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요 일간지에도 오세훈 서울시장의 밀라노 방문 기사가 실린 것으로 안다. 밀라노에는 한 달에 한 번 발간되는 ‘한인회보’라는 것이 있는데, 그 2월호 표지를 ‘북핵 폐기 6자회담’ 기사와 더불어, 오세훈 시장 관련 기사가 장식하고 있다. 제목은 “서울 세계적 패션도시 육성, 伊밀라노 방문 吳시장 밝혀-시장 임기 중 서울컬렉션 ‘5대 컬렉션’으로 만들 것”이었다. <정인희(ihnhee@kumoh.ac.kr)| 금오공대 교수>
이번 순방에서 서울시장의 방문지는 아랍에미리트엽합(UAE)의 두바이,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영국의 런던, 이탈리아의 밀라노로, 각각 관광, 환경, 금융 및 도심재개발, 패션 및 디자인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제가 꿈꾸고 희망하는 서울은, 뉴욕과 같이 경제가 활기찬 도시, 파리와 같은 문화의 도시, 런던과 같은 품격 있는 도시, 밀라노와 같은 패션의 도시, 시드니와 같은 상징적인 랜드마크가 있는 도시입니다”라고 2006년 7월 3일 취임사에서 밝힌 바를 구상하는 단계인 모양이다.
2월 1일에는 레티치아 모라티 밀라노 시장을 만나, 패션과 디자인 분야의 상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고 한다. 밀라노는 이미 1999년 ‘밀라노 프로젝트’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바 있고, 이제 또 한 번 한국 패션산업의 핵심에 그 이름이 오르내리게 되었다. 패션을 업(業)으로 삼고 있는 사람으로서 패션산업을 육성시키겠다는 총론은 언제나 감동스럽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갔을 때는, 누구보다도 생각이 복잡해진다. 밀라노 현지에서 패션을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일단 이번 서울시장의 원대한 계획으로 말미암아 한국 패션산업의 키를 서울이 잡고 가게 되었다는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로 생각한다. 대외적인 효과를 고려한다면 국내에서 여러 도시로 힘을 분산시키는 것보다는 한 군데로 힘을 모아주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그리고 다른 어떤 도시보다도 서울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 아니, 지금으로서는 서울 이외에 그 역할을 맡을 자격이 있는 도시는 없다는 생각이다.
프랑스에서는 파리, 영국에서는 런던, 미국에서는 뉴욕, 일본에서는 동경이 패션의 중심에 있듯이, 한국의 대표적 패션 도시는 서울이어야 함이 마땅하다. 세계적인 패션 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도시의 지명도가 있어야 하고, 글로벌 시민에게도 그 도시에 대한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 ‘한국’이라고 했을 때 세상 사람들이 아는 유일한 도시가 ‘서울’일 것이다. 결국은 서울에서 어떤 행사를 한다고 하는 것과 대구에서 같은 행사를 한다고 하는 것 사이에 어떤 쪽이 조금이라도 더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는가? 하는 문제인 것이다.
‘대표 주자’로 내세우는 도시가 서울이어야 하기는 하되, 그렇다고 해서 국내 다른 도시와의 연계가 없이 서울 독자적으로 무엇인가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해서는 서울이 한국 패션산업을 이끌어 갈 수 없다.
서울이 독자적인 행보를 한다면, 다른 도시들에서도 새로이 다른 사업들을 계획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는 여러 도시와 잘 협력, 연계하여 상생하는 구도로 국가 경쟁력을 키워가야 하는 것이 서울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본다.
밀라노의 경우를 한 번 보자.
‘밀라노우니카(MilanoUnica)’라는 행사 이름은 아마도 ‘모다인’이라든가 ‘이데아코모’보다 덜 친숙하게 들릴 테지만, 이탈리아에서는 2005년 9월을 기해 5개 소재 전시회를 통합하여 단일 행사로 진행하고 있다. 남성복 소재를 특화시킨 이데아비엘라(IdeaBiella, 1978년 창설)는 비엘라에, 고급 여성복 소재 전시회인 이데아코모(IdeaComo, 1975년 창설)는 코모에, 첨단 대중 패션 소재 전시회인 모다인(ModaIn, 1984년 창설)은 밀라노에, 정장용 소재 전시회인 프라토엑스포(PratoExpo, 1979년 창설)는 프라토에, 셔츠용 소재 전문 전시회인 셔츠에비뉴(ShirtAvenue, 1999년 첫 전시)는 밀라노에 각각 본부를 두고 있으나, 효율적인 바이어 유치를 위해 매년 9월 중순과 2월 중순에 피에라밀라노시티(fieramilanocity)에서 공동으로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글로벌 사회가 되면서, 정보는 넘치고 넘친다. 정보력을 가진 소비자도 현명한 소비자가 되지만, 바이어 또한 현명하다 못해 영악한 바이어가 된다. 예전에는 다리품을 팔아서 이곳저곳 기웃거렸겠지만, 이제 정보는 앉아서 얻고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 두 군데만을 둘러볼 뿐이다. 더욱이 중국과 같은 나라들이 부상하면서 세계적으로 각종 컬렉션과 전시회는 나날이 많아진다. 신규 컬렉션, 전시회들은 나름대로 손님을 유치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일정 수준 손님을 유지하고 있던 컬렉션과 전시회들조차도 자구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되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