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속에 숨어있는 무서운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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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정금(여자와닷컴 패션담당 기자)

2007-01-29 오후 7:06:38

'국내 영화 붐'을 타고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영화관으로 몰려들고 있다. 7천원의 돈을 지불하고 한 편의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얻어가는 것은 무엇일까? 관객의 입장에서는 단순한 오락일지 모르나,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그 곳에 큰 음모(?)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앗아가려는 어마어마한 음모가… 의상에 관심이 많았던 대학 1학년, 내 구미에 딱 맞는 영화가 나왔다. 이 비디오를 구하기 위해 하루 온종일 동네 비디오 가게를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 영화는 바로 <클루리스(Clueless)>. 그 날 입을 옷을 컴퓨터로 매치해 볼 정도로 옷장에 옷이 가득한 고등학생인 클루리스는 쇼핑 중독자다. 아버지를 변호사를 둔 그녀는 시간만 나면 백화점으로 달려가 쇼핑백을 한아름 안고 나오는 것이 그녀 일과의 절반이다. 나는 영화에 나오는 옷들을 유심히 보기 위해 몇 번이고 돌려 보았었다. 이제야 안 사실이지만, 그 속에는 엄청난 음모가 숨어있었다. 이 영화는 뉴욕의 블루밍데일(bloomingdales) 백화점이 주니어 바이어를 위해 전략적으로 제작한 영화였던 것이다. 영화의 여주인공인 클루리스는 「캘빈 클라인」 「돌체 & 가바나」 「도나카란」 그리고 「아제딘 알라이아」의 의상들을 맘껏 과시했으며 백화점측은 영화 속에 등장한 라벨을 자세히 조사하기도 했다. 이러한 영화 속 제품 배치를 PPL이라고 한다. 그럼 PPL이란 무엇인가? PPL(Product Placement)이란 주로 영화나 드라마 속에 소품으로 등장하는 상품을 일컫는 것으로 브랜드명이 보이는 상품뿐만 아니라 이미지, 명칭 등을 노출시켜 관객들에게 홍보하는 일종의 광고 마케팅 전략이다. 흔히 관객들에게 광고라는 인식을 주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상품을 소개하기 때문에 '간접광고'라고도 불리는 PPL은 커다란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본래 PPL은 기존의 커머셜에 식상해 있는 소비자들을 위해 1945년 할리우드에서 개발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기법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직접 입고, 먹고, 만지도록 함으로써 관객들이 자신도 모르게 소비욕구를 가지도록 유도하고 영화의 현실성을 지키는 데도 효과가 있다. PPL의 효시는 1945년 미국 영화사인 워너 브라더스사가 제작한 '밀드리드 피어스(Mildred Pierce)' 에서 보여준 '버번 위스키(bourbon whiskey)'가 최초이지만 PPL의 붐을 만들어낸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ET>. 작은 체구의 못생긴 외계인이 영화 속에서 먹은 리스(Reese)사의 초코볼은 엄청난 광고효과를 가져옴으로써 PPL에 대한 기존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우리나라 경우 삼성전자가 지난 91년 개봉된 '결혼이야기'에 가전제품을 제공하고, 영화표 5만장을 구입한 것이 국내 최초의 간접광고로 알려져 있다. 점차적으로 전통적인 4대 대중매체를 활용한 커뮤니케이션 효과에 의문이 들기 시작하는 것에 비하면 PPL은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수단임에 틀림없다. 특히, 세계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글로벌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로서는, PPL이야말로 효과적인 마케팅 커뮤니테이션의 한 방안이 될 것이다. 일단, 영화가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다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자연스럽게 전세계를 대상으로 자사 제품에 대한 인지도 및 선호도를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에 중계되는 이봉주나 박세리의 유니폼에 새겨진 ‘SAMSUNG’로고를 통해 삼성그룹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인식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화 <펄프 픽션>을 상영한 후 많은 여자들이 「샤넬」의 뱀프(vamp)컬러 매니큐어를 구하려고 애썼다. 영화에서 우마 서먼이 바르고 나온 검붉은 색상의 매니큐어는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영화가 상영될 때까지만 해도 샤넬은 새로운 제품에 대한 어떤 광고도 하지 않았지만, 우마 서먼의 아름다운 손가락을 본 관객들은 샤넬 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미리 제품 정보를 얻은 셈이었다. 또한 우마 서먼이 입은 아네스 베(Agnes b)의 화이트 셔츠도 당시 영국에서 매진이 되었다. 오히려 진품보다 싼 모조품이 더 잘 팔릴 정도였다고 한다. 대기업이 영화 제작에 투자를 하기 시작하면서 PPL은 이제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작 <개미>. 중반부에서 주인공 개미들이 곤충 유토피아를 찾으러 가는 도중 인간의 발에 밟혀죽을 뻔하는 장면에서 상표도 선명한 '리복'이 클로즈업된다. 화면 전체를 압도하는 이 장면에서 전세계 수천만 관객들이 이 상표를 확실하게 인지할 것은 분명한 일이다. 또한 주위에 내팽겨쳐진 깡통에서 '펩시'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터미네이터 2>에서는 어린 존 코너가 오락실에서 사이보그 'T 1000'에게 쫓길 때 친구가 총에 맞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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