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의 도시, 베네치아를 가다
가+
가-

2007-03-19 오전 10:40:49


한국어로 된 베네치아 여행 가이드를 보니 베네치아에서는 비싼 곤돌라나 택시 대신 ‘수상 버스’를 타도록 권하고 있다. 육지로 다니는 교통수단이 없으니 물에 떠다니는 배를 그냥 ‘버스’라고 부르는 모양이라 지레 짐작하고,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내 여행 안내소에서 ‘버스 표’가 얼마냐고 물으니 1유로라고 대답한다. 그렇게 값이 쌀 리가 없는데... 산마르코 광장에 가려고 하는데, 요금이 얼마냐고 다시 묻는다. “메스트레에 가는 버스는 1유로, 산마르코에 가는 바르코는 1회권이 6유로에요.” 알로라(Allora), 수상 버스는 ‘버스(bus-이탈리아어로는 부스)’가 아니라 ‘바르코(barco, 작은 배)’였던 것이다.  (정인희 금오공대 교수)


서울에 서울역, 영등포역, 용산역, 청량리역이 있는 것처럼, 밀라노도 마찬가지로 여러 개의 역이 있고, 베네치아에도 산타루치아(Santa Lucia) 역과 메스트레(Mestre) 역이 있다. 관광을 위해서 이용하는 역은 산타루치아 역이지만, 메스트레 역주변의 호텔에 머물더라도 버스(수상 버스가 아닌 육상 버스)를 한 번 타면 산타루치아 역까지 나올 수 있다. 행정구역은 베네치아라고 하지만, 메스트레는 그냥 여느 도시와 다를 것 없이 평범한, 아니 별다른 특징 없이 재미없는 육상도시의 모습을 지녔다.
“안다-떼, 안다-떼(andate, andate, 당신들, 가보세요)!” 하는 발렌티나의 말이 계속 귀에 웅웅거리는 바람에 드디어 카니발(carnevale-까르네발레) 마지막 날 아침, 학교로 가는 기차 대신 베네치아 행 기차를 타고 만다. “우리 밀라노 사람들은 보통 당일치기로 베네치아를 갔다 와요.” 짐이 없으니 몸도 가볍다. 사실 지도를 한 장 얻어 볼까 하고 여행 안내소를 찾았는데, 이 도시에서는 무료 지도에다 2.5유로짜리 가이드북을 묶어서 팔고 있다. 즉 지도만 주지는 않고 2.5유로를 내면 가이드북과 지도를 함께 주는 것이다. 과연 관광 도시다운 상술이 아닐 수 없다.


산마리코 광장의 중심지 산타루치아역의 매력
산타루치아 역에서부터 벌써 특별한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근처 지역에서도 베네치아 카니발에 참가하기 위해 모여드는 모양이다. 즉, 평소에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가는 사람은 구경꾼이고, 카니발용 의상을 차려입고 가는 사람은 참가자다. 역 바로 앞에서 1번 바르코를 타면, 40분 정도 걸려 산마르코 광장에 도착한다. 바르코가 정거장에 설 때마다, 한 두 사람씩 신기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올라탄다. 운하를 따라 이동하는 바르코는 처음 10분 정도 운치 넘치는 낭만을 선사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지겹도록 느린 교통수단으로 변한다.
‘007 카지노 로얄’ 후반부에 나오는 산마르코 광장을 기억하는가? 카메라를 360도 회전하는 순간 비둘기가 날아오르던 화면에 가득 물이 확 차오는. 그 산마르코 광장이 바로 베네치아의 중심지고, 카니발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광장으로 들어가기 전 운하를 따라 한참을 천천히 걸어본다. 지나치는 사람들 모두가 매우 행복해 보인다. 이럴 때 이탈리아 남자들은 “소노 콘텐토(sono contento)”라고, 여자들은 “소노 콘텐타(sono contenta)”라고 말한다. ‘행복해, 만족스러워, 기쁘고 좋아’하는 복합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운하를 따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특이한 의상을 입은 커플들이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는데, 가만히 보니 앞에 동전 통을 놓고 있다. 즉 돈을 내고 마음껏 사진을 찍으세요, 하고 서 있는 것이다. 가만히 보면 이 사람들 의상은 특이하기만 하지 진정한 멋은 없다. 진짜는 한참 치장을 하고 있는 중이다.


카니발을 즐기는 사람들은 네 부류로 나뉜다
카니발 시즌 베네치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략 네 부류로 나누어진다. 싸구려 가면 하나도 쓰지 않은 그야말로 순수 구경꾼, 노점상에서 파는 가면이나 뾰족 모자, 폴리에스테르 망토 등 값싼 일회용 의상 한두 가지를 아무렇게나 둘러쓰고 잠시 카니발을 즐겨보는 얼치기들, 특이하게는 차려입었지만 그다지 멋있지는 않은 아류들, 그리고 전통 그대로의 의상을 공들여 재현해 입은 진짜 베네치아인.
진짜 베네치아인들은 이 축제를 위해 1년 내내 의상을 손질한다고 한다. 옷감의 질감도 꼭 옛날 옷 그대로다. 생각해보라, 서양복식사 책에서 보던 16세기, 17세기, 18세기 의상을 박물관이 아닌 길 위에서,

정인희
ihnhee@kumoh.ac.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이비원(주) | 대표:황상윤 | 개인정보보호책임자:신경식
사업자등록번호:206-81-18067  | 통신판매업신고:제2016-서울강서-0922호
TEL 02)3446-7188  |  Email : info@fi.co.kr
주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1길 6 (마곡동 790-8) 메이비원빌딩
Copyright 2001 FashionInsight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