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비싼 옷을 싸게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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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8 오후 5:24:20

많은 가치를 주는 공급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5∼6만원 가치의 피케셔츠를 2만9천원에 팔지 못하는 공급자는 「지오다노」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여성시장에서도 「마인」 「타임」은 새로운 스타일과 새로운 소재로 경쟁자 보다 비싸게 보이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가장 중요하게 부각된 마케팅 요소는 ‘가격’이다. 너도 나도 싸야 잘 팔린다는 이야기를 한다. 확실한 차별화 요소만 있다면 비싸도 잘 팔 수 있다는 반론을 내는 이들도 많다. 소비자는 과연 어떤 옷을 원할까? 지난해 어느 한 패션기업에서 ‘싼 옷을 싸게 사는 것’을 원하는가? 아니면 ‘비싼옷을 싸게 사는 것’을 원하는가를 소비자들에게 물어보았다고 한다. 뻔한 물음에 뻔한 답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소비자들은 ‘비싼옷을 싸게 사고 싶다’는 답을 했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이야기한 ‘비싼 옷‘이란 단순히 가격이 비싼 옷이 아니라 ‘가치가 있는 옷‘을 말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유명 브랜드의 옷을 사기 위해 상설 할인점을 찾는 것은 가치 있는 옷을 싸게 사기 위해서다. 80년 중후반부터 90년 초반까지 패션시장의 주역이었던 중저가 캐주얼의 몰락은 ‘싸구려 옷을 싸게 팔았기 때문’이었다. 중저가캐주얼 브랜드에서 더 이상의 가치를 찾을수 없었던 소비자들은 진캐주얼 브랜드로 발길을 돌려버렸다. 90년 초중반 캐주얼 시장을 풍미했던 진캐주얼 브랜드들은 가격이 비싸야 더욱 가치 있는 브랜드로 평가를 받았다. ‘싼게 역시 비지떡’이었다는 생각 탓에 7만원짜리 청바지 보다는 9만원짜리가, 9만원짜리보다는 12만원짜리가 더욱 가치있게 평가 받는 시기였다. 90년 중후반 「지오다노」 「잠뱅이」 「옹골진」 「TBJ」가 유니섹스캐주얼의 새로운 강자가 된다. 무엇이 소비자들을 다시금 중저가 브랜드로 발길을 돌려놓은 것일까? 물론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의 옷이 꼭 가치있는 옷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옷이 우선 순위의 가치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90년 초중반까지 청소년들의 용돈 사용의 제 1순위가 옷이었다면 요즘 청소년들은 신기종의 휴대폰을 사거나 PC방에서 게임이나 채팅을 하는 것의 지출이 더 우선이다. 「잠뱅이」와 「TBJ」도 청바지 판매를 놓고 경쟁하겠지만 더 큰 경쟁자는 TTL이나 인터넷이다. 몇해 전 제일제당의 빵집 사업 진출을 놓고 경쟁 빵집들의 항의가 빗발친 적이 있다. 중소 빵집 체인이나 개인사업자의 빵집의 고객을 제일제당의 빵집이 뺏어가기도 하겠지만 사실 더 큰 적은 KFC나 TGIF가 아닐까? 먹거리는 먹거리끼리 그것도 같은 종류의 먹거리끼리만, 입거리 역시 입거리끼리, 역시 동일 품목의 입거리끼리만 경쟁하던 시기는 제조자의 시대다. 상품이 넘쳐나는 소비자의 시대는 업종과 품목의 경계가 없는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자신을 표현하고 과시하는 제1의 도구를 바꾼 청소년들 덕분에 캐주얼시장의 판도가 바껴버린 것처럼 소비자들의 사는 모습 변화는 패션산업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돈쓸 곳이 다양해진 탓에 소비자들의 패션소비가 줄어들었지만 패션에 대한 경험과 다양한 정보는 소비자들의 눈을 오히려 예전보다 한층 올려버렸다. 소비자는 1만원을 내고 10만원짜리 상품을 갖고 싶어한다. 지불하는 돈 이상의 가치를 얻고 싶어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계산법이다. 공급자의 입장에서 보면 적게 주는 것이 옳은 것처럼 생각될 수 도 있지만 적은 가치를 주는 공급자에게는 발길을 끊어버린다. 많은 가치를 주는 공급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5∼6만원 가치의 피케셔츠를 2만9천원에 팔지 못하는 공급자는 「지오다노」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여성시장에서도 「마인」 「타임」은 새로운 스타일과 새로운 소재로 경쟁자보다 비싸게 보이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소싱능력의 향상, 규모의 경제를 갖춘 덕에 불가능한 것만 같고 무리한 것만 같은 소비자들의 요구가 채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더 비싼 느낌의 옷을 더 싼 가격으로 살 수 있게 되었고 이같은 현상이 더욱 진전될 것이다. 어떻게 해야 비싸게 보일까? 또 싸게 만들까? 또 빨리 팔아 금융비용을 줄이고, 재고를 적게 남겨 판매가를 낮출 수 있을까? 이것이 2001년의 소비자가 공급자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황상윤 기자
hsy@fashioninsigh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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