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불패
홍콩 영화 중에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동방불패라는 영화가 있다. 내용인즉 동방불패란 어떤 무인이 내공을 쌓다가 그만 최고의 경지에 이르러 여자가 되어버렸다는 것. 성(性)이 바뀐 그녀(?)의 무공은 실로 막강해서 아무도 그녀를 이길 수 없었다. 그녀의 필살기는 “똥빵부빼”를 외치며 손을 벌리면 사방 100미터의 모든 인간들이 다 반쪽이 되거나 찢어지는 것. 그러나 괴력의 내공을 가진 그녀에게도 약점은 있었다. 바로 사랑이었다. 결국 사랑 때문에 어처구니없는 실수(2편을 만들기 위한 복선)를 범해 적으로부터 치명타를 맞게 된다. 동방불패2에서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그녀가 또 사랑에 빠졌다가 결국 죽게 된다. 임청하만 나오지 않았더라면 절대 보지 않았을 영화고, 이렇게 기사에 인용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여하튼 동방불패의 무술은 다양했다. 바다에서, 육지에서, 공중에서 하다못해 지하에서도 적들의 다양한 공격을 현란한 방법으로 방어하고 상상도 하지 못할 힘으로 단 한방에 날려 버린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또 다른 탁월함은 적의 힘을 역이용해서 상대방에게 치명타(실을 사용하는 권법)를 준다는 것이다. 아마 사랑만 아니었다면 그녀는 중원 1등의 자리를 차지했을 것이다. 동방불패는 1등이 되기 위해서 여자가 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의 목적은 오직 동방불패였다. 목표를 위한 모든 행동은 전략일 뿐이었던 것이다.
이지 & 베이직 캐주얼의 대표 브랜드였던 지오다노의 갑작스러운 트렌드 변신에 대해 나는 처음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지 캐주얼이라는 장르의 대표 브랜드가 폴로 스타일과 갭 스타일을 오묘하게 조화시키면서 과감하게 자기 스타일을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내공의 극치였을까? 시장불패를 위한 무리한 초강수였을까? 지난 96년부터 모든 경쟁자들의 공동의 적이 되었던 지오다노는 2000년도에 심각한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1년 1월, 2000년을 결산하면서 그것은 막연한 상상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지오다노에게는 큰 영향을 주었던 적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백화점의 캐주얼관을 돌아보면서 여전히 지오다노가 동방불패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처럼 그날 따라 지오다노의 매장은 인산인해를 방불케 했다. 도대체 그런 저력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반면에 그 옆에 위치한 2001년 신규 브랜드들은 한마디로 썰렁한 분위기였다. 마치 지오다노는 트렌드면 트렌드, 베이직이면 베이직, 모든 면에서 소문만 무성하게 냈던 신규 브랜드들을 한 칼에 한 명씩 쓰러뜨리고 있는 듯이 보였다. 가격으로 막고, 트렌드로 찌르고, 회전율로 넘어뜨리고. 지오다노는 모든 면에서 여전히 맹주임에 틀림없었다.
마케팅 비법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의 <마케팅 22법칙>을 보면 22개의 초식을 지오다노와 그 밖의 브랜드들이 나름대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제1법칙이자 가장 강력한 선도자의 법칙을 사용하고 있는 지오다노. 지오다노가 사용한 권법은 소비자의 머리 속에 1위로 자리잡아 시장을 자기 마음대로 이끌어갈 수 있는 권법의 최고수다. 대서양을 맨 처음 비행기로 횡단한 사람을 묻는다면 사람들은 바로 찰스 린드버그라고 대답한다. 그렇지만 두번째로 횡단한 사람은? 버트 힝클러라고 답하는 사람은 드물다. 사람들은 맨 처음 나온 상품만을 기억한다. “요구르트”나 “벼룩시장”처럼 그 분야의 최초 브랜드는 해당 유형의 상품을 나타내는 대명사로 사용된다. 신규 브랜드가 많아질수록 소비자의 선택에 대한 고민은 늘어난다. 그러므로 소비자들은 지오다노가 큰 실수를 하지 않는 한 결국 지오다노를 택하게 되는 것이다. 몇년전 tea라는 브랜드가 등장, 엄청난 광고비로 포지셔닝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브랜드는 오히려 지오다노의 입지만 확고히 만들어 놓고 사라져버렸다. 모든 광고비가 지오다노 스타일 홍보비로 사용된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이 합해져 캐주얼 시장의 ‘지오다노 스타일’을 만들었다.
2위를 겨냥하고 있는 기업의 전략은 1위 기업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같은 1위가 되거나 강력한 2위가 되기 위해서는 1위 기업의 핵심을 파악한 다음 잠재고객에게 정반대의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정반대의 법칙으로 서어스데이아일랜드, 디펄스 그리고 후아유가 사용했던 권법이다. 이 방법은 솔직히 ‘모 아니면 도’로 매우 위험한 것이긴 하지만 차별화에 성공하면 1위도 흔들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피터 드러커는 이것을 유도 전략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브랜드는 쏘베이직이다. 쏘베이직은 시기적으로 너무 빨리 나온 것이 돌이켜 보았을 때 가장 큰 약점이었던 것 같다. 만약 2000년 초기에 쏘베이직이 나왔더라면
권 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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