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TV 방송도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 같다. “이탈리아 TV는 왜 그렇게 야한 걸 많이 보여주죠? 밤 12시만 넘으면 정말…”, “꼬마들 TV 보는 저녁 시간에도 여자들이 이렇게 짧은 치마를 입고 나와서는… 도무지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유럽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지적하는 말이다. 그들 나라의 TV는 이탈리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정인희(ihnhee@kumoh.ac.kr)| 금오공대 교수>
대부분의 이탈리아 젊은이들도 “우리나라 TV는 왜 이런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흔들면서 한숨을 쉰다. 어느 날 한 한국인 친구도 “여기 TV 정말 볼 것 없어” 하기에 덩달아, “그러게 말이야, 나도 한 두 번 보다가 이제 안 봐”라고 대답했더니, “말 배우는 사람이 TV라도 계속 봐야지”하는 호령이 떨어지는 바람에 그도 그렇겠다 싶어 매일 저녁 TV를 켜 놓는 것이 버릇이 돼버렸다.
가급적이면 세상 돌아가는 사정도 알 겸 해서 뉴스를 들어보려고 노력을 하지만, 또한 가장 알아듣기 힘든 것이 뉴스이기도 하다. 한국의 뉴스를 시청하더라도 매일같이 안 빠지고 등장하는 것이 정당 이름과 정치인 이름인데, 한국 정치인도 모르는 마당에 이탈리아 정치인을 어찌 알겠는가? 한국 뉴스에서는 뉴스 제목 등 자막 처리를 많이 해주지만, 이 나라는 그런 것도 없다. 게다가 이 사람들 ‘이름’은 대충 아는 이름들을 쓰지만 ‘성(姓)’은 외우기 쉽지 않다. 대통령 이름, 내각총리 이름, 반대당 당수인 전 총리 이름을 정확히 알게 되기까지만도 한참의 시간이 걸린다.
최고-지성의 도전
그러다가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것이 퀴즈 프로그램들이다. 가끔씩 출연자들이 못 푸는 문제를 풀었다거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루나, 지나, 사라’라는 이름은 이탈리아 암소들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이름 1위, 2위, 3위라거나, 유럽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는 파리이고, 여초(女超) 현상이 가장 심한 나라는 라트비아라거나 하는 것을 알게 될 때 조금쯤은 TV를 보는 보람이 생기곤 한다.
대개는 TV를 보더라도 TV만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니까 가장 무난한 채널을 고정시켜 둔 채로 집안을 왔다 갔다 하는데, 얼마 전 출장길 호텔에서는 저녁 시간 딱히 TV를 보는 것밖에 할 일이 없어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리다가 ‘굉장한’ 퀴즈 프로그램을 하나 발견하게 됐다. <최고-지성의 도전> 쯤으로 번역할 수 있는 제목을 가진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주요 특징은 동일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한 회에 한꺼번에 출연시킨다는 것이다. 마침 이날은 ‘신문 기자’들이 출연한 날이었다.
모두 16명으로 출발해서 한 사람의 승자가 남을 때까지 총 5회전에 걸친 순서가(광고를 포함하기는 하지만) 두 시간이 넘게 진행됐다. 1회전과 2회전에서는 순발력과 약간의 상식, 3회전에서는 특정 주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운, 4회전에서는 기억력, 약간의 트릭과 전문지식, 5회전에서는 다방면에 걸친 지식과 상식 그리고 인내력과 체력이 요구돼 저도 모르게 집중과 몰입을 가져오는 프로그램이었다.
진행 요령을 잠시 들여다보자. 1회전에는 출연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한 번에 8명씩 겨루게 한다. 이 8명에게 모두 6개의 문제를 내는데, 문제 형태는 9개의 보기 중에서 ‘지문’에 해당하는 세 개의 보기를 고르라는 것이다. 9개의 나라 이름을 보기로 준 후 B 나라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나라는? 하고 묻는다거나, 아홉 사람의 이름을 제시한 후 19세기에 태어난 사람은? 혹은, 9권의 책이름을 준 후 A 작가의 책이 아닌 것은? 하고 묻는 식이다. 답은 모두가 각자 앞에 놓여 있는 기기에 숫자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한다. 정답을 가장 빨리 입력한 사람이 2회전 출전권을 얻는데, 한 문제에서 1등을 하고 나면 더 이상 문제를 풀지 않아도 된다. 8명에서 시작, 7명, 6명, 5명, 4명, 3명으로 숫자가 줄어가며 문제를 푸는 것이다. 마지막 문제에서는 탈락자 2명이 결정된다. 탈락 이유는 주로 정답을 다 맞히기는 했지만 ‘속도가 너무 늦어서’이다.
두 그룹이 1회전을 거친 후 남은 12명은 2회전에서 둘 씩 짝을 지어 겨룬다. 아마 광고가 나가는 동안 추첨으로 짝을 정하는 모양이다. 문제가 나오면 부저를 먼저 누른 사람이 답을 말하되, 맞히면 본인이 1점을 얻고 틀리면 상대방에게 1점을 선물하게 된다. 5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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