 갈까?”하고 물었더니 너무나 좋아했습니다. 이 공룡 게임은 무척 단순해서 오락기에 오백 원을 넣고 가위바위보 버튼을 누르면 공룡 두 마리가 서로 싸워 승자를 가리는 내용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게임이 끝나면 다음 번에 게임할 때에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한 장 나오는데 그 카드의 파워 숫자에 따라 내 공룡 힘의 세기가 달라집니다. 그런데 게임 후에 덜컥 <파워 1,000>짜리 최고 카드가 나왔습니다.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다들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는데, 알고 보니 홀로그램이 멋지게 입혀진 그 카드는 일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희귀한 카드였습니다. 달랑 오백 원으로 그 후로도 오랫동안 제가 최고로 멋진 아빠로 불려진 것은 물론이요, 그 사건을 소재로 함께 무궁무진한 이야기 꽃을 피울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저는 투자대비 최대의 효율을 올린 듯 싶습니다. 몇 년 후 이 녀석이 머리가 큰 후에는 오백 원의 백 배, 아니 천 배를 들인다 해도 그 마음을 사기가 힘들 것이라 생각되니 말입니다. 브랜딩 또한 타깃과 시기를 잘 맞추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광범위한 소비자에 욕심내지 않고 충성 고객이 원하는 바를 잘 파악하고 관리하여, 집중해 투자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브랜딩입니다. 충성 고객의 마음을 지속적으로 잡고, 또 새로운 충성 고객을 만들 수 있는 기간만큼 브랜드의 생명력은 계속 연장됩니다. 브랜드와 소비자의 소통이 중요합니다 <루이까또즈 마케팅팀장.호서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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