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wledge 4P
까기, 오목, 바둑
초등학교 시절, 우리집에 약 50cm가 되는 두꺼운 바둑판이 들어왔다. 누가 가지고 왔는지 그리고 어디서 배달된지는 모르겠지만 그 바둑판은 처음에는 식탁으로, 작은 책상으로, 선반으로 사용되어졌었다.
바둑판이 바둑판으로 쓰이게 된 것은 그 후 5년이 지나 내가 중학교 입학을 하고 바둑부에 들어갔을 때부터였다. 물론 처음부터 바둑을 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백돌과 흑돌을 일직선으로 정렬하고 손가락으로 돌을 튕겨서 맞추는 ‘까기 놀이’를 했다. 혀를 반쯤 내밀고 모든 신경을 집중해서 하나씩 맞추어서 떨어뜨리는 게임이다.
이 까기 놀이에서도 승리의 지식이 있는데 첫째는 ‘먼저 시작해라.’ 둘째는 ‘과감하게 밀어 붙여서 한번에 3개씩 동반 자살을 해라.’ 그리고 세번째는 ‘가급적 바둑판 끝에 붙어 있어서 적의 사정 거리를 멀리하라.’는 것이다. 이쯤 되면 80%는 이길 수 있다.
바둑판을 이용해서 다음 단계에 배운 것은 오목이다. 오목의 지식은 ‘쌍3’을 만들지 않고 절묘하게 4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길 수 밖에 없는 3∼4패턴을 5개 정도는 알아야지 이길 수 있다.
오목은 까기에 비해 고도의 지식이 필요했다. 가장 중요한 지식은 상대방의 수를 읽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최종 단계로 배운 것이 바둑이었다. 까기와 오목이 유치원생 수준이라면 바둑은 박사 수준의 오묘한 전략들이 있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급한 성격 탓으로 나는 2달 만에 바둑반에서 나와 문예반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때 배웠던 몇 가지의 수가 나에게는 간접지식이 되어서 마케팅을 하는 동안의 전략의 시너지를 가 되곤 했다.
바둑은 장기적이며, 판이 크며, 상대와 처음부터 맞서지 아니하며, 연결점을 찾아야 하며, 집을 만들어 가며, 집을 허물기도 하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대방의 수를 3~4수 먼저 읽어야 한다.
TV에서 바둑 7단의 해설가가 이런 말을 했다. “바둑을 잘 두려면 1단까지는 책을 보면서 많은 수를 외워야 합니다. 그러나 1단이 되면 빠른 시간 내에 외웠던 수를 잊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유롭게 수를 구사할 수 있습니다.” 고수의 말씀이다.
가끔이지만 어떤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측은할 정도로 무식에 혹사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브랜드 사장은 패션 시장에서 ‘까기’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기가 갖고 있는 돌(돈과 마케팅)로 스타를 내세운 이벤트, 가격 파괴 이벤트, 히트 상품을 복사해서 파는 이벤트만 한다.
그들은 ‘까기’ 외에 무엇이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또 오목을 하는 브랜드 사장도 있다. 1등 브랜드 뒤에 바싹 붙어서 시장을 간신히 막아 세우면서 4를 만들어 간다. 물론 이것도 못하는 브랜드가 무척이나 많다. 오목하는 브랜드들은 나름대로 전략을 세우고, 광고 전략도 만들고 홍보도 곧잘 한다. 그러나 단기적이며 특별한 성과가 없다. 남들이 다하니까 불안해서 같이 하는 것이다.
바둑을 두는 브랜드들은 한마디로 브랜딩을 하면서 최소 3년을 바라보고 시장을 컨트롤 하는 브랜드들이다.
그들은 매출보다는 수익으로, 유명 백화점에 입점했다고 자랑하는 홍보보다는 시장을 움직이는 마케팅 홍보로, 스타의 스타일에 맞춘 광고보다는 브랜드 스타일을 보여주는 광고로, 동대문식 판매보다는 회원제식 판매로 바둑판에서 자기 집을 확실히 만들어 가고 있다.
자기 집을 만드는 것(브랜딩)이 바로 패션의 경영 지식이며 이것이 브랜드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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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지식은 도대체 무엇일까?
패션 지식 사이트 맵으로 들어가면 디자이너, 생산, 영업, MD, 판매, 광고와 홍보, 유통 등 패션에 대한 너무나도 많은 지식들이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패션은 총체적인 전문 지식에 의해서 형성되는 시장이다. 그 시장의 형태는 너무나 빠른 사이클로 움직이기 때문에 측정이 불가능하고, 수많은 경쟁자들이 변수들을 만들어서 중심을 뚫고 판단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너무나 어려워서 너무나 쉽게 생각해버리는 것이 패션 지식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를 지식 사회라고 말한다. 또 모든 부는 지식이 결정한다고 했다. 이 말에 대해서 반감 내지는 불만이 있는 사람은 끝까지 기사를 읽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좋다. 피터 드러커는 자신의 최근 저서인 <프로페셔널의 조건>에서 경영자란 ‘지식의 적용과 성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경영자의 패러다임을 뒤집는 새로운 개념이다. 그러나 지식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새롭게 정립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아침에 출근하면 브랜드 책임자는 영업부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어제 수원 매장 매출이 얼마야?” 기대 이상이면 기분이 좋고 이하이면 썰렁하다. 영업
권 민 기자
km@fashioninsigh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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