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선진국에 이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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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오디세이(57)-“A Milano”(30) 마지막회

2007-07-27 오후 2:20:49


2007년 여름의 유럽 주요 도시들은 한국 여행객들이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다. 단체관광객이 아닌 동양인이 눈에 띄면 거의 대부분이 한국인이다. 풍요를 맛보기 시작한 중국인들이 서서히 단체관광을 시작하고 있으니 머지않아 온 세계는 중국인으로 뒤덮일 것만 같고, 젊은 일본 여성들은 이제 짧은 관광보다는 오히려 좋아하는 도시를 택해 길게는 몇 달 씩, 짧게는 1-2주라도 언어까지 배우면서 거주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 같다.   <밀라노=정인희 금오공대 교수>


한국인 여행객은 대부분이 20대, 30대 초반이며, 여성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그것도 세 명 씩 함께 다니는 경우가 가장 많아 보인다. 가끔씩 젊은 남자 한국인들을 보면 신기할 정도다. ‘아, 남학생들도 여행을 왔구나!’ 유럽여행이라는 아이템 자체가 여성들을 더 매혹시키기 때문일까, 군복무로 2년을 보내야 하는 청년들에게는 마음껏 여행을 다닐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일까, 세상을 돌며 견문을 넓힌 한국의 젊은 여성들은 앞으로 더욱 큰 사회적 파워를 행사하게 될 것이다.
다른 나라 젊은이들과 비교해 볼 때 젊은 한국 여행객들의 가장 큰 특징은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여행을 다닌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남녀 커플인 외국의 젊은이들과는 확연하게 구분된다. 하긴 요즘은 호텔마다 ‘게이 환영(gay friendly)’이라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을 정도로 게이 커플이 드물지 않으니, 외국인 남자 커플도 가끔 눈에 띄기는 한다.
한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증가한 만큼 이제는 관광객 대상의 영업을 하는 곳에서는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말 정도는 할 줄 아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한국 관광객들이 한국어 교육을 시키면서 다닌 결실일 것이다. 또 하나 고무적인 것은 주요 관광지에 한국어 안내 팸플릿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아무리 외국어에 익숙하다 하더라도 어떤 정보를 습득하는 속도는 자국어에 필적할 수 없으니 외국어 안내서를 대충 보며 하는 관람보다는 훨씬 알차고 값진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우리 기업들의 기여도 크다.



가끔씩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들
이처럼 10여 년 전에 비해 한국이 훨씬 많이 알려져 있고 이제는 주요 선진국에 근접해 간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 반면, 가끔씩 눈살이 찌푸려지는 한국인의 모습도 목격된다. 스페인 어느 호텔, 뷔페식으로 아침 식사가 제공되는 식당의 한 구석진 테이블에 마주 앉은 한국인 여성 두 명이 열심히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다. 자른 토마토와 햄을 넣어 아주 맛있어 보이는 샌드위치를 완성하고는 냅킨을 펴서 예쁘게 싼 후 옆에 밀어 놓는다. 잠시 후 자리를 떠나는 이들의 양손에는 냅킨 속의 샌드위치 서너 개와 과일, 요구르트 등이 한 가득이다. 이렇게까지 점심값을 아껴야 한다면 저렴한 숙소를 이용함이 마땅할 텐데 멀쩡한 호텔에 들어와 요란을 떠는 모습이 씁쓸하기만 하다.
한편 거의 1년에 이르는 밀라노 생활 중 가장 황당했던 경험도 바로 한국인으로부터다. 때는 5월, 밀라노의 한 액세서리 관련 박람회장을 둘러보고 있는 중이었다. 박람회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회사들이 부스를 차려놓고 있었고, 비가 내리는 박람회 마지막 날의 마감 시간 직전이라 다소 한산한 부스들을 나름대로 재미있게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떤 회사 부스에 발을 들여 놓게 되었는데, 아랍계 바이어 한 사람이 유창한 한국어로 ‘조금 있다 다시 올게요.’ 하며 나가는 것이 신기하여 바라보던 참에 그 회사 직원이 이탈리아어로 인사를 걸어오기에 ‘한국 회사인가 봐요.’ 하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마자 상대방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한국분이세요? 죄송하지만, 한국분은 여기 못 들어오게 되어 있거든요. 회사 방침이 그래요.’ 하며 다짜고짜 당장 나가주기를 종용하는 것이었다. 매우 착잡한 마음으로 부스를 나오며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 연유에 대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해보았다.
다른 한국 회사에서 스파이를 파견해 디자인을 카피하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다수에게 디자인을 내놓고 판매를 하는 박람회장 같은 데는 아예 나오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 혹시 자기 회사에서 다른 회사들 물건을 카피하다보니 지레 겁을 먹고 그러는 것은 아닐까? 도무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아서 인터넷으로 회사 홈페이지를 검색해 보았더니, 홈페이지 역시 초기 화면에서 로그인을 하지 않으면 회사소개조차 볼 수 없게 만들어 놓은 데다 로그인 아이디는 그 회사로 전화를 걸어 본인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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