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남자들의 전화 통화나 영화 대화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 하나가 바로 ‘솔로 아미까(solo amica)’다. 여기서 ‘아미까’는 ‘친구’라는 뜻의 여성형 명사다. 즉 성별이 남성인 친구는 아미꼬(amico), 성별이 여성인 친구는 아미까(amica)가 된다. 그러니까 자신의 여자 친구나 약혼녀에게 지금 같이 있는, 혹은 오늘 저녁을 같이 먹은 여자는 “단지 친구일 뿐이야”라고 하는 변명을 할 때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이탈리아식 질투와 거짓말, 그 상광관계를 살펴본다. <밀라노=정인희 금오공대 교수>
한국어의 경우, “응, 친구랑 같이 있어.” 할 때, “남자? 여자?”를 다시 묻고 답해야 할 상황에서 라틴어 계통의 언어들은 단어 하나하나가 성별을 암시하므로 한 마디 대화로 모든 것이 명확해진다.
그래서 가끔 이들 나라의 언어는 참 불편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예컨대 옆에서 누군가가 하고 있는 전화 통화를 들으면 남자와 통화하는지 여자와 통화하는지가 금방 드러날 수밖에 없다. ‘거래처 사람’, ‘직장 동료’, ‘부하 직원’, ‘후배’ 등등의 성별 구분 없는 명칭으로 둘러대기가 불가능한 것이다.
모르는 것이 약이고 아는 것이 병이라고, 그래서 여자들의 질투가 심해지는 것일까? 이탈리아 여자들은 질투가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솔로 아미까’라는 답을 들은 후에도 30분이 멀다 하고 전화를 해대곤 한다. “지금은 어디냐?” “언제 올 거냐?” “정말 그냥 친구냐?” 그 전화를 화 한 번 내지 않고 상냥하게 받아주는 남자들의 인내심도 대단하다.
이탈리아어는 남성 중심적이다?
그런데 이탈리아 언어의 특성상 공중 사생활(?) 보호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힘들어 보인다. “어제 친구들이랑 영화 봤어.”라고 말 할 경우, 남자의 경우 그 친구들이 모두 남자 친구든 아니면 여자와 남자가 섞인 친구든 똑같이 ‘아미치(amici)’라는 단어를 쓰겠지만, 여자의 경우는 다르다. 여자들로만 된 친구일 경우 ‘아미께(amiche)’가 되고 남자가 한 명이라도 있었을 경우에는 ‘아미치(amici)’가 된다. 그러니 여자에 비해 남자 쪽의 언어적 융통성이 더 크다고 할까. 물론 남자의 경우도 여자 친구들과만 영화를 보았을 경우에는 ‘아미께’라고 말해야 하겠지만.
이렇게 남성 복수 명사나 형용사가 남녀를 모두 어울러 일컫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이탈리아어는 철저히 남성 중심적인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언어뿐만이 아니다. 직장 생활의 정년도 차이가 나서 남자가 여자보다 몇 년 더 오래 일할 수 있다고 한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임금 차이가 존재한다. 불합리해 보이지만, 이탈리아 역시 남자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야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런 특혜가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1986년 출생자부터는 지원병 제도를 적용받는다고 하니 향후에는 사회적인 남녀 차별도 좁혀지지 않을까?
질투하는 여자들의 눈을 적당히 피해가며 살아가기 위해 터득한 방법일까, 아니면 거짓말 하는 남자들 때문에 여자들의 질투가 깊어진 것일까? 질투가 이탈리아 여자들을 특징짓는 요소라면 거짓말은 이탈리아 남자들의 특징인 모양이다.
질투하는 여자, 거짓말하는 남자
전해들은 이야기 하나. 패션계의 모 인사가 출장길에 예쁜 아가씨를 만나 사귀게 되었다. 그리고 부인이 죽을 병에 걸렸으니 곧 결혼할 수 있을 거라고 거짓말을 한다. 얼마의 시간이 흘러, 아가씨는 이 패션 인사와 휴대폰 연락이 잘 되지 않자 집으로 전화를 했고 그 때 부인이 전화를 받는다. 두 여자가 질투로 인해 말싸움을 벌이다 아가씨가 결정적인 한마디를 한다. “그래, 당신은 곧 죽을 거라니 내가 이해하고 참겠다.”
그러니 “너 참 예쁘다.”라는 말은 정말 애교스러운 거짓말이다. 그리고 이 정도의 거짓말은 이탈리아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입에 달고 산다. 이탈리아어로 ‘잘 생긴, 예쁜’ 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는 남녀에 대해 각각 ‘bello(벨로)’와 ‘bella(벨라)’인데, 누군가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거나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할 때 하는 일상적인 인사가 “챠오, 벨로!”, “챠오, 벨라!”다.
지하철 표를 파는 할머니도 손님이 표를 사가지고 갈 때 이렇게 인사를 한다. 거지들 중에서도 뻔뻔한 거지들은 이렇게 인사를 하며 구걸을 한다. 길에서 술 취한 청년이 지나가는 아가씨에게 수작을 걸 때 사용하는 말도 마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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