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의 옷차림 역시 격식과 예의 보다는 효율과 자유, 편안함으로 흐르고 있다. 아래·위 같은 색상의 정장 그리고 잘 다린 하얀 드레스 셔츠에 넥타이를 매는 경우는 정말 특별한 날에나 하는 차림이다. 면바지와 남방 위에 재킷을 입어도 갖춰 입은 느낌이 든다.
서울 강남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300여명 직원들은 안내·경리 등 일부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정해진 자리가 없다. 물론 사전에 예약을 해야하지만 어느 자리든 앉아 자기 카드를 꽂으면 전화나 팩스가 연결된다. 사장실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새벽같이 전쟁터같은 지옥철을 타고 출근하고 밤늦은 시간이 되야 퇴근하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많지만 우리의 노동환경은 아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7시에 퇴근하고, 세월이 흐르면 어느선까지 승진하는 데 문제가 없었던 시절이 역전노병의 이야기로 회자된다. 고정된 사무공간과 고정된 근무시간이라는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 입사순서에 따라, 직급에 따라 유지되었던 조직도 업무와 효율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평생고용이 깨지고 시간제근무, 계약제 근무가 확산되고 있다. 직장의 선택 기준도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우선순위가 되고 있다.
직장에서의 옷차림 역시 격식과 예의 보다는 효율과 자유, 편안함으로 흐르고 있다. 아래·위 같은 색상의 정장 그리고 잘 다린 하얀 드레스 셔츠에 넥타이를 매는 경우는 정말 특별한 날에나 하는 차림이다. 면바지와 남방 위에 재킷을 입어도 갖춰 입은 느낌이 든다. 아예 캐주얼을 입는 날이 별도로 있어 점퍼 차림으로 출근하는 경우도 있다. 점잖은 50∼60대 중역들도 청바지가 부담스럽지 않다.
두 집 건너 한집씩 맞벌이를 하는 미국과 일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우리나라 맞벌이 가구수가 전체 가구의 1/4이 넘어선지는 오래다. 가정에서 여성들의 경제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가부장의 지위가 무너지고 있다. 맞벌이 가정에서는 남편과 가사를 분담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이야기가 됐고 굳이 맞벌이 가정이 아니더라도 설거지나 청소 쯤은 해야지 가장으로서 대우받는 시대가 됐다. 밥을 먹을 때 조용히 밥을 먹어야 한다는 규칙은 아버지 시대의 고루한 유물이 되어버렸다. 식사 시간은 먹는 것 뿐만 아니라 만남과 나눔, 즐거움의 자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구김이 많이 생겨 번번히 다림질을 해야 한다거나 한 번 입고는 세탁소에 맡겨야하는 ‘모시고 살아야 하는 옷’이라면 입지도 사지도 않는다.
여성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치장’은 여자들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남자들도 ‘멋진 여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머리를 물들이고 몸매를 과시하는 치장을 하게 되었다 . 남자도 예쁘고 섹시해야 팔리는 시대가 왔다. ‘여자는... 남자는...’ 이라는 전통적인 성역할이 변화하고 있다.
사회는 끊임없이 ‘효율’과 ‘생산성’을 요구하고 일과 삶의 모습은 이를 극대화하는 모습으로 바뀌어간다. 정보통신의 기술은 ‘효율’과 ‘생산성’을 높혀가는 가장 훌륭한 도구다. 정보통신 기술은 복잡한 것을 해체해 단순하게 만든다. 단순해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에 맞춰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의 모습도 일하는 방법도 격식이나 권위를 따지지 않는다. 체면보다는 실리가 중요하고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이 좋아진다.
상품도 단순한 것이 팔린다. 덕지덕지 장식이 많은 상품은 삶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기에 외면받는다. 인체를 왜곡하고 활동을 제약하는 상품, 시간을 빼앗는 상품도 인기가 없다. 어떠한 틀에 나를 옭아 매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부드럽고 여유롭고 자유로워야 팔린다.
황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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