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중에는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다. 제 2의 IMF사태로 발전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실직, 대량해고, 연쇄부도의 공포가 사회 전반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를 고민하는 자성론보다는 우선 나부터 살고 보겠다는 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이때 몸까지 아프다면 정말 큰일이 아닐까?
날씨는 춥고 가슴속에 홧병이 있어서 속이 답답할 때 참으로 좋은 것이 있다. 특히 이것은 과일로 즐겨 먹을 수도 있고, 먹고 나면 속이 시원해지면서 잃었던 입맛을 되찾아주는 효과도 있다. 이것이 과연 무얼까? 정답은 바로 배(梨)이다.
혹시 배를 먹고 "따뜻하다"는 생각을 해본 분이 있는가? 그렇다면 즉시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으시기를... 배는 성질이 시원하기 때문에 먹고 나면 누구나 시원함을 느낀다. 물론 혀끝을 감싸는 단 맛도 일품이겠지만, 속이 더부룩하거나 조갈증이 나서 목이 탈 때 한 조각 베어 물면 시원한 느낌이 온 몸으로 퍼지면서 상쾌함을 느낄 것이다. 그러므로 배는 경기에 이겨서 승리한 사람을 위한 과일이 아니다. 한평생을 바쳐 일하던 직장을 한 순간에 잃고 화병난 사람에게 좋은 과일이다. 또한 주식에 투자했다가 반토막은 커녕 반반토막조차 건지지 못해서 밥맛도 잃고 소화도 안되는 사람이나, 믿었던 친구의 사업을 위해 보증을 섰다가 제집마저 날려먹은 불쌍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과일이다. 왜냐구? 먹고 나면 순간이나마 속이 시원해지니까...
원래 배는 숙취를 다스리는 과일이다. 그러므로 음주 후에 속이 시릴 때 즙을 내어 마시면 갈증이 풀어지면서 숙취가 사라진다. 물론 배를 넣은 물김치 국물을 한 사발 마셔도 좋은 효과가 있다. 동의보감에는 "배는 갈증을 다스리는 특효약이다"라는 구절도 있다. 물론 배는 소화를 촉진하는 효과도 있으므로 고기를 먹은 후 꼭 먹어보자.
또한 배는 기침이나 천식에 매우 좋다. 배의 꼭지를 도려내고(버리면 안된다) 씨가 든 속을 숟가락으로 파낸 후 꿀을 조금 붓고 꼭지를 덮는다. 이것을 무명실로 한 두번 잘 감아서 솥에 넣고 물을 조금만 부은 후 약한 불로 끓여서 익힌다. 20-30분 정도 후에 배를 꺼내서 꼭지를 열면 속에 꿀물이 들었는데, 이것을 마시면 만성 감기에 특효방이 된다. 이것은 어린이나 노약자 감기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데, 만약 기침 감기가 너무 심하다면 배 속에 은행, 호도, 잣을 몇 알씩 넣으면 더욱 좋다.
이렇게 몸에 좋은 배도 먹어서는 안될 때가 있다. 출산한 산모들은 출산 후 100일간 배를 먹어서는 안된다. 또한 노인들이 너무 오랫동안 배를 먹어도 좋지 않다. 왜냐하면 배의 성질이 너무 차기 때문에 냉병(冷病)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칼에 베였거나 못에 찔리는 등 쇠붙이로 인해서 상처가 생겼을 때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겨울에 좋은 배가 지금 엄청나게 싸다고 한다. 배 농사를 지은 농민들은 아마 지금쯤 밤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정부에서 지원해준 농안기금으로 농민들이 너무 많은 배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이 글을 본 독자들이 배 한 상자씩만 먹어줘도 농민들의 시름이 많이 풀릴 것이다. 물론 이 글은 배를 많이 사 먹으라고 쓴 것은 결코 아니다. 필자는 배 농사하고 아무런 인연이 없음을 강조하면서 이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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