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신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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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8 오후 2:42:47

누가 ‘왜 우리 나라에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수십년씩, 길게는 1백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브랜드가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우리나라의 자본주의 역사가 짧기 때문’이라는 답과 함께 ‘그러한 브랜드가 필요치 않았기 때문’이라는 답을 하고 싶다. 첫 번째 답은 모든 분들이 공감하겠지만 두 번째 답에 대해서는 무슨 말인가 하고 반론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공급자 시대에는 새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들고 효율도 높을 뿐더러 성공도 보장되는 편이었다. 인기 연예인을 잡아 광고만 잘 하면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이름을 빨리 알릴 수 있었고 또 이름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들을 고객으로 만들 수 있었다. 세일이나 경품으로 어느 기간까지 고객을 유지할 수도 있었고 자동차나 아파트를 경품으로 내걸면 고객들은 다시 몰려 왔다.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실망을 느낄 때쯤이면 새로운 브랜드를 내고 이제까지 해왔던 방식을 좀더 세련되게 포장해 새로운 소비자들을 찾아나섰다. 소비자를 단골 고객으로 만드는 것보다 새로운 고객을 찾아나서는 것이 훨씬 쉽고 비용도 쌌다. 주목도가 가장 높은 매체인 TV는 가장 빠르고 쉽게 고객을 찾아내는 도구였고 당연히 패션기업들의 선망의 매체였다. 소비자에게 더욱 새롭고 강한 자극을 주는 광고·판촉 담당자가 높게 평가받았고 실제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많은 그런 사람이 돈을 많이 벌어주었다. 표 안나게 브랜드를 접고, 또 대체브랜드를 내놓는 시점을 잘 잡는 경영자가 최고의 경영자였다. 브랜드를 갈고 닦아 장수 브랜드로 만들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현실감각이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았고 그런 시도는 벽에 부딪히기 일수였다. 브랜드 유지·관리를 위한 의욕은 있었지만 실력이 없었고 돈도 많이 들었다. 또 소비자들도 새롭고 자극적인 것에 더 크게 반응했다. 그러나 소비자 시대에는 새로 브랜드를 만들고 새로운 고객을 찾아 나서는 것보다 브랜드의 생명을 길게 가져가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들고 더 쉬운 일이 된다. 소비자는 이제 새로운 브랜드를 찾아 나서지 않는다. 패션에 대해 나름대로 일가견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패션보다 더 재미있고 새로운 일들이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름대로의 경험과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 ‘역시 좋은게 좋더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을 새로운 브랜드의 고객으로 만드는 것은 힘겨운 일이고 웬만한 자극을 가지고는 이들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소비자들이 정보를 획득하는 채널이 다양해지고 매체의 집중도가 떨어짐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브랜드를 알리는 효율이 공급자 시대에 비해 크게 떨어지게 되었다. 공급자의 시각과 입장에서 만들어지고 유통됐던 매체의 정보도 이제 소비자의 시각에서 보고 쓰여진 내용만이 생명을 얻게 됐다. 인터넷이란 새로운 매체는 소비자를 정보 생산자로 만들었다. 인터넷이란 새로운 매체 덕분에 소비자는 얻기는 어렵지만 잃기는 쉬운 존재가 돼버렸다. 소비자 시대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소비자와 어떻게 신뢰를 계속 유지해 가느냐다. 한번 얻은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 선진국의 패션기업들은 천에 하나 만에 한 번 일어날 화재 사고에 대비, 난연 가공된 폴라폴리스 소재만을 찾는다. 고객이 자기 회사 옷으로 인해 큰 화상을 입는다면 어렵게 잡아놓은 고객들의 발길을 한꺼번에 경쟁 브랜드로 돌려놓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급자 시대에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대량의 광고, 세일, 경품이 중요했다면 소비자시대에는 브랜드의 일관된 이미지와 상품 등의 본질이 중요해졌다. 소비자는 ‘브랜드’와 ‘신뢰’를 사고 싶어한다.

황상윤 기자
hsy@fashioninsigh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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