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과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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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2 오후 5:57:08

예전에 우연히 들렀던 A브랜드의 회의장소에서 보았던 일이다. 당시 A브랜드는 조사 기관에게 2000만원을 주고 1000명에 해당하는 소비자 조사를 프리젠테이션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300페이지 두께속에 있는 난해한 통계와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가 담긴 보고서를 발표자의 설명은 듣지 않고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가요톱10’ 처럼 순위항목에만 재미있게 살펴보면서 잡담을 하고 있었다. 조사원의 발표가 본론도 끝나지 않았는데 긴 시간을 참고 있었던 브랜드 책임자가 발표자에게 “핵심이 뭡니까?” 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브랜드 책임자는 마치 자신도 발표하는 내용을 모두 알고 있었다는 기색으로 좀 더 당당하게 발표자의 말을 잘라 버리고 공격적인 질문으로 발표자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과연 발표자는 그 두꺼운 보고서의 내용을 단 몇 줄로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 발표자는 머뭇거리며 적막한 분위기를 깨고 짧고 낮은 톤으로 말했다. “인지도 상승을 위해서 광고를 해야 합니다.” 발표자는 비보조 인지도 상승과 이미지 차별화, 그리고 브랜드 메시지 전달을 위해서 ‘광고’가 필요하다고 정확히 요점을 말했다. 하지만 회의실은 술렁거렸고 브랜드 책임자는 두꺼운 보고서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면서 “저 말을 들으려고 2000만원이나 냈나요?”하며 옆에 있는 홍보담당자에게 신경질적으로 말하고 옆 사람에게 보고서를 던지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광경을 지켜본 나는 공자의 말이 떠올랐다. “知者過之”(좀 아는 사람은 오버한다). 무엇 때문에 화가 난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나는 그가 던진 보고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홍보 담당자는 발표자에게 계속 발표하라고 이야기 했고 발표자는 약간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계속 진행해 나갔다. 장내는 차분해졌고 그의 말을 이제는 예의상 경청하기 시작했다. 보고서의 내용은 브랜드 런칭을 위한 시장 평가와 소비자 평가에 대한 것이었다. 광대하고도 자세한 정보가 들어 있었다. 보고서를 보고 있으면 마치 길거리 사람들의 생각들이 어떻게 조합되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처럼 잘 다듬은 질문과 대답으로 정렬되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브랜드를 런칭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보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결론 부분을 읽었을 때 책임자가 왜 저렇게 화가 났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이유는 소비자 조사가 너무 늦게 시작되었고, 그 조사에 따른 결과는 현재 런칭 중에 있는 브랜드에게 다소 부담스러운 요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사는 짧고 굵게 손자는 그의 병법에서 ‘정찰에 투자한 시간은 거의 낭비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런 차원에서 보았을 때 브랜드 런칭 성공에 있어서 시장조사와 설문조사의 중요도는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10%는 무엇인가? 그것은 학습된 직관이라고 말하고 싶다. 정확한 조사를 위해서는 고전적인 방법인 설문조사와 F.G.I(Focus Group Interview ), 경쟁분석, 샘플분석, 일대일 면접 등 다양한 접근이 있다. 보다 확실하고 입체적인 자료를 구하기 위해서는 동시 다발적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보조 인지율부터 시작해서 객단가까지 무조건적으로 조사한다고 해서 브랜드 런칭의 성공 요소가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개괄적인 정보들은 학습된 직관과 관찰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다양한 조사와 데이터는 ‘정답’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정답에 가까운 방향은 제시할 수 있다. 그렇다면 패션 마케터가 브랜드 런칭 성공을 위해서 조사에 대해서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첫번째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잘 실천하지 못하는 것 중의 하나로서, 조사 기관에게 오더를 주기전에 ‘무엇을 물어 볼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조사기관에게 “잘해주세요” 라고 말만 한다면 조사는 일반적인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광범위한 부분까지 만져야 하기 때문에 조사자료가 나와도 회사의 모든 부서들이 자신의 역할에 맡게 해독하지 못한다. 물론 결론 부분에 조사 결과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있게 마련이지만, 데이터가 전략으로 용해되어서 모든 부서에 흘러가게 만드는 주체는 브랜드 마케터이다. 따라서 브랜드 마케터는 조사하기 전에 먼저 ‘무엇을 물어 볼 것인가?’ 에 대한 내용을 사전에 충분히 조율해야 한다. 두 번째는 지속적인 마케팅 데이터 수집과 조사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행동의 ‘지속성’ 이다. 브랜드 런칭을 하는 동안에는 수많은 변수들을 만나게 되는데, 어쩌다가 이 변수가 전부인 것처럼 보여서 엉뚱한 방향으로 브랜드를 몰고 가는 경우도 생긴다. 조사를 굵게 하라고 하는 의미는 다양한 방법으로 같은 문제에 대해서 조사하라는 것이다. 반면 조사를 짧게 하라는

권 민 기자
km@fashioninsigh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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