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의 신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Ares(아레스)는 전쟁의 신이다. 그는 제우스와 헤라의 아들로 살육과 파괴를 일삼는 폭력적인 신이다. 아레스는 괜히 시비 걸기를 좋아하고 닥치는 대로 파괴하며 용맹은 별로 없는 건달 같은 신이었다. 그는 마치 깡패 두목처럼 휘하에 여동생인 에리스[불화], 그리고 아프로디테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데이모스[공포]와 포보스[두려움]를 거느리고 다니며 나라와 나라,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 시키는 못된 신으로 묘사된다. 여하튼 아레스는 그리스인들 사이에는 인기 없는 신이었다. 그러던 그가 시대적 요청에 따라서 로마 제국 시대에는 주피터[제우스] 다음으로 숭앙받는 인기있는 군신(軍神) ‘마르스’로 변화하게 되었다.
인도의 신화에 나오는 시바(Shiva)는 파괴의 신이며 최고의 스승이라고 한다. 이 신에 대한 숭배는 인도에서 가장 널리 퍼져 있으며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예배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도의 동서 남북 어디에서든지 시바 신의 사원 및 그의 조형물을 볼 수가 있다. 이처럼 인도에서는 비슈누 신과 시바 신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신이다. 시바는 세상의 독을 다 마셔 버리기도 하고 기분이 꿀꿀하면 엄청난 파괴를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나타라즈(Nataraj)로서 끊임없이 춤을 추며 세상을 창조한다.
서양의 아레스 그리고 동양의 시바는 모두 ‘파괴’가 목적인 신이다. 당연히 이런 파괴의 행위의 대해서 혐오하고 두려워하며 그리고 대항해야 할 인간들은 오히려 묘한 감정으로 다른 신보다 더 그들을 존경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파괴라는 행위가 그들에게 어떤 자극과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인가? 인간의 내부에 있는 ‘악’을 수행해 주는 것에 대한 대리만족인가? 여하튼 인간은 파괴를 좋아한다. 그래서 뮤직 비디오를 보면 대부분의 가수들은 총을 들고 나와 슬픈 멜로디에 맞추어서 다 쏴버린다. 홍콩 액션 영화 속에서는 1시간 30분 동안 약 300명 이상이 죽는다. 헐리우드가 만드는 영화 또한 80%가 죽이고 죽는 영화다. 아마도 생명에 대한 파괴는 인간의 끊임없는 욕구의 테마인 것 같다.
‘혁신’과 ‘파괴’가 어떤 관계가 있기에 디지털 시대에 신화를 들먹이면서 마케팅을 논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파괴적 혁신은 변화 환경에 따른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철학이며, 생존이며, 전쟁이며, 예술이며, 에너지이며 그리고 신앙이기 때문이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중에서) 나는 이 글을 너무나 좋아한다. 특히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라는 그의 견해는 마케팅의 주요 테마를 혁신으로 잡아가는 탁월한 통찰력을 제시하고 있다.
브랜드 런칭과 리포지셔닝은 혁신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혁명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 본론부터 이야기 한다면 기존의 질서를 파괴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다. 새로운 인식의 사다리를 만들어 소비자의 철옹성 같은 선입견에 브랜드의 이미지를 새롭게 각인시켜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경쟁 브랜드를 무력화 시키며, 자신을 개혁하며 그리고 새로운 질서를 통합 및 창조해야 하는 데 그 행위는 ‘파괴적 런칭’이라고 말할 수 있다.
창조적 파괴
그렇다면 우리가 선입견으로 알고 있는 혁신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혁신(Innovation)이란 단어는 원래 “다시 새롭게 만들다”란 뜻의 라틴어인 “Innovare”에서 유래되었다. 사전적으로는 “사회의 관습, 양식, 의식 등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것”을 의미한다. 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혁신을 그 정도에 따라 연속적 혁신과 불연속적 혁신으로 나누어 말하고 있다. 연속적 혁신이란 흑백TV에서 컬러TV로 혹은 유선 전화기에서 무선 전화기로 바뀌는 것처럼 기존의 제품을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연속적 혁신은 기본적인 사용 방법이나 소비 패턴을 크게 바꾸지 않으며 기존 제품을 대체하며 비교적 신속하게 확산된다. 반면 불연속적 혁신은 타자기에서 PC로, 마차에서 자동차로 바뀐 것처럼 기능이나 용도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시스템으로 바뀌거나 이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용도의 제품이 개발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처럼 혁신의 정도가 큰 제품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학습과 소비 행동의 변화를 요구하게 되므로 마케팅에 있어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한다. 그러나 ‘변화시키는 새로운 것’이라는 관점에서 연속적 그리고 불연속적 혁신은 단순한 ‘과정’에 불과하다. 혁신은 결코 프로세스의 개선과 아이디어가 아니다. 혁신은 시작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이다.
경제학자인 슘피터(1883~1950)는 그의 명저 〈자본주의·사회주의·민주주의〉에서 자본주의, 사회주의의 원동력은 기
권 민 기자
km@fashioninsight.com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