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낄때는 베끼더라도…
가+
가-

2007-01-29 오후 4:40:02

‘고객 최우선’이라는 백화점의 정책과 브랜드와 판매사원의 약점을 이용, 실컷 카피한 뒤 환불해 가는 것은 양심과 상도덕에 어긋나는 행위다. 손님: 선물을 받았는데 옷이 맘에 들지 않아요. 옷도 잘 맞지 않고. 이거 모두 다 환불할 수 있죠? 판매원: 그럼 다른 옷으로 바꿔가시면 안될까요...?손님: 마음에 드는 옷이 없다니까요. 판매원: 그래도 한꺼번에 90여 만원어치나 환불을 해달라시면... 게다가 여기 핀자국도 있고 손자국까지 묻은 옷을 어떻게... 손님: (목소리가 커지며)바꿔달라면 바꿔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소비자상담실이 몇층이죠? 판매원: 지난주에 또 오셔서 50만원어치나 더 사 가실 때도 맘에 든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디자이너시죠? 같은 업종에 종사하시면서 해도 너무 하시는군요. 손님: 무슨 이야기예요? 소비자 상담실이 몇층이냐니까요? 지난 7일 신세계 강남점의 한 매장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다. 사건의 발단은 4월 30일 여자 고객 3명이 이 매장에서 정장 1벌, 재킷 2장, 니트 1장, 스커트 1장 등 90여만어치의 옷을 사가면서 시작됐다. 이날 옷을 사간 고객 가운데 1명은 5월 4일에도 다른 여자 고객 2명과 함께 50여만어치의 옷을 또 샀고, 뭔가 석연치 않게 느꼈던 판매사원이 지난번에 사간 옷은 마음에 들었냐고 확인까지 했었던 것. “사실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카피를 위해 옷을 사러온 사람들이라 짐작했죠. 1∼2벌 정도 산 뒤 물러 달라고 했다면 두말 않고 환불을 해줬겠죠. 한꺼번에 그렇게 여러 벌을 환불하는 것은 정말 너무한 것 아닙니까? 게다가 핀자국에 형광펜 표시가 있는 옷까지 바꿔달라 하고, 옷값 계산도 모 패션회사의 법인카드로 했더군요. 무식하다고 해야하나요? 아니면 간이 크다고 해야하나요?" 시장조사 하는 것, 또 상품개발을 위해 샘플을 사가는 것이야 누가 뭐하고 할 수 없겠지만 실컷 재보고, 뜯어보고, 만져본 후 되가져와 돈을 되돌려 달라는 것은 최소한의 양식마저 없는 ‘몰염치 자체'라는 것이 현장에서 근무하는 판매원들의 목소리다. 국내에서 가장 트렌디한 브랜드와 고객들이 몰려든다는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에서는 신상품이 나오는 시즌 초반에는 ‘물 반, 고기 반'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시장조사가 주 목적인 고객'이 많다. 2∼3명씩 짝을 지어 상품을 살피는 모습이 여느 고객들과는 한눈에 구분된다. 손가락으로 단추와 단추 사이의 거리를 재기도, 옷을 뒤집어 안감의 박음질 상태를 살피기도 한다. 판매원들도 멀찌감치 떨어져 있을 뿐이고 가볍게 눈인사를 나누기까지 한다. “경쟁 브랜드에서 우리 브랜드의 옷을 보거나 사가고 1∼2주 지나서 소재만 조금 다른 옷이 나오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아류 브랜드들로 인해 우리 브랜드의 지위가 올라간다는 이점도 있다. 조금씩 다 서로를 참고하고 베끼는 것이 현실 아닌가? 우리 브랜드의 경우 한국의 브랜드를 베끼지는 않지만 외국 유명 브랜드의 디자인을 참고한다. 실제로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먼저 알고 ‘이 옷은 「페라가모」, 저 옷은 「아르마니」네'라고 말해준다." 갤러리아백화점 3층에 있는 한 리딩 브랜드의 샵마스터의 이야기다. 디자인 카피에 대한 그녀의 생각은 비교적 너그러운 편이다. 카피를 하더라도 자기 브랜드 스럽게 만들면 된다는 것. 상품기획을 하다보면 빠뜨리는 상품도 있고, 미처 생각지 못하고 지나갔던 자기 브랜드의 부족한 부분을 경쟁 브랜드로부터 배우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 “하지만 ‘고객 최우선'이라는 백화점의 정책과 브랜드와 판매사원의 약점을 이용, 실컷 카피한 뒤 환불해 가는 것은 양심과 상도덕에 어긋나는 행위다. 뻔히 환불이나 교환이 들어올지 알면서도 팔고, 또 어쩔 수 없이 바꿔주고 환불해 주지만 씁쓸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카피족 천태〉 - 범상치 않은 차림으로 2∼3명이 함께 와 꼼꼼히 디테일을 살핀다. - 옷을 입어보지 않고 사고, 잘 팔리는 히트 아이템만 기가 막힐 정도로 골라서 사간다. - 이것 저것 필요한 상품만 사는 탓에 1벌을 세트로 사는 경우가 적다. - 가장 양심 있는 경우는 그냥 사는 경우고, 그 다음이 사서 한번 교환해 가는 경우, 비양심적인 경우는 무조건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다. - 그래도 양심이 있어 환불할 때는 가족 중 다른 사람이나, 아르바이트를 보내기도 한다. - 브랜드의 경우 10명 가운데 1명, 시장상인의 경우 10명 가운데 4명꼴로 환불을 요구한다. <베테랑 판매원들의 대응법> - 카피 목적이 의심될 때는 판매장에 붉은펜 혹은 형광펜으로 표시를 꼭 해둔다. - 판매장에 표시가 돼있는 고객이 환불을 요청했을 때는 아무리 바빠도 핀자국, 볼펜자국, 초크자국이 있나 구석구석 꼼꼼히 살펴야 한다. - 바쁘고 귀찮다고 그냥

황상윤 기자
hsy@fashioninsight.com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이비원(주) | 대표:황상윤 | 개인정보보호책임자:신경식
사업자등록번호:206-81-18067  | 통신판매업신고:제2016-서울강서-0922호
TEL 02)3446-7188  |  Email : info@fi.co.kr
주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1길 6 (마곡동 790-8) 메이비원빌딩
Copyright 2001 FashionInsight co,.Ltd.