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마니 展·페라가모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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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오디세이(49)-“A Milano”(22)

2007-05-18 오후 1:35:19


2007년 2월 말에서 3월초 사이,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빠트리지 않고 들었던 질문이 있다. “아르마니 전시회 봤어?”, “어땠어?”, “어떻게 생각해?” 아르마니 옷을 사 입을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나 없는 사람에게나 아르마니는 밀라노를 대표하는 패션 아이콘이다. ‘사람들이 관심을 안 가져주니까 이제 (아르마니가) 별짓을 다한다’는 의견도 무성했지만, 그래도 아르마니는 아직 아르마니다.  <글=정인희(
ihnhee@kumoh.ac.kr)| 금오공대 교수>

전시회(mostra) 장소는 트리엔날레(Triennale), 일자는 2월 20일부터 4월 1일까지. 2000년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 뮤지엄에서 기획, 개최된 이후(이때 뮤지엄의 지나친 상업성 논란이 있었던 모양이다) 2001년 빌바오 구겐하임, 2003년 베를린 내셔널갤러리, 2004년 런던 벌링턴 가든 로열아카데미, 2005년 동경 모리 아트센터갤러리, 2006년 상하이 아트뮤지엄에서의 전시에 이어 ‘아르마니의 도시’ 밀라노에서 기나긴 투어의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한 사람의 스틸리스타(패션 디자이너)가 했던 작업을 기념하는, 트리엔날레 역사상 최초의 전시회라 매우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나의 작품으로부터 정제된 철학을 보게 돼 무척 기쁘다. 패션은 늘 사람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의 중심에 있으며, 어떤 사람이 속한 문화와 사회를 비추는 완벽한 거울이다. 나는 지금까지 장식만을 위한 장식을 자제하고, 여자든 남자든 그 옷을 입음으로써 편안한 매력을 풍긴다고 느낄 수 있게끔 해주는 패션에 대해 항상 생각해왔다” 아르마니의 말이다.
600벌이 넘는 아르마니 의상이 전시됐다고 하는 이 전시회는 일곱 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는데, 전시회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이름으로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여성적 매력(feminine), 베이지와 밝은 회색(beige and greige), 반짝임(light), 에스닉(ethnic), 할리우드(hollywood), 흑백(black and white), 미니멀리즘(minimalism).
전시회장 입구의 마네킹들이 입고 있던 옷들이 각각 전시회의 섹션을 대변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그 조명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시간차를 두고 옷을 한 벌씩 한 벌씩 천천히 비추는 것이다. 그래서 그 맛보기용 진열대 앞에 서서 한동안 철학을 하듯이 옷을 바라보고 있어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입장권을 보여주고 전시회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물량’으로 승부하는 듯하던 전시물들!
‘말하기 좋아하는’ 이탈리아 할머니들은 이곳에도 손에 손을 잡고 몰려와서는 ‘이 옷 좀 봐’ 하며 옷을 하나하나 평가하는 데 여념이 없다.
사실 극장, 음악회, 심지어는 명품 아울렛까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고객의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것이 밀라노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인지 문화를 향유하는 소비층은 주로 노년층이고 젊은 사람들은 그런 것들에 관심 자체가 없어 보인다. 30년쯤 후까지 밀라노가 과연 문화의 중심지로 남아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하지만 아르마니 전시회에는 젊은 여성들도 많이 몰려다니고 있었다. 그러니 패션의 미래가 예술의 미래보다 밝다고 할 수 있으려나….
아르마니 매장에 가면 아르마니 옷을 만져보고 입어보면서 구경할 수 있는데 작품에 손끝하나 대지 못하는 전시회장에서 아르마니를 보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선 지나간 시절의 옷을 모두 볼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 한 디자이너에 대한 총체적인 정리를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마 판매원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옷을 사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이나 사고 싶다는 유혹 없이 옷을 작품으로만 볼 수 있다는 것.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아르마니를 어떻게 연출했는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전시회의 트렌드는 전시 작품의 가치보다 그 작품들을 연출하는 방법에 초점을 두는 것처럼 보인다. 그 중 전시회에서 단연 돋보인 것은 조명이었다. 특히 스와로브스키가 협찬한 크리스털로 장식한 마지막 전시실은 크리스털과 조명의 극대화된 시너지 효과를 선보였다.
아르마니 이전의 하이패션 디자이너들은 직장 생활이 아닌 사교 생활을 위한 의상을 제작했던 반면, 시뇨르 아르마니는 일하는 여성들이 입을 수 있는 옷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한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아르마니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거나, 아르마니 때문에 이탈리아 패션 산업이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신예 디자이너들이 자라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는 아르마니. 최근 호텔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그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밀라노 근교 피아첸차에서 태어난 아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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