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한 여성들은 매우 예민해진다. 조그만 소리에도 크게 놀라고, 사소한 변화에도 신경이 쓰인다. 자신의 품속에 또 하나의 우주를 담고 있기 때문이지만, 모체와 태아의 생존 경쟁도 큰 몫을 한다. 예를 들어 드라마를 볼 때 여자 주인공이 임신한 것을 암시하는 대목에는 대부분 헛구역질을 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이것이 바로 입덧으로 한의학에서는 오저(惡阻)라고 한다. 말 그대로 풀면 몸 속에서 생긴 나쁜 물질(예를 들면 가래 같은 것)이 기혈이 순환되는 통로를 막아서 생기는 병이란 뜻이다.
여자가 임신을 하게 되면 몸의 우선 순위가 태아로 바뀐다. 즉 음식에서 영양분을 흡수할 때 임신부에게 필요한 영양분보다 태아에게 필요한 것을 먼저 흡수하게 된다. 물론 자연적인 현상이지만, 임신부의 입장에서 볼 때 대단히 거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태아의 골격이 자랄 때에는 칼슘이 많이 필요한데, 임산부에게는 사실상 별로 필요없는 물질이기도 하다. 내 몸에 필요없는 물질을 흡수하여 핏속에 보유하고 있다가, 태아에게 주는 그 자체가 임신부들에게는 큰 곤혹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변화가 바로 입덧을 초래한다.
입덧은 참 이상한 병이다. 음식 한 수저도 먹지 못해도 굶어 죽는 일은 없고, 아무리 심한 입덧도 출산만 하고 나면 저절로 없어지기 때문이다. 즉 입덧은 임산부의 병이 아니라 태아가 아빠에게 필요한 것을 요구하는 일종의 신호이다. 그래서 초보 남편들은 추운 겨울에도 태아가 원하는 수박을 구하러 이리저리 뛰어 다닐 수밖에 없다.
사실 임산부들에게 좋은 음식이란 없다. 골고루 먹으면 전부 보약이 되고, 입맛이 따라가는 대로 먹어야 태아에게 좋다. 그러나 오랜 관찰과 경험을 통해서 얻어진 몇 가지 음식 금기가 있으니, 이것만 잘 지키면 별탈 없이 순산을 하게 될 것이다.
개고기는 열량이 높기 때문에 태아의 이상 발육을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토끼고기는 열이 많은 음식이므로 아기에게 해롭다. 닭이나 계란을 먹을 때 찹쌀을 함께 먹으면(닭죽) 아기에게 기생충이 많이 생긴다. 꽃게나 대게를 먹으면 태아가 옆으로 나오게 되고, 오리고기나 오리알을 먹으면 거꾸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비늘이 없는 물고기인 갈치, 꽁치, 미꾸라지, 고등어를 많이 먹으면 난산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한 말이지만 임산부가 술을 먹으면 안된다. 산모와 아기에게 모두 병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력제로 인기가 높은 참새고기를 임산부가 먹으면 아기 또한 호색가가 되고, 자라 고기를 먹으면 목이 짧은 아기를 낳는다. 그리고 율무나 맥아(식빵에 함유), 비름나물, 마늘을 먹으면 아기를 유산할 가능성이 높다. 매운 음식을 지나치게 먹으면 아기가 태열(아토피성 피부염)이나 천식을 앓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참고로 남편 입장에서는 임신한 아내가 먹고 싶다는 것은 뭐든 구해줘야 한다. 그러나 아기를 핑계 삼아 평소 먹고 싶었던 것을 마음껏 먹으려는 산모도 있다. 임신 중에 너무 과식하면 불어난 체중 때문에 나중에 고생할 수 있다.
물론 음식을 아기가 원한 건지, 아내가 원한 건지는 출산 후에 저절로 밝혀질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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