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를 두다가 한수를 물리게 되면 그때부터는 이기는 확률보다 질 확률이 최소한 2배로 높아진다.
왜냐하면 자신도 이길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왔을 때 한수 물러 주어야 하고, 또 다시 장군을 받아 위기에 처하게 되더라도 더 이상 물러 달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패션 마케터들이 리포지셔닝에 대해서 장기 한수 물리는 것과 같이 너무나 쉽게 그리고 단순하게 판단하여 행동하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할 때가 있다. 물론 패션 브랜드를 리포지셔닝 하면 2배의 실패율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러나 지금까지의 리포지셔닝 사례를 살펴볼 때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많은 기획자들이 리포지셔닝을 하면 안되던 장사가 되는 등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진다. 이것이 최선 또는 최후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여 나름대로 브랜드 네임을 약자로 바꾼 간판을 달거나 상품 디자인을 조금 달리한 후 변했다고 외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예상치 못한 고객들의 반응으로 인해서 상당한 충격을 받게 된다. 왜냐하면 그나마 남아있었던 기존의 고객들마저 바뀐 브랜드를 낯설어 하면서 매장에 들어오지 않고, 새로운 고객들도 변화된 브랜드를 생각만큼 찾지 않아서 생기는 매장 진공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현실로 찾아오는 낮은 매출은 매장주를 매장 안에서 질식사 하게 한다. 물론 본사쪽에도 상상외의 재정 타격을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리포지셔닝을 위해 드는 리뉴얼 비용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액수가 집행되기 때문에 강력한 광고와 마케팅을 펼치기가 어렵게 된다.
결국 리뉴얼을 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번 돈에 돈을 빌려서까지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심한 자금 압박을 받게 된다. 이쯤되면 얼굴만 바뀐 매장에서 손님이 오지 않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매장 앞으로 휙휙 지나가는 소비자만 원망하게 되는 비참한 현실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리포지셔닝을 하지 말라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리포지셔닝을 할때는 많은 준비를 통해서 본질적인 변화를 하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보다 빠르게, 보다 신속하게 그리고 보다 깨끗하게 처리하는 것이 포인트가 된다. 그저 리포지셔닝을 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채 내부 직원들만 괴롭힌다면 브랜드를 벌집으로 만들고 허무하게 끝나버리게 될 것이다.
혁명 동지들
모든 것이 바뀐다고 할지라도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곧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리포지셔닝 브랜드를 위해서 기존의 직원들을 혁신시켜 예전과 다른 사람으로 바뀌게 하거나 아니면 전혀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오는 방법을 써야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오는 방법 보다는 내부 인원의 마인드를 바꿀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바뀌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설사 실력이 탁월한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절대권력을 주어 리포지셔닝을 가열차게 집행한다고 해도 기존의 사원들의 내부 포지셔닝의 불만으로 인해서 외부 전문가는 조직적으로 왕따를 당하게 될 것이다.
사실 브랜드를 리포지셔닝 시키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바로 사람을 리포지셔닝 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브랜드를 리포지셔닝 하기 위해서는 먼저 혁신적 리더십을 가지고 혁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위기상황)에서 혁명을 감행해야 한다. 내부인원의 마인드 변화 없이는 리포지셔닝에 관해서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혁명 과업
리포지셔닝 성공 사례를 들자면 「지암비코」에서 「GV2」로 리포지셔닝 했던 ‘완전변신 리포지셔닝’과, 최근 「푸마」가 감행한 ‘소비자 혁신 리포지셔닝’이 있다.
「GV2」의 경우는 내부적으로 어떤 프로세스가 있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는 브랜드를 완전히 뒤집어 엎었다.
전혀 「지암비코」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의 판을 다시 짜기 시작했다. 마치 장기판을 엎고 다시 시작하는 자세로 이미지, 상품, 광고 그리고 영업방식도 혁신적으로 바꾸어 버린 것이다.
이것은 전쟁에서의 성공율 6%에 해당하는 전면전(全面戰)으로서 아직까지 이렇게 과감한 리포지셔닝의 사례를 본적이 없다. 「푸마」 의 경우는 리포지셔닝 마케팅 교과서에 나올까 말까 하는 완벽한 사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푸마」의 고창용 본부장은 「푸마」의 리포지셔닝 성공요인을 새로운 고객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매장과 메인컬러 그리고 상품의 변화가 있었지만 「푸마」는 기존의 나이키 시장 추종 브랜드로서가 아니라 익스트림 스포츠와 힙합 스포츠의 선두 브랜드로서 새로운 고객들에게 푸마를 새롭게 각인시켰다. 그리고 시장의 리드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그의 말에 의하면 기존의 소비자에게 리포지셔닝을 하는 것은 불가능
권 민 기자
km@fashioninsigh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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