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보색대비라고 하더라도 보색 대비를 이루는 색들의 고유한 느낌들은 서로 사뭇 다르다. 단지 튀기 위해서가 아니라 색의 인상을 조율하는 고차원의 배색감각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보색 그 자체를 아는 것뿐 아니라 각각의 보색들이 환기시키는 느낌에 접근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노란색과 보라색의 대비는 보색대비와 더불어서 명도대비가 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이중의 대비관계는 대비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뿐 아니라 색의 입장을 보다 분명히 함으로써 색의 구성을 탄탄하게 만든다. 다른 보색대비와는 달리 노란색과 보라색의 대비가 안정적이면서도 우아할 수 있는 이유이다.
좀 특이한 보라색과 노란색
보색이란 것이 서로를 두드러지게 해준다는 특징이 있다면 아무래도 보색대비는 시각적으로 강하고 들뜨는 인상을 주기가 쉽다고 할 수 있다. 지난 호에서 살펴본 빨간색이나 파란색의 경우 이 색들에 대응하는 색들과의 어울림이 그리 얌전한 느낌을 주지는 않았다. 일단은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으면서도 강렬한 개성을 환기시키는 그런 배색들이었다. 그런데 보색대비가 주는 이런 일반적인 효과를 살짝 벗어나는 색들이 있다. 바로 노란색과 보라색이다.

노란색은 색 중에서도 가장 밝은 색이다. <그림 1>에서 처럼 유채색, 즉 색이 있는 것들 중에서는 노란색이 제일 밝아 보인다.
게다가 노란색은 따뜻한 색에 속하기 때문에 앞으로 진출하는 색이다. 이 두 가지 특징으로 인해 노란색은 다른 어느 색보다도 명시성이 강한 색이다. 그래서 노란색은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의 중요한 부분에 아주 많이 차출되는 색이기도 하다.
반면 보라색은 몇 가지 면에서 노란색과는 반대다. 먼저 보라색은 따뜻한 색의 기운도 가지지만 차가운 색의 기운도 가지는 중성색이다. 그래서 앞으로 진출하기보다는 뒤로 후퇴하는 색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보라색은 원색치고는 어두운 색이기 때문에 노란색과는 밝기 차이가 아주 많이 난다는 특징이 있다. 이것은 노란색과 보라색의 대비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특징이 된다.
<그림 3>에서처럼 노란색과 보라색은 보색대비를 말하기 이전에 이미 밝기, 즉 명도대비가 심하게 일어난다. 노란색과 보라색은 단지 반대되는 색이라는 차이점과 더불어 배색에서 가장 바탕이 된다고 할 수 있는 밝기에 있어서 큰 대비가 일어나기 때문에 다른 보색들의 경우와는 달리 이중의 대비구조를 가진다.
일반적으로 색들이 어울릴 때는 명도나 보색 등 대비의 조건이 많을수록 눈으로 보기에 분명해지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배색을 할 때 시각적으로 좀더 분명하게 해주고 싶으면 명도나 채도 보색 등의 대비조건들을 이중 삼중으로 구현하기도 한다. 노란색과 보라색은 다른 보색들에 비해서 이미 명도와 보색, 둘 이상의 대비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훨씬 두드러져야 하는 색들이다.
그러나 보라색과 노란색의 대비의 특이한 점은 가장 튀고 들떠야 할 색들이 가장 편안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환기시킨다는 것이다. <그림 4>를 보면 앞에서 공부한 두 가지 보색과 더불어서 노란색과 보라색의 대비가 함께 자리를 하고 있다. 빨간색과 녹색은 밝기의 차이가 적기 때문에 눈이 좀 아픈 그런 특징이 있고, 오렌지와 파란색은 명도대비가 같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가운데의 노란색과 보라색에 비해서는 좀 튀고 활발해 보인다. 반면 노란색과 보라색의 조합은 보색대비 같지 않게 차분해 보인다. 그래서 다른 보색대비들에 비해 이 보색들은 가장 부드럽고 우아한 느낌을 준다.
차분한 보색대비
보색대비란 일차적으로 반대되는 색들이 서로 부딪혀 튀는 색의 대비를 말한다. 이런 보색대비가 튀지 않고 부드럽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은 알고 보면 상당히 모순된 현상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 색들은 다른 색들에 비해 대비의 관계가 이중구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튀어 보여야 하건만 왜 부드럽고 우아해 보이는 것일까?
이것은 우선 색들이 가지는 고유한 느낌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노란색 특유의 밝고 화사함 느낌과 보라색의 차분하면서도 가라앉는 인상이 만남으로 인해 전체적으로는 아주 귀족적이고 품위가 있는 인상이 만들어진다. 이것은 어떤 색도 흉내낼 수 없는 고유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저 운명이라고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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